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대교, 민관거버넌스 통해 환경적·경제적 최적노선 선택해야
대저대교, 민관거버넌스 통해 환경적·경제적 최적노선 선택해야
  • 시민시대 시민시대
  • 승인 2021.08.27 20:26
  • 업데이트 2021.08.28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창 경성대학교 교수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시에 대저대교 4개 대안노선을 제시

4. 대저대교 관통 예정지인 삼락생태공원의 강나루길
 현재 계획 상 대저대교가 관통 예정인 삼락생태공원의 강나루길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조작 문제로 부산시의 건설계획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환경부가 부산시에 대안을 제시했고, 시민단체도 환경부가 제시한 안 가운데 환경적․경제적으로 최적노선을 민간거버넌스를 통해 채택하자고 제안하는 새로운 범시민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6월 28일 ‘대저대교 노선선정을 위한 겨울 철새 공동조사․평가 협약’에 따라 큰고니 도래기 서식 현황 조사결과와 4개의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전문가 논의를 통해 결정된 4개의 대안노선을 제시했다.

환경청은 부산시의 만성적 교통 정체 해소를 위한 낙동강 횡단교량 건설과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 환경보전 사이에서 발생한 공공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일 부산시, 환경단체와 함께 ‘겨울철새 공동조사․평가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 따라 추천된 4명(부산시 2명, 환경단체 2명)의 조사위원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겨울철새 도래기 동안 낙동강 본류 구간의 큰고니 서식현황을 총 62회에 걸쳐 조사했다.

환경청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부산시의 계획노선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먹이터와 잠자리가 위치하는 핵심서식지를 관통하며, 교량의 존재는 직·간접적으로 큰고니 먹이터 이용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먹이터로 접근하는 큰고니의 비행을 방해하여 서식지 파편화를 초래하며, 잠재적으로 서식지 이용률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큰고니의 서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핵심서식지를 우회하는 교량건설 대안이 필요하며, 서식지 파편화로 인한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교량의 기점과 종점을 달리하는 변경안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며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평가위원회는 또한 대안노선을 선택하여 진행하더라도 큰고니의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멸종위기종의 서식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 먹이자원 육성, 보호지역 설정 및 침입 차단, 선박통제 등의 관리계획을 충실히 수립하여야 할 것임을 덧붙였다.

사진1-당초 대저대교 노선은 삼락생태공원 일대를 포함해 낙동강하구의 주요한 큰고니 서식지를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당초 대저대교 노선은 삼락생태공원 일대를 포함해 낙동강하구의 주요한 큰고니 서식지를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제시된 대안은 당초 계획노선 상류로 우회하는 수관교 근접 1개 노선과 하류 우회 3개 노선이다. 환경청은 큰고니 등 철새서식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핵심서식지(대저생태공원 남측 신덕습지 일원)를 우회하고, 교량으로 인한 큰고니 이동 장애를 줄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에 도래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환경부), 천연기념물(문화재청)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향후 환경청이 제시한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하고, 평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청이 부산시에 제시한 4개 대안노선은 아래 사진과 같다. 아래 그림을 보면 기존노선(안)은 부산시가 제출한 안으로 환경청이 반려한 안이다. 환경청은 1위부터 4위까지 우선순위를 메겨 대안노선을 제시했는데 1위안(1안)은 수관교에 근접하여 기존 종점으로 접속하는 노선이며 2위안(4안)은 경전철에 근접한 노선이다. 3위안(3안)은 공항교차로까지 연장하여 신규종점으로 접속하는 노선이며 4위안(2안)은 공항교차로까지 연장하여 기존종점으로 접속하는 노선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산시에 제시한 4개 대안노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산시에 제시한 4개 대안노선

