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17) 이재민 〈골목길〉
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17) 이재민 〈골목길〉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0.11.10 22:34
  • 업데이트 2020.11.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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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1151호(2020.11.11)
골목길[픽사베이]

우리 가요계에는 두 개의 <골목길>이 있는데 신촌패밀리라는 보컬그룹이 부르는 <골목길>로 가볍게 술이라도 한 잔한 한 떼의 젊은이들이 연인간의 만나고 헤어짐과 기다림을 애절한 목소리로 열창하며 호소해 그 어지러운 소음 속에서도 가슴에 와 닿은 무엇이 있지만 좀은 현대적, 도시적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름다운 노랫말로 뽑은 이재민의 <골목길>은 몹시도 외롭고 우울하며 체격마자 왜소한 사내, 아무 자신감 없이 늘 망설이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소시민 형(型) 사내가 어둡고 휑한 골목길에서 끝없는 설렘과 열패감 속에서 지금쯤 나타나야할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내용입니다. 전자(前者)인 신촌패밀리의 시끌벅적한 골목길에 비해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지나가는 사람이나 가로등에도 외로움이 번질 정도로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노래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우연히 <유튜브>를 켜다 키가 껑충하고 입성이 변변찮은 농부풍의 중년사내가 고속도로휴게소쯤으로 보이는 어둑한 광장에서 핸드마이크를 잡고  그 쓸쓸한 골목길을 열창하는데 그 거친 목소리에 무슨 중독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지나가던 중년여자가 점퍼를 벗어던지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또 다른 여자가 백코러스를 넣으며 수많은 군중이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거대한 군무(群舞)를 본 것입니다. 

그러다 <가요무대>에서 오리지널 가수 이재민의 <골목길>을 듣게 되었는데 노래는 물론 마른 몸매에 검정안경을 쓴 가수의 인상이 유튜브보다 한결 더 외롭고 적막하다 못 해 한심하다는 느낌이면서도 묘하게 남의 폐부를 찔러오는 것이었습니다.

골목길은 우리가 자라던 시골마을에는 소똥이 흩어지고 쇠금파리가 석양을 받아 반짝이는 고샅길이었지만 노래에 나오는 골목길을 그런 정겨운 공간이 아니라 오래 된 소읍(小邑)이나 대도시의 달동네를 올라가는 가로등이 어둑어둑한 골목길인 것 같습니다. 어쩐지 섬뜩한 무섬기와 그 무섬기보다 더 막막한 외로움이 풍겨 나오는 그런 길모퉁이 말입니다.

도시에서 자란 50대 이상의 세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이 그런 골목에서 자라며 동네에서 가장 높은 목욕탕굴뚝에 명절마다 목욕을 가고 공동우물, 공동화장실이 있고 연탄리어카가 다니는 그 길에서 뛰놀며 자라서 그렇게 연인을 기다리고 손을 잡고 걷다 가로등 그늘에서 입맞춤을 하며 낳은 아이들이 자라 다시 그 골목길에서 다음 세대의 소녀를 기다리고 말입니다.

<골목길>은 그런 도시적 일상, 소시민의 애환을 잘 표현한 노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라져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라난 골목길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도시적 애환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색채를 띠기 마련인데 지금 그 골목길이 차츰 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이 모든 도시는 현대적 도시계획으로 번듯한 길과 공원, 고층 아파트로 인해 점점 골목길이 사라져버려 이대로 한 2,30년 후면 이 땅에서 그런 골목길과 단어마저 사라지고 그 호젓하면서도 적막한 골목길의 느낌을 젊은이들이 더 아상 못 느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해방 전후의 노랫말 속의 성황당이나 물레방아를 떠올리기 힘들 것처럼 지나간 시대의 유물(遺物)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노래에서 그렇게 애절하게 기다려도 좀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비단 그가 사랑하는 한 여인일 뿐 아니라 골목길이란 공간을 통해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인사하며 관심을 가지던 그 <소박한 소통과 온정의 시대>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내를 넘어 한 시대의 외로움과 쓸쓸함, 또는 인간세상의 필연적인 고독과 소외감을 잘 나타낸 꽤 의미심장한 노래, 그래서 상당한 시대적 상징성을 띤 노래이기도 합니다.

굳이 아름다운 구절을 꼽으라면 2 절 맨 끝의 반복되는 <골목길>의 연속입니다. 마치 거대한 타악기의 북채처럼 사람의 가슴 벽을 쿵쿵 울리는 도시적 외로움아 끝없이 번져가니까요.

골목길 / 작사·작곡 윤태영, 노래 이재민

오늘밤은 너무 깜깜해 
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어 
니가 오는 길목에 나혼자 서 있네 

혼자있는 이 길이 난 정말 싫어 
찬바람이 불어서 난 더욱 싫어 
기다림에 지쳐 눈물이 핑도네 

이제 올 시간이 된것도 같은데 
이제 네 모습이 보일것도 같은데 
혼자있는 이 길은 아직도 쓸쓸해 

골목길에서~ 널 기다리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골목길 * 

~반복~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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