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결정으로 고리2호기는 2033년 4월까지 10년 추가 계속운전되며, 2026년 2월 재가동 예정이다. 2030년 이전 계속운전 허가 만료 예정인 원전이 고리3·4호기, 월성2~4호,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 등 9~10기인데 이번 고리2호기 승인으로 향후 계속운전 심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은 설계수명을 넘은 노후원전을 향후 10여 년 계속연장하는데 따른 각종 사고 위험 부담을 늘 안고 살게 되고, 고리1호 영구정지 이후 고리2호기와 동시폐로를 통해 폐로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하려던 계획은 물론 세계적인 추세인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미래 지역의 안전과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시민사회는 이에 맞서 고리2호기 재가동 취소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노후원전 수명연장, 부산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라는 큰 주제 아래 1) 고리2호기 재가동과 지역안전과 과제 2) 고리2호기 재가동과 재생가능에너지 전망과 과제 3) 고리2호기 재가동과 폐로산업 전망과 과제 4) 고리2호기 수명연장 재가동 행정소송 전망과 과제로 나눠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칼럼을 게재한다.
1. 고리2호기 재가동과 지역안전과 과제
고리2호기와 같은 경수로 원전의 설계수명연한 40년은 그 이상 운영하려면 추가적인 안전투자와 엄격한 새 기준 심사를 전제로 다시 허가를 받으라는 의미이다. 수명연장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노후화 관리·부품 교체·안전성 업그레이드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경제성도 규제 강도, 재생에너지 가격, 금융비용 등 전제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리2·3·4호기 수명연장이 갖는 구조적 위험은 크게 5가지 정도 들 수 있다.
첫째, 노후화(Aging) 리스크이다. 설계수명 40년이 지난 원전은 배관·용기·케이블·콘크리트 구조물에 열화(劣化)·피로·방사선 손상이 누적된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 열화가 진행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리2호기는 1983년 가동된 것으로 40년 설계수명이 다했는데 노화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증가한 상태에서 정비를 잘해 10년을 더 쓰겠다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둘째, 설계·규제 기준의 세대 차이 즉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기준의 미충족이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법·고시가 개정돼 수명연장 시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제출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도 중대사고를 반영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음에도 고리2호기는 애초 설계가 후쿠시마 이전 세대의 안전 철학에 기반하고 있기에 안전성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셋째, 입지·대피문제가 있는데 부산은 피난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도시이다.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반경 30km 주민투표를 거치는 등 시민참여형 결정 필요성이 큰 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돼 있고 실질적 대규모 동시피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넷째,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 문제의 심화이다. 수명연장은 곧 사용후핵연료량 즉 고준위방사성폐기물량과 저장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이 경우 고리원전단지는 향후 핵폐기장화 우려가 높다.
다섯째, 규제·절차 신뢰의 훼손이다. 수명연장 심사가 서너 차례 보류·연기 끝에 최근 계속운전이 최종 승인된 상황 자체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안정적 설비라기보다는 정치·경제 논리로 밀어붙인 결정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여기에 주민 공람률, 환경영향평가의 실질성, 원안위 구성의 독립성 문제까지 겹쳐 향후 지역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적 손실 측면에서는 4가지 정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원전의 평시 발전비용이 싸지 않다는 점이다. 싸다고 알려지는 것은 추가 안전투자 없이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원전의 안전성 업그레이드, 결함 발견시 대규모 정지·보수, 강화된 규제에 따른 투자비가 겹치면서 kWh당 비용이 상당히 올라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둘째, 사고 시 잠재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수 있다. 후쿠시마사고 관련, 일본 정부는 제염·보상·폐로·폐기물 관리 비용을 최소 21.5조엔(약 2,000억 달러)으로 추산했고, 일본경제연수소와 같은 일부 민간연구에서는 2,500억~5,000억 달러까지도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 발전소 복구비용이 아니라 강제 이주·토지 가치 상실, 농수산물·관광의 장기적 이미지 손상, 전력망·산업 생산 차질 등을 합친 결과다. 고리원전단지에서 비슷한 등급의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부산항·신항·북항·항공·조선·자동차·철강·기계·물류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영도·남구·해운대·수영·연제·동래 등 부산의 주거·상권·관광·교육지대가 장기적으로 ‘반출입 금지구역’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며, 수산업·관광업은 ‘후쿠시마산’과 비슷한 낙인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지역경제·이미지 손상의 구조적 비용이 엄청나다. 한번 ‘원전사고 도시’ 이미지가 붙으면 도시 경쟁력 전반에 장기적 악영향을 준다. 노후원전 사고리스크는 ‘한 설비의 비용’이 아니라 ‘도시 비즈니스 모델 전체의 리스크’로 봐야 한다.