시민행동, 부산시에 경전철 근접안(4안) 최적안 채택 촉구 나서

이에 대해 시민행동은 7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최적안’ 채택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저대교 노선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무조건 반대’가 아닌 ‘최적안’ 채택을 제안한 것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7월 12일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는 시민이 공감하는 대저대교 건설 최적안 채택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환경청이 제시한 4가지 대안노선을 비교분석한 결과, ‘경전철 근접 건설안’이 자연훼손이 가장 작으면서도 교통개선과 경제적 효과는 물론 사회적․기술적 측면에서도 최적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경전철 근접안은 환경청이 제시한 4안으로 2위안이다. 4개 노선안 가운데 가장 낙동강 하류 쪽으로 기존의 경전철에 근접해 있다. 시민행동은 “부산시가 이 안을 채택해 건설을 추진할 경우 협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경전철 근접안에 대해, 시민행동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으로 보고 있다. 즉 기존의 부산-김해간 경전철 교량에 근접해 교량을 건설함으로써 서식지 파편화를 막아 큰고니 서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삼락생태공원 훼손이 가장 작고 교량 길이도 가장 짧다는 것이다. 이 안은 ‘교통개선 효과가 최대’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과 르네시떼, 홈플러스 등 서부산에서 가장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많은 광장로와 바로 연결되어 시외버스 등이 감전IC로 우회하는 것을 없애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으로 연결되는 서부산낙동강교의 교통분산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나머지 안들은 모두 부산-김해간 경전철 교량을 넘어 건설되어 강서구쪽 IC가 기형적으로 건설되어야 하고, 신호대기 과정을 거쳐 접속하기에 이용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부산시 김광회 도시균형발전실장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제공]

시민행동은 또 경전철 근접안이 ‘경제성면에서도 최대’라고 내다봤다. 이 안의 경우 다른 안과 달리 경전철 교각 위를 넘어갈 필요가 없고 강변의 둔치 등을 이용해 공항로와 바로 연결되는 IC 건설이 가능해, IC 건설을 위한 사유지 매입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전철 근접안은 경전철 건설 등을 위해 주변 지질에 대한 조사가 이미 끝난 상태이며, 낙동강 횡단구간 직선화와 연약지반 통과구간 최소화로 시공성과 구조·기술적면에서도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안의 경우 문화재 현상 변경이나 시민 민원 발생 소지, 나아가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때 ‘사회적 측면이나 사업 추진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환경청이 1위안(1안)으로 추천한 ‘수관교 인접안’은 서식지 파편화를 최소화하여 큰고니 서식지 보호 효과는 있으나 삼락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을 통과하는 거리가 증가해 생태공원 훼손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행동은 환경청이 제시한 공항교차로까지 아래로 내려가는 3위안(3안)과 4위안(2안)은 서식지 파편화를 초래해 큰고니 서식이 불가능하다며 애초에 대안노선으로 제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하구의 자연을 지키면서도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구체적 모범 사례가 부산시와 박형준 시장의 큰 결단에 의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며 “환경적, 교통적, 경제적 모든 면에서 최적안인 경전철 근접 건설안이 채택될 수 있는 여론 조성을 위해 범시민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환경청이 제시한 4개 대안노선에 대해 시민행동이 평가한 내용을 정리하면 (표)와 같다.

(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시한 4대 대안노선에 대한 시민행동의 평가표

환경청 제시안

1위 안

2위 안

3위 안

4위 안

1

4

3

2

비 고

수관교우회안

경전철근접안

신규종점~공항교차로 연장안

공항교차로까지 연장안

1. 공동 조사 반영 정도

 

 

 

공동 조사

결과 반영

일부 반영

반영

미반영

미반영

서식지 파편화

일부 발생

최소 발생

최대 발생

최대 발생

큰고니 서식 피해

일부 발생

최소

서식 불가

서식 불가

멸종위기종

서식지 피해

발생 (김해평야,서낙동강)

발생 (김해평야,서낙동강)

최대 파괴

최대 파괴

2. 낙동강하구 생태공원 피해

 

 

 

삼락생태공원

상단부 훼손

최소 훼손

최대 훼손

최대 훼손

대저생태공원

하단부 훼손

미훼손

미훼손

미훼손

경 관

훼손

최소 훼손

최대 훼손

최대 훼손

3. 도로 계획 및 교통 개선

 

 

 

계획 변경

노선변경

계획 변경

계획 변경

노선변경

교통 개선

일부 효과

효과 최대

일부 효과

일부 효과

건설 예산

증가

감소

증가

증가

건설 시기

증가

크게 감소

증가

증가

4. 추진 가능 여부

 

 

 

