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환경칼럼] 초고층빌딩 증후군? 고층난민? - 초고층 아파트 건강·재해 대책이 절실하다
[김해창 교수의 환경칼럼] 초고층빌딩 증후군? 고층난민? - 초고층 아파트 건강·재해 대책이 절실하다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22.05.20 16:53
  • 업데이트 2022.05.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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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건축 전문가의 '유럽은 왜 초고층빌딩을 짓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칼럼
유럽 건축 전문가의 '유럽은 왜 초고층빌딩을 짓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칼럼

“초고층빌딩 증후군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고층난민이란 말은요?”

‘새집 증후군’은 들어봤는데 ‘초고층빌딩 증후군’ ‘고층난민’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 건축법과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층아파트는 층수가 30층 이상이고 높이가 120m 이상일 경우를, 초고층 아파트는 층수가 50층 이상이고 높이가 200m 이상인 건물을 말한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고층아파트에 대한 문제점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제법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초고층건물, 특히 초고층아파트에 대한 건강상 문제나 재해위험에 대한 내용은 언론은 물론 책자로도 소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도카이(東海)대 의학부 아이사카 후미오(逢坂文夫) 교수는 『무서운 고층아파트 이야기(コワ~い高層マンションの話)』에서 자신의 ‘6층 이상& 33세 이상 44% 유산’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고층빌딩의 미세한 흔들림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이사카 교수의 ‘후생성 심신장애 연구 1993년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산·사산의 비율은 1~2층에서 6.0%, 35층에서 8.8%, 6층 이상이 20.88%로 층이 높아질수록 급증했으며 그 후 지속적인 조사에서도 거의 같은 비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초 5층 이하 아파트엔 엘리베이터 설치 의무가 없기에 계단 오르내림의 심한 운동에 의해 유산율이 높아진다는 설이 있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조사를 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5층 이하보다 6층 이상이 더 유산·사산 경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 아이사카 교수는 2010년 7월 ‘일본 임상환경의학회’에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2008년 5월까지 10년간 요코하마 시내 3개소의 보건소에서 어린이 검진을 한 어머니들을 설문조사(아파트 거주자 모수 1,957명)한 결과 1, 2층 거주자의 유산 경험자 비율은 8.9%, 3~5층은 9.2%, 6~9층은 17.8%, 10층 이상은 21.4%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27세 이하는 어느 층이나 5% 내외였다. 그러나 28~32세의 경우 1, 2층 주거자의 유산 경험자 비율은 10.2%, 3~5층은 9.0%, 6~9층은 17.6%, 10층 이상은 21.1%로 평균 10.5%였다. 33세 이상의 경우 1,2층 주거자의 유산 경험자 비율은 22.4%, 3~5층은 21.1%, 6~9층은 38.1%, 10층 이상은 44%였다.

일본 『주간 여성』(2015년 11월 17일)의 작가 지와 히토미(千羽ひとみ) 칼럼 ‘타워 아파트 고층에 살면 건강에 나쁜가?’는 고층아파트에 살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 소개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아이사카 교수의 ‘고층 거주와 건강-거주 층수별 유산 비율에 대하여’라는 논문 외에도 10층 이상에 사는 아이들이 외출이 줄어 30% 이상이 저체온아가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표-1] 저체온아는 10층 이상 거주자에게 많다는 연구 결과

 

[표-1]은 아파트 층별 유치원아의 기상시의 체온 비율이다. 36도 미만의 저체온아가 1~2층 거주아에서는 전체의 2할보다 좀 더 높은데 비해 10층 이상에서는 3할보다 좀 더 높다는 것이다. 아이사카 교수는 고층에 살다보니 아이가 밖에 나가지 않게 돼 신체를 이용한 놀이를 하거나 할 수 없기에 저체온이 되며, 저체온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표-2]는 아파트 거주층별 아동의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비율이다. 초등학생 알레르기성 질환은 두드러기를 제외하고는 거주층이 높을수록 그 비율이 증가했다. 천식은 1, 2층이 6.8%인데 비해 5층 이상은 14.8%로 배 이상 높았고,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1.2층이 29.5%인데 비해 5층 이상이 37.0%로 높았다. 콘크리트제 고기밀 아파트는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진드기, 곰팡이가 쉽게 생기는데 고층에서는 저층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아무래도 창문을 닫아놓는 시간이 길어져 알레르기 질환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주거층이 높을 수록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앓는 초등학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
[표-2] 주거층이 높을 수록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앓는 초등학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

아이사카 교수는 또한 고층거주는 아이의 출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고층일수록 출생 연령이 늦어진다. 첫째아이 출생 기간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신경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이사카 교수는 고층아파트 사업자에 대해 건물 높이의 무엇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높이의 영향을 줄이는 생활방식에 대해서 지속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에서는 건축 규제가 강하지만, 일본에선 규제 완화가 문제이며, TV를 비롯해서 언론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과학저널리스트인 시라이시 타쿠(白石拓)의 『고층아파트 증후군-모두의 리뷰(高層マンション症候群 みんなのレビュー)』 (2010)는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층아파트에서 유산율이 비정상으로 높고, 생활 속의 스트레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주택저널리스트인 사사키 아쓰지(榊淳司)의 『한계의 타워맨션(限界のタワーマンション)』(2019)은 △대규모 수리△재난위험 △육아환경 △건강영향 △자산가치 등 모든 면에서 타워맨션은 한계에 와 있고, 일본의 경우 2037년 몇몇 타워맨션은 폐허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https://ja.wikipedia.org/wiki)’도 ‘초고층 아파트 증후군’의 문제점으로 △장주기 지진동(地震動)과의 공진(共振) 가능성 △건강면 △교육면 등을 들고 있다.

