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24) - 청천하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니 이는 극히 작은 기운이 엉기고 막혀서 그리 된 것이니, 우리 마음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24) - 청천하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니 이는 극히 작은 기운이 엉기고 막혀서 그리 된 것이니, 우리 마음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5.04 06:50
  • 업데이트 2021.05.0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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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24 - 청천하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니 이는 극히 작은 기운이 엉기고 막혀서 그리 된 것이니, 우리 마음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맑게 갠 푸른 하늘에도 삽시간에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며
세찬 바람과 쏟아지는 비도 갑자기 변하여 달 밝은 맑은 하늘이 된다.

천지의 작용이 한결같지 않음은 털끝만 한 것이 엉기어 그리 된 것이요, 
하늘이 한결같지 않음은 털끝만 한 것이 막히어 그리 된 것이니, 
마음의 바탕도 역시 이와 같다.

  • 霽日靑天(제일청천) : 맑게 갠 날의 푸른 하늘.  霽는 ‘비나 눈이 그쳐 맑게 갬’ 을 뜻함. 
  • 倏(숙) : 갑자기, 홀연(忽然)히, 삽시간(霎時間)에, 눈 깜짝할 사이(瞥眼間별안간)에, 순식간(瞬息間)에.  * 倏은 원래 ‘개가 재빨리 내닫는 모양’ 을 뜻한다. 그래서 犬이 들어가 있다.
  • 迅雷震電(신뢰진전) : 심한 우레와 성난 비.  迅은 ‘맹렬하다, 심하다’.
  • 疾風怒雨(질풍노우) : 사나운 바람과 성난 비.
  • 朗月晴空(낭월청공) : 밝은 달과 맑은 하늘.
  • 氣機(기기) : 하늘의 기미, 천지의 움직임, 대자연의 작용.
  • 何常(하상) : 어찌 한결같으리오.  常은 불변함, 언제나 변함이 없음.
  • 一毫(일호) : 한 터럭, 아주 작은 것을 이름.
  • 太虛(태허) : 하늘.
  • 凝滯(응체) / 障塞(장색) : 엉기고 / 막힘. 
  • 體(체) : 본체, 바탕.
  • * 霽日光風(제일광풍) 疾風怒雨(질풍노우) - 전집 제6장 참조
124 전(傳) 안견(安堅 조선 생몰연대 미상 세종~세조 연간) 연사모종(煙寺暮鐘) 79+47.8 일본 야마토문화관
전(傳) 안견(安堅, 조선, 생몰연대 미상, 세종~세조 연간) - 연사모종(煙寺暮鐘)

본장의 전체 문장을 어떻게 끊어 읽을 것인가? 채근담의 문체적 특징 중 가장 중요한 요체가 대구형식에 있음을 안다면 본장은 당연히 이렇게 끊어 읽는 것이 옳다.

霽日靑天도 倏變爲迅雷震電하고 疾風怒雨도 倏變爲朗月晴空이라. 氣機何常은 一毫凝滯요, 太虛何常은 一毫障塞이니, 人心之體도 亦當如是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훈 선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번역서들은 본장을 이렇게 끊어 읽고 있다.

霽日靑天도 倏變爲迅雷震電하며 疾風怒雨도 倏變爲朗月晴空하나니, 氣機何常이리오?  一毫凝滯니 太虛何常이리오? 一毫障塞이니, 人心之體도 亦當如是로다.

왜 이러한 실수를 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도 氣機何常과 太虛何常을 명사절로 해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를 서술절로 처리하다 보니 이 전체 문장이 대구 형식임을 놓치고 만 것이다. (시중의 번역서들 중에는 간혹 氣機何常과 太虛何常을 도저히 명사절로 볼 수 없었던 분들 중에는 <氣機何常이리오? 一毫凝滯이라. 太虛何常이리오? 一毫障塞이라.> 로 각기 나누어 끊어 읽은 이도 있다.) 

여기에 다시 풀어 해석한다.

맑게 갠 하늘에도 순식간에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 비바람이 몰아치다가도 어느새 달 밝은 하늘이 된다. // 이처럼 기상이 한결같지 않음은 털끝만 한 아주 작은 것이 엉겨 그리된 것이요 / 하늘이 한결같지 않음 또한 극히 작은 것이 막혀서 그리된 것이니 / 우리의 마음도 그 본질(바탕)은 이와 같은 이치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현대물리학의 카오스 이론과 기상학에서 말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를 읽게 되었다. 

천지의 작용과 기상의 변화라는 것이 항상 한결같을 수 없는 이유가 대기 가운데 일어나는 그 조그마한 응기고 막히는 기운 때문인데, 이를 의학적으로 비유하자면 작은 실핏줄 하나가 막히어 뇌경색을 초래하고 작은 실핏줄 하나가 터지어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다시 이를 우리의 마음에 비유하자면, 우리의 마음도 외물로부터 느끼는 조그마한 막힘과 걸림으로 인하여 온갖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겪는 것인데, 우리가 순간적으로 어떤 감정에 휩싸일지라도 곧바로 다시 평정한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에는 일순간 천둥 번개가 치고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이내 곧 맑고 깨끗한 하늘로 되돌아오듯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또한 이와 같이 해야 할 것이다.

◈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天有不測風雨(천유불측풍우) 人有朝夕禍福(인유조석화복) -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화(禍)와 복(福)이 있다.

◈ 『노자(老子)』 제23장에

希言自然(희언자연) 故飄風不終朝(고표풍불종조) 驟雨不終日(취우불종일). 孰爲此者(숙위차자) 天地(천지).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 자연은 거의 말이 없으니(자연은 말을 아끼니 - 말을 아끼는 것이 자연의 도이니) 회오리바람도 아침나절 내내 불지 못하고 소나기도 종일 내리지 못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게 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늘과 땅이 하는 일이다. 천지도 오히려 오래토록 그러지 못할진대 하물며 사람이랴?

* 노자의 <希言自然> 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나, 나는 공자가 말한 다음의 말이 이를 가장 잘 풀이한 것으로 이해한다.

子曰(자왈) 天何言哉(천하언재). 四時行焉(사시행언) 百物生焉(백물생언). 天何言哉(천하언재).
- 하늘이 언제 말을 하더냐? 그러나 계절이 여기서 움직이고 만물이 여기서 생겨나느니라. 하늘이 언제 말을 하더냐!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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