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⑥ 공존의 이유12 - 조병화
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⑥ 공존의 이유12 - 조병화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1.06.07 10:05
  • 업데이트 2021.06.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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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1
조병화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 포스터

공존의 이유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조병화 시인의 그림
조병화 시인의 그림

<시작메모>

올해는 조병화 시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인이 태어난 해가 1921년이니, 시인은 올해로 100살이 되셨다. 누가 100년을 살아남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은 죽었는데 시는 살아서 백 년, 또 백 년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인이 죽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의 시를 읽고 외우고 또 그림을 바라보면서 연민과 그리움을 함께 느낀다. 예술은 그 어느 부근에서 시작이 되었지 싶다. 사람들과 손잡고  사랑하면서 그러나 또 이별하면서 매일 시를 살았던 시인. 일제 강점기를 지나 이중언어의 세대로 살면서도 치열하게 모어母語를 탁마 했던 사람. 조병화문학관에서는 조병화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삽화전 <그때 그곳 Ⅲ>를 준비했다. 안성 난살리 부근 바람처럼 왔다가 문득, 시인의 시와 그림들을 둘러보면 좋겠다. 그리고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만 사귀다' 그대,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되겠다.

'조병화 시 축제' 포스터를 들어보이는 필자

◇손현숙 시인은 :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