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세상 - 5]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하나
[고전으로 본 세상 - 5]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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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9 13:17
  • 업데이트 2021.03.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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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구지도(絜矩之道)와 서(恕)로써 시민과 소통하고,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살며,
사민이시(使民以時)와 도광양회(韜光養晦) 하는 통찰력과 인내력 갖춘 인물

4월 7일은 부산과 서울시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일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돼 서로 시민의 지지를 달라고 호소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부동산이 이슈다. LH 임직원들의 투기에서 비롯된 사태가 전 공직자로 확대되면서 후보들도 이런 의혹이 없는지 검증을 받고 있다. 여당은 야당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며 공격한다. 야당 후보는 불법과 특혜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또 다른 이슈는 정권심판론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민 삶을 어렵게 했으니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은 코로나19로 생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인물은 자기들이라는 구원투수론을 전개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단어인데 외치는 사람이 달라졌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하지만 부동층이 30%를 넘고 있어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도 도움이 될 만한 고전의 가르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른바 리더의 자질이다.

동양고전 ‘대학’에서 리더의 자질로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꼽는다. 이른바 혈구지도(絜矩之道)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굽은 곱자를 재는 방법이다. 내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대학 10장에는 ‘지도자가 노인을 노인으로 대접하면 백성이 효도하는 기풍을 일으키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면 백성이 공손한 기풍을 일으킨다. 지도자가 고아를 보호하면 백성이 결코 배반하지 않으니 군자는 이런 이유로 혈구지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윗사람에게 싫었던 것을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말아야 하고, 아랫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혈구지도라고 한다’고 했다.

논어 위령공편에서는 자공이 공자에게 종신토록 행해야 할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대화가 나온다. 공자는 서(恕)라고 답했다. 공자는 서에 대해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동양고전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내 마음이 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실 민심을 알지 못하는 자가 시장이 되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과연 어느 후보가 이런 덕목을 갖췄는지를 잘 살펴보자. 요즘말로 하면 공감 능력이다.

맹자 공손추 장구상편을 보면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말이 나온다. ‘인(仁)이라는 것은 활을 쏘는 것과 같다. 몸을 바로 해 화살을 쏘았으나 그것이 명중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모든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잘못됐을 때 항상 자기의 잘못부터 돌아보는 게 습관이 된 사람, 이런 사람을 맹자는 리더라고 봤다. 요즘 정치인들에게서는 이런 덕목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 모든 게 상대당의 잘못으로 돌린다. 자기 당의 잘못을 돌아보자고 하면 간첩으로 몰린다. 탈당하라고 난리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모든 것을 상대 후보의 잘못으로 돌리는 사람이라면 반구저기의 정신과는 멀다.

맹자와 제 순우곤과의 대화에서는 권도(權道)라는 말이 나온다. 권은 사물의 무게를 재는 저울의 추를 말한다. 저울이 어떤 물건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잘 측정하여 평형을 유지하듯이 변화는 현실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대립할 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맞추려는 것을 권도라고 한다. 정치 이념이나 당의 지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이 바로 권도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유권자들은 이런 유연성과 균형감을 갖춘 인물을 시장으로 뽑아야 하겠다.

논어 학이편에는 ‘사민이시(使民以時)’가 등장한다. 공자가 천승의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말했다. 일을 공경하고 미덥게 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백성을 부릴 때 때에 맞게 해야 한다고 했다. 농사로 바쁠 때 부역을 많이 시키면 되겠는가. 한가할 때 해야 한다. 돈을 풀어야 할 때 풀지 않고 꽁꽁 묶어둔다면 이건 때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타이밍이야 말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 중 하나다.

삼국지연의 중 조조(오른쪽)가 도광양회 하는 유비를 시험하는 장면. [유튜브 / 좌독서우필사]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찾을 수 있다.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기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해 조조의 경계심을 풀도록 한 것이다. 제갈량이 천하 삼분지계를 써서 유비가 촉을 취하도록 한 다음 힘을 길러 위와 오에 대응하자는 전략 역시 도광양회이다. 이는 덩샤오핑이 취한 외교전략으로 유명해졌다. 개혁개방정책으로 국력을 키울 때까지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의 눈치를 살펴 전술적으로 협력하는 외교정책이었다. 때가 되지 않으면 일을 도모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자세다. 때가 아니면 나서지 않고 때로는 바보처럼 보일 줄 아는 지도자가 있는지 잘 살펴보자.

혈구지도(絜矩之道)와 서(恕)로써 시민과 소통하고,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살며, 사민이시(使民以時)와 도광양회(韜光養晦)하는 통찰력과 인내력이 있는 지도자를 찾아보자. 모든 것을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에 가까운 후보를 찾는다면 독자들은 자신있게 투표할 수 있을 것이다.

<不器 / 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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