넷째, 기회비용으로 재생에너지·RE100·신산업 유치에 미치는 악 영향이 있다. 부산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RE100에서 인정되는 태양광·풍력은 2024년 기준 약 366GWh(전력 사용량의 1.7% 수준)에 불과하고, 부산 RE100 참여 기관은 약 29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원전의 재가동·수명연장은 재생에너지 투자·해상풍력·지붕태양광·PPA(직접 전력거래계약) 시장의 성장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부산 울산 경남은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를 대비한 대책 마련이 제대로 돼 있을까?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부울경은 대한민국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대도시 인접형 다중원전 클러스터’이다. 고리1~4호기, 신고리1~4호기까지 총 8기의 핵발전소가 한 지역에 모여 있고, 반경 30km 안에 약 340만 명이 거주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지역에너지 문제를 넘어, 도시안전·국가위기관리·국토안보 문제의 핵심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부울경의 원전사고 대비 수준은 국제적 기준이나 지역적 위험노출 정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현재 부울경의 원전사고 대비 수준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원전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위기대응 계획이 부재 수준이다. 현행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은 지자체에 방재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부울경 지역에서 마련된 방재계획의 수준은 서류 중심에 머물러 있다. ‘부산시 비상계획구역(EPZ)’은 고리·신고리 기준 반경 30km까지 설정되어 있으나, 실제 피난 시나리오, 교통통제 계획, 대규모 이송체계, 취약계층 보호계획은 종이 문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제출한 방사능방재계획은 후쿠시마급 사고(INES 7)의 장기적 피난·이주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인구밀집 도시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부산은 전국에서 교통혼잡도가 매우 높은 도시이고 고리반경 30km 안에는 해운대·수영·기장·남구·동래 등 고밀도 주거지역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원전사고 시 피난 시뮬레이션(교통재난 연계)은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제 피난 가능성을 검증한 연구조차 없다. 원전사고 시 부울경은 구조적으로 대피가 안 되는 도시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의료·방사선비상 대응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부산에 대형 의료기관이 많기는 하지만 방사선 피폭 환자 대량 발생에 대비한 제염센터, 방사능 치료 병상, 피폭·오염 구분 시스템, 병원 간 연계 네트워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부울경 의료기관들은 후쿠시마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방사능 응급환자와 일반환자 분리 이송체계가 구축된 곳이 없다.
정보공개·경보체계의 부재이다. 원전사고의 핵심은 ‘골든타임 1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울경 주민들은 원전사고 경보를 어디서, 어떻게 받을지조차 명확히 모른다. 휴대전화 재난문자는 통신망 장애 시 전달 불가, 마을 스피커·경보 시스템은 노후화 또는 부재, 기장군·해운대 등 일부 지역은 실제 대피훈련이 거의 없다. 원전사고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주민은 정보·경보·대비 모두에 취약한 구조이다.
