【조송원 칼럼】‘이른바’ 보수의 종언과 세계 민주주의의 북극성, 대한민국

조송원 승인 2024.12.13 10:18 의견 0

공룡이 지구상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한다. 공룡은 2억 4500만 년 전에서 6500년 전 사이의 기간에 지구의 주인이었다. 1억 8000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다. 그러다 6500년 전 ‘어느 순간’에 99%의 공룡이 멸종되었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 지구의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몇 차례에 걸쳐 생물종의 대절멸이 있었다. 공룡의 멸종도 그중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6500만 년 전 어느 시점에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했다. 그 충격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죽은 공룡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수많은 먼지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 먼지는 햇빛을 가렸다. 그래서 식물들은 광합성을 못해 죽게 되고, 이에 따라 초식동물들도 굶어죽고, 육식동물들도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공룡 멸종에 관한 가장 유력한 학설인 ‘소행성 충돌론’이다.

지구 생물의 장구한 진화 역사에서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어느 순간’은 ‘하루아침’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다. 이런 의미에서 ‘공룡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말은 맞다.

공룡의 1%는 살아남았다. 그것은 새이다. 소행성 충돌 이후에도 살아남아 다양하게 진화했다. 오늘날의 모든 새는 공룡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공룡도 멸종하는 데 수십 만 년이 걸렸다. 곧 멸종은 글자그대로의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초기 인류종에서 진화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 전체의 생존 기간은 겨우 20만 년이다. 공룡 멸종 과정은 수십 만 년이 걸렸다. 곧, 호모 사피엔스의 전체 역사보다 더 긴 세월에 걸쳐 공룡이 서서히 사라져 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이, 공룡은 ‘하루아침’에 멸종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1%는 6500만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김건희 불법’과 ‘윤석열 내란’이란 소행성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한데도 국힘 당과 소수 극우 무리는 국민적 응징을 가로막고 있다. 방탄하는 이유를 그 무엇이라 둘러대도, 그들의 앞날은 자명하다. 99%는 멸종한다.

“내일 모레 1년 후에는 국민은 또 달라져”. 또 그럴까? 어리석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왜냐하면?

윤상현 의원이 김재섭 의원에게 조언한 내용을 등식으로 고쳐 쓰고, 그 신뢰도를 살펴보자.

사건의 확률 = 사건과 관련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사전 지식

곧, 1년 후 국민이 달라질 확률 = 박근혜 탄핵 때 탄핵을 반대해도 찍어주더라.

윤 의원은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다. 그리고 그 후 선거에서 선택을 받았다. 그러므로 위의 등식은 윤 의원에게는 신뢰도가 100%이다. 그래서 김재섭 의원에게 조언한 것이다.

그러나 윤 의원이 놓친 게 있다. ‘사전 지식’은 ‘사건과 관련된 조건에 대한’ 사전 지식이다. 박근혜 탄핵 때의 조건과 윤석열 탄핵 때의 조건이 아주 다르다. 국정농단 혐의와 내란죄와는 격이 다르다. 더구나 ‘혐의’가 아니라, 내란 행위는 모든 국민에게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다.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사전 지식을 업데이트를 해야 하고, 그에 따라 확률을 조정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사전 지식의 전제인 관련 조건에 대한 정보를 무시하고 확률을 계산했으므로, 그 신뢰도는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빨간 구슬 4개와 파란 구슬 1개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있다 치자. 그중 하나를 무작위로 집어낼 때, 빨간 구슬일 확률은 80%이고, 파란 구슬일 확률은 20%이다. 이게 사전 지식이다. 이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구슬 한 개를 집어내면서 ‘이게 파란 구슬일 확률은 20%이다’고 말한다면, 그 신뢰도는 100%이다.

그러나 빨간 구슬 4개와 이 빨간 구슬 4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파란 구슬 1개가 들어있다면, 사전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한데도 윤 의원은 숫자 4와 1에만 집착했다. 그래서 조건이 바뀌었는데도(빨간 구슬 4개와 아주 큰 파란 구슬 1개) 사전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고, 구슬 1개를 집어내면서 ‘파란 구슬일 확률이 20%’임을 믿는, 어리석은 주장을 한 것이다.

‘베이즈 추론’을 통해 쉽게 설명하려 했는데, 더 복잡한 내용이 된 것 같아 면구스럽다. ‘거짓말은 얼마든지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진실은 대체로 복잡하다. 진실을 표현해야 하는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이다’라는 유발 하라리의 말로 자위한다.

공룡의 멸종이란 지구의 역사, 자연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변화된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 생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떤 종의 도태가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공룡의 멸종은 새로운 종의 출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지구에서 반복되는 진화 과정의 한 단락이었다. 공룡의 멸종은 포유류의 번성으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 호모 사피엔스도 지구에 출현하게 되었다.

이번 ‘윤석열 내란’의 결말이 내일 나든 오래 끌든 간에 ‘이른바’ 보수, 참칭 보수 혹은 수구꼴통들은 역사서의 페이지에만 기록으로 남을 뿐 어쨌건 사라질 것이다. 변화한 민심의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리고 그 사라진 공간에는 민주주의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건전한, 합리적 보수가 자리 잡을 것이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가 선의의 경쟁으로 K-민주주의가 만개하여,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푯대가 되고, 세계 민주주의의 북극성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는 K-시위문화도 그 하나의 징표이다. 너와 나, 우리의 대부분이 K-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최소한 마음으로나마 성원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지금 이 순간, 누적된 사회 모순을 깨부수는 과정이 좀은 힘들지만, 고통 속에서도 ‘밝은 미래’를 그리며, 희망을 이야기하자.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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