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인플레이션)이 빅뱅보다 먼저 일어났다고?!
급팽창(인플레이션)이 빅뱅보다 먼저 일어났다고?!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9.10.30 22:56
  • 업데이트 2019.10.30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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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e Daniloff, MIT, ESA/Hubble and NASA
우주 탄생과 진화의 개념도. 출처 : Christine Daniloff, MIT, ESA/Hubble and NASA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빅뱅(big bang)이 우주의 시작이라고 배웠고,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무한히 작지만 아주 뜨겁고 초고밀도의 무엇이 ‘빵(big bang)’ 하고 터져 오늘날 우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빅뱅 이전에는 공간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빅뱅으로 인해 비로소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현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radiation)는 빅뱅 이론의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빅뱅 이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많은 의문에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의 지평 문제’입니다. 여기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빅뱅의 강력한 증거인 우주배경복사가 반대로 빅뱅 이론을 위협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우주배경복사 사진을 보면 우주 전체가 거의 균일합니다. 온도 변이가 10만 분의 1정도로 동일합니다. 온도가 같아지려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서로 섞이듯이 두 지역 간에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주배경복사를 보면 교류가 불가능한 우주의 양쪽 끝이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자아냅니다.

좀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빅뱅 이후 38만 년쯤 지난 시점에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된 빛(광자)이 약 137억 년 동안 우주팽창과 함께 날아 흩어진 모습입니다. 흔히 빅뱅의 잔해라고 하지요. 자 그렇다면 우리 지구에서 보면 우주의 끝(우주 지평선)은 어느 쪽으로도 137억 년 전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를 중심으로 서로 대칭점에 위치한 우주 지평선 상의 두 지점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려면 최소한 274억 년(광속으로 137억 + 137억 년)이 걸립니다. 이는 우주 나이의 2배이니 불가능한 일입니다.

빅뱅 이론의 약점 : 우주의 지평, 편평도, 원시입자 문제 

우주 나이의 범위 안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 거리를 ‘우주의 지평’이라고 합니다. 우주 지평은 ‘우주의 나이’ × 광속 × 3으로 산출합니다. 3을 곱하는 이유는 빛이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동안에도 우주는 꾸준히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137억 년이 된 우주의 지평은 약 411억 광년입니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은 대폭발의 중요한 증거이며, 우주의 초기의 뜨거운 고밀도 상태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오늘날에 관측되는 것이다.
우주배경복사. 대폭발의 중요한 증거이며, 우주의 초기의 뜨거운 고밀도 상태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오늘날에 관측된 것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지평선 밖의 사물은 볼 수 없듯이 빛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인 우주의 지평 밖에 위치한 사건들은 서로 접촉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주의 지평선 양쪽 끝에 있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약 822억 광년으로 우주의 지평 411억 광년의 2배입니다. 그런데도 우주배경복사를 보면 신기하게도 서로 교류한 듯이 비슷합니다. 빅뱅 우주론의 치명적인 약점 중의 하나인 ‘우주의 지평 문제’입니다.

빅뱅 우주론의 또다른 약점은 ‘편평도의 문제’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물질밀도에 따라 급속하게 팽창하는 바람에 아예 별이나 은하가 생길 틈도 없거나, 팽창했다가 금방 재수축합니다. 현재 우주는 팽창하긴 하나 그 곡률이 아주 완만하고 평편합니다. 신기하리 만치. 만약 우주의 나이가 100만년일 때 우주밀도가 10⁻²²%만 달랐다고 해도 우주는 재수축해 붕괴했거나 빈공간만 남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신묘한 밀도를 가진 이유를 빅뱅 우주론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또 빅뱅이론은 ‘원시입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빅뱅 우주론의 약점을 해결해준 이론이 바로 앨런 구스(Alan Guth)의 급팽창(inflation, 인플레이션) 이론입니다. 빅뱅 직후 우주는 상전이를 겪었는데, 이로 인한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를 급격하게 팽창시켰다는 내용입니다. 빅뱅 이후 10⁻³⁴부터 10⁻³²초 동안 우주의 크기가 지름으로는 10⁴³배, 부피로는 10¹²⁹배만큼 팽창했다는 것이다.

급팽창 이론은 빅뱅 이론의 약점인 이주의 지평 문제, 편평도 문제, 원시 입자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급팽창이 가미된 빅뱅 이론은 강력한 우주론으로서 권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MIT 연구팀, "급팽창 --> 재가열 --> 빅뱅" 

최근 급팽창이 빅뱅 이전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빅뱅은 과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혹은 과학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이점(singularity)’을 전제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사실 빅뱅이 일어났다고 해서 특이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증거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급팽창 이론을 창안한 앨런 구스가 다닌 대학, 바로 MIT(케니언 칼리지)의 물리학자들이 초기 우주를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재현했는데, 빅뱅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놀라운 결과나 나타났다고 합니다.

MIT 연구팀의 논문은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카이저(David Kaiser) 교수는 우주 초기 매우 짧은 시간 급팽창이 진행됐고, 그 마지막 단계의 ‘재가열(reheating)’을 거쳐 마침내 빅뱅이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재가열 단계는 빅뱅의 조건을 설정하는데, 빅뱅을 촉발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급팽창이 끝날 무렵 혼란한 시기에 여러 형태의 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도 소개했습니다. 급팽창을 몰고온 엄청난 에너지가 빅뱅을 촉발하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재분배되었다는 것입니다.

급팽창(영어: inflation)은 에너지 밀도파 및 중력파를 생성한다. 이들의 패턴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통해 오늘날 관측된다.
우주의 탄생가 진화 개념도. 빅뱅 직후 급팽창이 일어났다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 급팽창이 빅뱅보다 먼저 발생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급팽창은 에너지 밀도파 및 중력파를 생성하고, 이들의 패턴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통해 오늘날 관측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연구팀은 특히 이때의 극단적인 변환은 양자 효과에 의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양자로 변형된 중력 효과가 물질에 미치는 영향이 강할수록 우주가 급팽창의 차갑고 동질적인 물질에서 빅뱅의 특징인 훨씬 더 뜨겁고 다양한 형태의 물질로 빠르게 이행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카이저 교수는 “우리의 시뮬레이션은 급팽창에서 후기 급팽창, 그리고 재가열에서 빅뱅과 빅뱅 이후까지 끊기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알려진 물리학으로 우주 진화의 과정과 오늘날 우리가 보는 우주를 설명하는 그럴듯한 방법”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급팽창 이론의 창시자인 앨런 구스는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을 급팽창 모델의 중요한 발전으로 평가했습니다.

구스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급팽창이 끝날 때 복잡한 상호작용을 훨씬 더 자세히 보여줬다”면서 ”이 연구는 다양한 형태의 물질을 포함하는 많은 종류의 모델들이 관찰과 매우 일치한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오클랜드대학 리차드 이스터(Richard Easther) 교수는 "이 논문은 급팽창 이후의 단계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하여 새로운 기반을 개척한다. 이것들은 극도로 도전적인 수치 시뮬레이션이며, 초기 우주의 비선형 역학 연구를 확장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기사 출처 : MIT News, ♠Putting the “bang” in the Big Bang 
Physicists simulate critical “reheating” period that kickstarted the Big Bang in the universe’s first fractions of a second.
http://news.mit.edu/2019/putting-bang-in-big-bang-1025
PHYSICAL REVIEW LETTERS, Nonlinear Dynamics of Preheating after Multifield Inflation with Nonminimal Couplings
https://journals.aps.org/prl/abstract/10.1103/PhysRevLett.123.171301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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