문화재청 형상변경

어려움

설득 용이

가장 어려움

가장 어려움

시민 민원

민원 발생

여론 개선

민원 최대 발생

민원 최대 발생

법적 문제

일부 발생

최소 발생

최대 발생

시민단체

최대 협조

1. 전략환경영향평가 정상 작성 여부 미확인

2. 거짓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으로 진행된 공청회, 주민설명회 적법성 시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 부산시와 시민단체 민관거버넌스 원탁회의 머리 맞대야

환경청의 4개 대안노선 제시 이후 아직 부산시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대략난감’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존노선에서 아래쪽으로 우회하는 2안(4위안)이 그나마 기존노선에 가장 근접한 것이지만 이것은 시민단체가 가장 반대하는 노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부산시가 이러한 시민단체와 단 한 차례도 대저대교의 노선계획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민행동 쪽이 먼저 부산시를 찾아갔다. 시민행동 관계자들은 7월 16일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장을 찾아가 지난 12일의 기자회견 내용을 설명하고 박형준 시장에게 시민단체의 입장을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면담에는 김정환 부산YWCA 총장, 강미애 부산여성환경연대 대표, 황재문 부산YMCA시민중계실장,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준) 공동집행위원장과 필자가 함께 했다.

시민행동 측에서는 김광회 실장에게 부산시가 시민이 공감하는 대저대교 건설 최적안 채택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하고, 최적안 공동 채택을 통해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을 함께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적안 채택을 위한 원탁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이러한 시민행동의 뜻을 박형준 시장께 충분히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실장은 “공동조사 노력을 존중한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과오가 있었고 해소과정으로 공동작업을 하게 된 점에 죄송하다”며 “새로운 대안을 존중하면서 계획을 수립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개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부산시는 대안노선 4가지 안 중 계획변경 가능성,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비, 타법령과의 충돌 여부 등에 대해 내부 검토중인데 실제 사업비변경을 해야 한다면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수용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시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회의을 열어 의논하고 시장께 현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강미애 대표는 “환경청이 제시한 3안(3위안)의 경우 사상지역 주민들도 생태공원이 망가질 우려가 있기에 크게 반대할 소지가 있다”며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 지속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인데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대저대교 최적안이 채택되면 국제적으로 홍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님의 의지가 열쇠”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시민행동 측은 “부산시가 민관거버넌스 차원에서 원탁회의를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명분 있는 시민운동이자 성공하는 시민운동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히고 부산시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촉구했다. 이런 점에서 시민행동은 8월 초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해 환경·교통·경제 분야의 전문가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세미나, 공청회, 토론회, 시민원탁회의 등 전문운동과 함께 부산시를 압박하는 최적안 채택 범시민여론 조성을 대중운동을 병행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제부터 부산시의 태도가 중요하다. 민관거버넌스를 시정의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대저대교 건설과 관련해 환경청, 부산시, 시민행동의 ‘겨울철새 공동조사 협약서’에 따르면 평가위원회는 겨울철새 공동조사와 환경영향평가서 현지·문헌조사 결과 등을 통해 대저대교 건설로 인한 큰고니 등의 서식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저대교 대안노선을 결정·제시하고 협약 당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돼 있다. 부산시가 검토과정에서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있는 그대로 사유를 내놓고 시민·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가는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사진2-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2일 부산시의회 뉴스룸에서 환경청이 제시한 4개 대안노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2일 부산시의회 뉴스룸에서 환경청이 제시한 4개 대안노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민행동 제공]

