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7) - 능수버들의 반영(反影) 찾아 길을 떠나다
[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7) - 능수버들의 반영(反影) 찾아 길을 떠나다
  • 박홍재 박홍재
  • 승인 2021.10.06 14:00
  • 업데이트 2021.10.0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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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지의 버드나무와 물에 반영된 버드나무
반곡지의 왕버들과 물에 비친 반영(反影). 물풀에 반영이 선명하지 않다.
반곡지 버드나무 데칼코마니
데칼코마니 기법을 연상케 하는 반곡지 왕버들과 그 반영(反影)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꽉 막혀 있다. 숨통을 트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마침 경산에 사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자전거 타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마침 가고 싶은 곳 반곡지를 친구에게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경산 사람이 모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사설을 읊는다. 하기야 부산 사는 나도 아는데 경산에 사는 그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 내가 갈 테니 함께 가보자. 일사천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도 아마 대단히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간다. 기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전화했다. 도착 시각에 맞추어 경산역사 앞에 와 주었다. 차를 타고 반곡지로 향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 반곡지가 있는 곳이다. 아마도 이곳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왕버들 반영(反影)의 그림이 아름다운 곳이다. 나 역시 보아온 사진 중에서 한 번 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사진의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5월의 반곡지는 물풀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물풀에 왕버들 반영이 말끔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카메라에 담는다.

반곡지를 한 바퀴 돌면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그동안 답답함을 나눈다. 아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찜질방에 다녀와서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겪었다고 한다. 참 할 짓이 아니더라고 하면서 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야지 하면서 그 시간의 지긋지긋함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에 담으면서 반곡지가 ‘문화체육관광부 2011년 3월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2013년 10월 안전행정부 ‘우리 마을 향토지원 Best 30선’에 선정되기도 한 곳이었다.

또한 2012년 6월 MBC 사극 「아랑사또전」, 2012년 7월 KBS 사극 「대왕의 꿈」, 2014년 7월 「허삼관매혈기(하정우,하지원 주연)」 등 드라마·영화를 찍은 명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홍천기’도 촬영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특히 키스신이 많아서 더욱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곳이랍니다.

인고의 버드나무
인고의 버드나무
반곡지 둑길과 왕버들

자그마한 소류지이지만 오래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연못에 뿌리를 뻗고 자라온 성장의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왕버들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서 풀피리를 꺾어 놀이로도 할 수 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욱더 좋아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면서도 생명력은 그 끈질김이 서민을 닮았다고나 할 수 있겠다. 그 휘어진 가지 품새며 품고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것 역시 그만큼 모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너른 아량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위에 몇 되는 음식점들도 거의 문을 닫고 한 곳이 문을 열어 두었는데도 손님이 보이지를 않았다. 마을 역시 조용할 뿐 다만 개 짖는 소리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낯선 사람으로 비친 모양이다.

여기는 계절에 따라 그 뽐내는 풍경이 다르겠다는 것을 느낀다. 봄에는 복숭아꽃이 어울리고 여름에는 풍성한 잎이 또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가을에는 필수적인 단풍들 무렵이면 그 절정을 이루겠다 싶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더할 나위 없이 그 풍경은 최고가 될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친구와 대화도 조금 멀어지고 있을 때 ‘후투티’ 새가 카메라에 잡힌다. 처음 보는 새인데 아마도 왕버들 둥치의 구멍에 둥지를 틀고 있어 들어가려니 낯선 사람들 때문에 서성이고 있는 것 같았다.

흔치 않은 새 후투티의 자태
흔치 않은 새 후투티의 자태

아이들이 있었다면 나무에 올라가서 새집을 건드리겠지만, 요즘 농촌 마을에 조용한 가운데 아이들은 보기란 힘이 든다. 부모님과 함께 구경삼아 올지는 모르지만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은 볼 수도 없다.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친구와 한 바퀴 돌고 나서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잔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에 계절이 바뀌면 다시 한 번 같이 와서 또 다른 반곡지를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을 하며 경산역에 와서 부산 가는 기차를 탔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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