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59) - 자기가 가진 것 자랑하지 말고 남이 가진 것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이 학문의 제일 잠언이 되니 누구나 타고난 양지양능(良知良能)이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59) - 자기가 가진 것 자랑하지 말고 남이 가진 것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이 학문의 제일 잠언이 되니 누구나 타고난 양지양능(良知良能)이 있기 때문이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6.09 06:00
  • 업데이트 2021.06.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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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59 - 자기가 가진 것 자랑하지 말고 남이 가진 것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이 학문의 제일 잠언이 되니 누구나 타고난 양지양능(良知良能)이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자기가 가진 무한한 재보(財寶)는 버려두고 
동냥 그릇을 들고 남의 집 대문을 서성대며 구걸한다고 했으니

또 말하기를, 벼락부자가 된 가난뱅이더러 꿈 같은 이야기는 그만두어라 
누구 집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 안 나랴 했으니

하나는(전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알지 못함을 경계한 것이고
또 하나는(후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함을 경계한 것이니
(이 둘은) 가히 학문의 간절한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 前人云(전인운) : 옛사람이 말하기를.  前人은 古人과 같음.
  • * 여기서 前人은 명대(明代)의 양명학자 왕양명(王守仁 1472~1528)을 말한다.
  • 抛却(포각) : 버려두다, 포기(抛棄)하다.
  • 無盡藏(무진장) : 아무리 써도 바닥이 나지 않는 무한함.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양능(良知良能)의 선천적인 능력을 말함.
  • 沿門(연문) : 남의 집 대문을 기웃거림.  沿은 ‘(물이나 길을) 따르다’ 의 뜻으로 여기서는 문 앞을 ‘서성대다’ 는 의미이다.
  • 鉢(발) : 바릿대, 즉 밥그릇.
  • 效貧兒(효빈아) : 거지 흉내를 냄.  效는 ‘흉내냄’, 貧兒는 ‘거지’.
  • 又云(우운) : 또 말하기를.
  • 暴富(폭부) : 벼락부자, 졸부(猝富). 猝은 ‘갑자기’. 
  • 休(휴) : 그만두다, 그치다, 쉬다. 여기서 休는 일종의 금지사로 쓰인 것이니 ‘~하지 말라’ 는 뜻이다.
  • 竈裡(조리) : 부엌 안(속).  竈는 부엌.  조왕신(竈王神).  裡는 裏와 동자(同字).
  • 箴(잠) : 경계(警戒)하다.  箴은 원래 ‘시침바늘’ 인데 전(轉)하여 ‘경계하다’ 의 뜻을 갖는다.
  • 自眛所有(자매소유) : 원래 가지고 있는 것(良知)을 스스로 깨닫지 못함.  眛는 ‘어두움, 알지 못함’ 을 뜻함. 
  • 自誇所有(자과소유) : 가지고 있는 것(재물이나 잔재주)을 스스로 자랑함.
  • 切戒(절계) : 간절한 경계, 절박한 깨우침.
159 김홍도(檀園 金弘道 조선 1745~1806) 송하취생도(송하취생도) 109+55 고려대학교박물관
김홍도(檀園 金弘道, 조선, 1745~1806) - 송하취생도(松下吹笙圖)

◈ 왕양명(王陽明)의 영양지사수시제생(詠良知四首示諸生)

箇箇人心有仲尼 (개개인심유중니)  모든 사람 마음속에 공자님이 계신데
自將聞見苦遮迷 (자장문견고차미)  보고 듣는 것으로 가려져 스스로 미혹되네
而今指與眞頭面 (이금지여진두면)  지금 곧장 진리를 가리켜 줄 것이니
只是良知更莫疑 (지시양지갱막의)  다만 양지(良知)라는 걸 다시 의심 말게나

問君河事日憧憧 (문군하사일동동)  그대들에게 묻노니 무슨 일로 매일 동동거리며
煩惱場中錯用功 (번뇌장중착용공)  번뇌 속에서 공부를 그르치는가
莫道聖門無口訣 (막도성문무구결)  성인의 문하에 비결 없다 하지 말게
良知兩字是參同 (양지양자시참동)  양지(良知) 이 두 글자가 바로 그것이라네

人人自有定盤針 (인인자유정반침)  사람마다 자기의 나침반이 있으니
萬化根源總在心 (만화근원총재심)  만물 변화의 근원은 모두 마음속에 있다네.
却笑從前顚倒見 (각소종전전도견)  우스운 건 지금까지 지녀왔던 거꾸로 된 생각이니
枝枝葉葉外頭尋 (지지엽엽외두심)  (여지껏) 모든 일을 밖에서 구하였네

無聲無臭獨知時 (무성무취독지시)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홀로 아느니 
此是乾坤萬有基 (차시건곤만유기)  이것이 바로 천지만물의 바탕이네
抛却自家無盡藏 (포각자가무진장)  자기 속의 무진장은 던져 버리고
沿門持鉢效貧兒 (연문지발효빈아)  문전마다 밥을 비는 가난뱅이여

※ 왕양명이 자기의 중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양지(良知)’ 를 제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지은 시이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읊은 시를 적지 않게 썼다고 한다.

첫 번째 시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공자가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공자라는 성인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는 말은 모든 이가 공자처럼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고 듣는 것, 즉 외부의 것들 때문에 스스로 그 가능성을 가린다고 얘기하며 진실한 존재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양지라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시는, 누군가에게 질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의 공부법을 번뇌 속에서 하는 공부라고 표현하여 그들의 공부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 자체가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시이기 때문에 질문 받는 자는 그의 제자일 가능성이 크고, 그들이 제대로 된 공부법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듯하다. 또 한번 더 양지를 언급하여 양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 시에서는 양지를 나침반에 비유한다.  ‘만물 변화의 근원’ 은 아마도 ‘리(理)’ 일 것이고 그 ‘리’ 가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의 심즉리(心卽理)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전까지 바깥의 것들을 관찰하여 거기서 만물의 이치인 ‘리’ 를 추구하였던 것을 우스운 것, 거꾸로 된 생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 깊다. 그 거꾸로 된 생각이란 아마도 주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격물치지(格物致知)’ 를 의미하는 것 같다. 

마지막 시에서는 소리도 냄새도 없지만 스스로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양지의 성질이다. 형이상학적인 것이어서 감각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지라는 것은 이미 날 때부터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이미 자신의 안에 있는 양지를 무시하고 바깥에서 찾는 행위를 거지 흉내로 비유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왕양명(王守仁 1472~1528)의 <심즉리(心卽理)> 사상

본명은 수인(守仁). 자는 백안(伯安), 호는 양명(陽明). 시호는 문성(文成). 
심성론(心性論)으로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철학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양지(良知: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마음)가 바로 천리(天理:세상의 올바른 이치)라는 그의 주장은 12세기에 활약한 성리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각각의 사물에 그 이치가 있다’ 라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대립한다. 왕양명의 주장은 전통 유교사상과 어긋난다는 인식 때문에 한동안 사학(邪學)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질병과 고독 속에서 36세가 되던 해의 어느 날 밤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즉 천리를 탐구해나가는 데 있어 주자의 이론에 따라 실재하는 사물에서 이를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 이치를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렇게 하여 왕양명은 12세기의 철학자 육구연(陸象山 1139~1193)이 처음 주장하기 시작했던 심성론을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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