도시계획의 전환 - 인구감소, 기후위기시대 ‘축소지향의 도시계획’ 필요한 때

부산시가 추진하는 대저대교 건설계획은 2001년 엄궁대교 사상대교 등과 같이 입안돼 20년 전에 계획된 다리이다. 당시 부산시는 2020년 400만 인구를 예상하고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다리 건설계획이 저출산 고령화사회의 미래수요예측, 교통량 분석이 정확한 지, 예산낭비는 없는지, 또한 환경이나 문화재를 훼손하지는 않는지 제대로 살피는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 차제에 부산시의 교량건설 필요성을 도시계획, 나아가 도시전략 차원에서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횡단 교량이 이미 10개나 있고, 부전-마산간 복전철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하단-녹산간 경전철 또한 추가 건설 예정이어서 결코 다리가 적지 않기에 오히려 ‘다리 다이어트’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 대 강북 인구가 498만 대 466만 명인데 비해 부산 도심 대 강서 인구는 325만 대 12만9천 명이다. 예측과 다른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종래 2020년의 부산 인구를 396만6천 명으로 예측했으나 2019년 실제 부산 인구는 337만3천 명이며, 2025년 319만, 2035년엔 301만 명으로 급감 추세이다. 교통량 부족으로 을숙도대교는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보전하고 있으며, 액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대저대교 입안 시 시내시외 차량교통량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차량교통 연도별 비교’(2018년 10월 기준)를 보면 낙동강과 도심을 연결하는 주요도로망인 대동요금소, 북부산요금소, 국도14번(김해교) 모두 2013년에 비하여 2017년에 오히려 감소했다.

지금 세계는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맞춰 도시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인구감소시대의 마을만들기-21세기 축소형 도시계획의 추진』(나카야마 도루, 2010)이란 책에는 유럽의 다양한 축소형 도시계획 사례가 소개돼 있다. 독일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축소형 도시계획이 정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옛 동독지역의 경우 1990년대 통일 이후 옛 동독 베를린이나 라이프치히 등 주요도시의 외곽에 조성된 고층빌딩의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라이프치히시 그류나우지구는 1990년대초 지역인구가 8만5천명이었는데 20년만인 2010년대초에는 4만5천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라이프치히시는 2002년부터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 계획수립을 시작했다. 독일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 계획 수립 필요성이 인식돼 보조제도도 정비됐다.

그 대책 중 하나가 감축減縮 즉 ‘건물 다이어트’이다. 라이프치히시는 2007년 시내 12층 아파트 2동의 거주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그 중 한동을 철거하고 이를 공원으로 만들었다. 또한 시내 건물의 엘리베이터나 베란다를 리모델링하고 중심부의 주택지구는 남기고 주변부의 주택지구를 지구별로 철거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베를린시의 한 아파트는 거주인구가 줄자 12층짜리 아파트 중 7층 이상을 철거해 지금은 6층짜리 아파트로 줄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철저히 시민적 논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유럽의 교통정책은 이제 자동차교통의 재검토, 대중교통의 재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령화사회에는 고령자가 자동차운전을 하기 어려워지기에 대중교통 확충을 중시한다. 도시마다 경전철[LRT:Light Rail Transit] 도입을 통해 노인친화적, 사회취약자를 고려한 안전한 교통수단을 확장하고, 이러한 과정을 도시계획, 마을만들기 차원에서 철저히 시민참여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우리 부산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1990년대말 해운대 센텀시티의 ‘영화의 전당’ 앞 나루공원(2005년 개장)은 당초 부산시가 지상으로 강변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승환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가 “이건 최악의 그림이다. 도로를 지하로 넣고 그 위에 녹지가 펼쳐지는 강변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도로를 지하화함으로써 온전한 강변공원이 조성되며 조성비용 등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으나 부산시는 지하화 추가공사비 600억 원이 든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나서 부산시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끈질긴 설득 끝에 부산시가 강변도로 전체 2km 중 1km구간을 지하화하기로 계획변경을 해 그나마 오늘의 나루공원이 탄생할 수 있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부산시의 당초안대로 갔다면 센텀시티의 나루공원은 공원 기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당시 부산시가 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 영화의 전당 앞 도로와 나루공원이 연결되도록 나머지 1km 구간도 지하화했더라면 지금은 ‘센텀시티의 허파’로서 더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녹지공원을 조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대저대교 건설 노선을 놓고 다시 선택의 시간이 왔다. 부산시는 이번에는 ‘절반의 성공’이 아닌 민관거버넌스를 통한 ‘완전한 성공’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미래는 단지 예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20세기 공무원의 발상’에서 벗어나야 21세기 부산이 산다. 이제는 종래의 ‘확대지향의 도시계획’ ‘관료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시민과 공감하는 새로운 부산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장의 리더십과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노선 추진 범시민운동분부 공동대표 / 본지 편집위원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