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5) - 하동 악양 동매리 평촌마을에서 가진 ‘차사랑’ 차회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5) - 하동 악양 동매리 평촌마을에서 가진 ‘차사랑’ 차회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1.09.13 12:44
  • 업데이트 2021.09.14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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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면 동매리 평소촌마을 신판곤 대표님 댁서 차회
드물게 가게도 있던 버스종점 마을, 운전기사 자고가
범바구집서 저녁먹고 부춘다원에 가 다양한 차 마심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 평촌마을 신판곤 대표님 댁에서 가진 차회.

12일 오후 4시에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 평촌마을에 있는 신판곤 대표님의 댁에서 오랜만에 ‘차사랑’ 차회(茶會)를 가졌다.

승용차가 없어 필자가 사는 목압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오후 1시 10분에 하동 가는 버스를 타고 악양면소재지에서 내렸다. 백경동 차회 회장님이 승용차로 하동읍내 아파트에서 이곳을 거쳐 차회 장소로 가는 길목이므로 얻어 타려는 목적에서였다. 노트북을 가져왔으므로 어디 카페에 들어가 글을 쓰면서 기다릴 심산이었다. 오후 2시쯤이었다.

‘양탕국아저씨’와 ‘커피소녀’ 상호 2개가 붙은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갔다. 아주 작은 카페였지만 내부가 예뻤다. 커피 값이 3천 원인데 맛이 독특하고 좋았다. “이 작은 카페가 11년째 영업 중”이라고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시집이 많이 꽂혀 있었다. 사장님은 백 회장님과 신 대표님을 알고 계셨다. 오후 3시 반쯤에 백 회장님이 카페 앞에 차를 주차하셨다. 차를 얻어 타고 신 대표님 댁으로 갔다.

부춘다원의 여봉호 명장님은 오늘 가을찻잎을 딴다고 참석하시기 힘들다고 하셨다. 구례에서 모시고 온 분들이 오후 5시까지 찻잎을 채취하고 나면 구례까지 그분들을 태워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 대표님 댁에서 바라본 칠성봉. 악양 들판을 감싼 능선이다. [사진 = 조해훈]

차회 회원은 5명인데, 한 분은 세종시 쪽에 사시는 데다 고위공무원이어서 바빠 거의 참석하지 못하신다. 그러다보니 주로 필자를 포함해 4명이 차회에 참석한다. 여 명장님이 오늘 참석하지 못하시어 세 사람이 차회를 한다.

신 대표님은 현재 사업체가 있는 경기도 용인과 이곳을 오가며 생활하신다. 그는 “원래 제 고향집은 바로 아래 평촌(平村)마을에 있었다. 할머니 산소가 지금 이 집 위쪽 산에 있다. 산소에 가려면 남의 과수원을 거쳐야 한다. 과일을 몰래 따는 것도 아닌데 늘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마침 이 산을 판다고 해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구입했다. 그리곤 지금의 이 집을 지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악양면에 악양국민학교·매계국민학교·축지국민학교 3개 국민학교가 있었다. 그때 한 학년에 한 반이 있었는데 70명이었다. 동매리에 8개 마을이 있었다. 평촌마을은 버스 종점으로 악양에서는 드물게 가게가 무려 3개나 있었다. 제 집에 버스 기사와 차장이 밤에 자고 아침에 나갔다. 제 집은 그때 두부 등을 만들어 팔았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신 대표님이 새로 지은 집은 회남재로 올라가는 길가에 있으며, 평촌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악양 들판을 감싸고 있는 산 능선인 칠성봉이 바로 보였다.

지난 8월은 너무 더워 차회를 휴지(休止)했다. 이번부터는 연장자 순으로 팽주(烹主)를 맡아 차와 저녁식사를 내기로 했다. 신 대표님의 사모님이 이번 주에는 오시지 않아 저녁 식사를 밖에서 하자고 하셨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하동읍 흥룡마을에 있는 ‘범바구집’에서 옻닭을 먹기로 했다. 대렴차문화원 인근이었다.

악양면소재지에 있는 자그맣고 예쁜 카페 '커피소녀'에서 필자

필자는 식당에 들어가 사장님께 ‘범바구’가 무슨 말인지 물어봤다. 사장님은 “한자로 하면 ‘호암(虎岩)’입니다.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게 아니라, 이곳의 바위를 깨면 호랑이 무늬가 나옵니다. 그래서 호랑이 바위라고 합니다. ‘바구’는 바위의 사투리이죠.”라고 설명해주셨다.

필자는 처음 와보는 식당이었다. 먼저 뜨끈하고 진한 옻닭 국물이 나왔다. 이어 나온 닭고기를 사모님이 먹기 좋게 찢어주셨다. 고기도 옻물이 잔뜩 배어 맛이 좋았다. 조금 있으니 녹두 등을 넣고 끓인 죽이 나왔다. 죽도 맛이 좋았다. 세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남은 고기는 포장을 해달라고 해 사모님이 오시지 않아 혼자 계시는 신 대표님께 드렸다.

필자는 너무 맛있게 먹어 식당 사장님과 사모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곤 이 식당을 예약하신 신 대표님과 백 회장님께도 “좋은 식당을 알려줘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부춘다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차사랑' 차회 회원들. 왼쪽 앞에서부터 여봉호 명장님, 신판곤 대표님, 백경동 차회 회장님, 필자, 그리고 차를 우려주시는 서울서 오신 차인.

여 명장님이 “차 한 잔 하러 오시라”고 하시어, 부춘다원으로 갔다. 마침 서울 쪽에서 부춘다원으로 차를 만들러 오시는 여성 차인께서 차를 내어주시며 “좀 전에 여 명장님이 만든 추차(秋茶)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차 맛이 숙성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향과 맛이 났다. 이어 여 명장님이 다양한 차의 맛을 보여주셨다. 특히 8년 되었다는 차를 우려 주셨다. “이 차는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 VIP손님들에게만 맛을 보여드린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는 중에 여 명장님이 “백신은 2차까지 다 접종하셨죠?”라고 물으셨다. 모두 “접종 다 마쳤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하다 밤 9시쯤에 헤어졌다. 다음 달에는 필자가 팽주를 맡아 차와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백 회장님 차를 얻어 타면서 “화개면소재지까지만 태워주십시오. 거기서 택시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백 회장님은 “무슨 말씀을요?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요.”라며, 결국 집까지 태워주셨다.

오전에 집에서 차를 제법 마셨는데, 차회를 하면서 또 많은 차를 마셨다. 오늘 차인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늦게까지 마셔 속과 마음이 편안하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 massjo@injurytime.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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