두 번째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제기준으로 볼 때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으로 볼 때도 ‘핵발전소 인근 대도시 장기 피난계획의 부재’이다. IAEA는 후쿠시마 이후 ‘GSR Part 7(방사선비상 대비 규범)’을 개정하여 30km 반경 지자체의 선제적 피난계획(OPZ), 장기 이주·주거 보상 계획, 다중교통망 확보, 취약계층 이전계획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부울경은 이 기준을 형식적으로만 수용했을 뿐 실제 대도시 피난계획은 미수립 상태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NEA(원자력에너지기구)의 ‘다중원전 사고 위험 평가의 부재’이다. NEA는 원전 여러 기가 한 부지에 집적해 있을 경우 사고 시점·정전·냉각 상실이 연쇄될 수 있어 지역·국가 차원의 대응능력을 초과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부울경의 위기관리 체계는 다중호기 사고를 전제로 한 준비가 전혀 돼 잇지 않다는 게 큰 문제다.
그러면 부울경의 원전사고 대책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대도시용 피난·대피 계획의 재설계이다. 도보 피난이 어려운 도시 특성을 반영하여 교통정체를 고려한 다구역 피난 시뮬레이션의 의무화, 지하철·철도·버스 등 공공 대피수단과 연계, 피난 거점 도시(경남 북부·경북 남부 등) 지정, 반경 30km 내 학교·병원·요양시설의 개별 대피계획(IPEP) 마련, 특히 기장·해운대·수영·금정·동래구 등은 원전사고 시 ‘즉시 대피 불가능 지역’이므로 사전대피(선제대피)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부울경 자체의 독립적 원전안전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이다. 중앙정부(원안위·산업부)에 정보가 집중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지역사회는 사실상 원전 정보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부울경광역원전안전센터 설립과 고리·신고리 실시간 데이터 공개 플랫폼, 자치단체 참여형 안전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부산대·부경대·UNIST·국가방사선연구소를 중심으로 ‘부울경형 독립 감시체계(지역기반 안전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취약계층 보호체계의 구축이다. 후쿠시마에서는 요양병원, 고령층, 장애인, 임산부 대피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부산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고 요양시설도 많으므로 기관별 ‘IPEP(개별피난계획)’ 도입이 필수적이다.
넷째, 의료·제염·피폭 대응체계의 확충이다. 다량 피폭 환자 대응을 위해 제염센터, 방사능 대응 병동, 응급병원 간 연계체계, 음압구급차 확충이 요구된다. 현 상황은 사고 발생 시 의료체계가 즉시 과부하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주민 수용성·정보 투명성의 확보이다. 경보시스템 현대화, 정전·통신 두절 대비 다중 경보방식, 지역 주민·어민 대상 정기 훈련, 원전 운전정보 실시간 공개, 고리2~4호기 수명연장 정보의 전면적 공개, 특히 ‘원전사고 전문 교육·훈련’은 현재 해운대·기장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며 보여주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걸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고리2·3·4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후원전의 계속운전이라는 선택 자체가 대비계획의 난도를 극단적으로 높인다. 노후 설비 사고확률 증가, 기장·해운대 고밀도 도시구조와 충돌, 다중호기 밀집, 폐로과정에서의 위험 증가 등으로 현재 대비체계로는 ‘설계수명 만료 원전’의 사고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부울경의 원전사고 대비는 ‘매우 부족’하기에 즉각적 보완이 필요하다. 부울경의 현재의 원전사고 대응체계는 법·지침은 있으나 실제 작동가능성이 낮은 상태이다. 대도시형 피난계획이 없고, 교통·의료 붕괴 위험, 취약계층 대책 부재, 정보공개 부실, 다중호기 밀집 위험, 주민체감 대비 수준 제로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부울경이 직면한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와 안전철학의 문제이다.
원전사고 대비는 ‘가능성이 낮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말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일단 발생하면 도시 전체의 존속이 걸린 문제이다. 따라서 부울경에 필요한 것은 대도시 피난계획의 전면 재설계, 독립적 원전감시체계의 구축, 주민 중심의 수용성·투명성 강화, 의료·제염·취약계층 대응체계의 강화,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라고 하겠다. 이는 단기 행동이 아니라 부울경 전체의 미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걸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 부산의 도시경영자도 이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대비가 있어야 한다. 지역의 주인은 주민. 즉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유미무환, 무비유환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더30km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