첫째, 장주기 지진동과의 공진 가능성이다. 초고층 건축물의 고유 진동 주기는 저층 건물에 비해 길기 때문에 지진동 주기가 긴 해구형(海溝型) 거대 지진의 지진동과의 공진 가능성이 최근 지적되고 있다. 일본 초고층 빌딩의 역사는 짧고 실제 해구형 거대지진을 경험한 초고층 빌딩은 없어 경험적 예측을 못하고 시뮬레이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면 위층 주민이 이동 수단을 잃는 ‘고층 난민’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둘째, 건강 면에서 좋지 않다.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도카이대학 의학부 아이사카 후미오는 높은 층에 살면 여성의 유산율이 높아지고 아이가 저체온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셋째, 교육 면에서도 좋지 않다. 명문지도회(名門指導会) 니시무라 노리야스(西村則康) 회장은 ‘학력의 평균치로 보면, 고층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감에 대한 자극이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신체감각이 자연스럽게 단련되어야 할 시기에 충분히 단련되지 않기에 체험 부족으로 사물을 이미지하지 못하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초)고층 아파트와 건강에 관한 글들이 SNS에 간혹 소개되고 있다. 웹진 ‘브런치’에 소개된 ‘도시계획 실무 노트’(https://brunch.co.kr/@newurban/147 2018.5.21)의 ‘고층아파트 거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 잇달아’라는 제목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고층아파트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심정지(심장마비)가 발생할 경우 생존율이 저층에 사는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성미카엘병원 응급의료연구실이 2007~2012년 토론토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 환자 8,216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층 이하에 사는 사람이 생존율이 가장 높고 25층 이상에 사는 사람의 생존율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속 엘리베이터의 기압차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오사카의 45층 건물 ‘더·파인 타워 우메다 토요사키’의 고층용 엘리베이터는 최고 분속 150m로 오르고 내린다. 이 경우는 기압차에 의해 귀가 막히거나 막히는 듯한 이폐감(귀먹먹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저층과 고층에서 발생하는 기압차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차는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층아파트 재해발생시 ‘고층난민’ 문제를 다루는 책도 있다. 방재·위기관리 저널리스트 와타나베 미노루(渡辺実)는 『고층난민(高層難民)』(2007)에서 그 실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도시에서 증가하는 고층아파트가 방재상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면 위층 주민들이 이동 수단을 잃어 고층난민이 돼 버리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프라인이 복구될 때까지 생활물자 확보를 위해 지상까지 계단으로 오가거나 비축물자를 소비하면서 위층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지자체, 전기 메이커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층난민과 관련해 상징적인 사건이 2005년 7월 일본 지바현 북서부 지진으로 수도권(도쿄, 치바, 사이타마, 가나가와)의 엘리베이터 6만4000대가 동시에 정지해 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 약 24시간이 소요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한 것은 지진시 관제장치가 작동해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층에 정지해 문을 여는데 당시 관제장치는 정상 작동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장치가 작동하다 보니 보수요원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일어난 일이다. 당시 지진 발생 시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갇힌 경우가 78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복구될 때까지 20층이든 40층이든 지상으로 내려오려면 계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층아파트의 경우 대피소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과 식량 등을 지급받을 때마다 계단을 이용해 지상 왕래를 반복해야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허용할 수 있는 계단의 단수는 대략 5층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1995년 고베대지진 때는 직하형 지진(단주기 지진동)이었기 때문에 고층빌딩에 대한 피해는 적었는데 장래 예상되는 도카이지진에서는 도쿄·나고야·오사카 등의 대도시에서 장주기 지진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고층아파트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대량 고층난민 발생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고층난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에선 우선 엘리베이터 자체의 내진성을 높이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 엘리베이터협회는 지바현 북서부 지진을 계기로 내진기준을 재검토했다. 전기 메이커도 엘리베이터의 자동복구 시스템과 원격관리 시스템의 개발·강화에 나섰다. 행정 차원에서도 도쿄도가 2007년 9월 일본 엘리베이터협회를 재해대책기본법에 따른 지방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재해복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고층아파트가 모여 있는 도쿄 주오구는 2006년부터 10층 규모로 25채 이상의 아파트를 신설할 경우 5층마다 식량 물 등을 보관하는 비축창고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층아파트의 화재대책 마련이 심각하다. KBS춘천은 취재파일 ‘고층아파트 화재 사각지대…실태와 대책은?’(2022년 1월 19일)에서 2022년 1월 12일 춘천의 공사중 주상복합건물 49층짜리 건물 꼭대기 화재를 계기로 고층아파트 화재 실태와 대책을 짚었다. 현행 우리나라 건축법상 건물은 그 높이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가장 흔한 게 30층 미만의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이고 30층에서 49층 사이는 준초고층, 50층 이상은 초고층 건물이라고 부른다. 춘천의 화재 건물의 경우 49층으로 준초고층에 해당하는데 지상 160m 정도이다. 문제는 강원도에 있는 준초고층 아파트들이 모두 50층이 아니라 49층 이하라는 점이다. 소방시설기준이 30층 이상의 주상복합건물과 50층 이상의 아파트는 1개 층을 피난층으로 만들어 비워둬야 하는데 49층 이하의 아파트엔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준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소방에서 투입할 수 있는 장비는 고가 사다리차가 전부이다. 제일 긴 것이 사다리를 지상 68m 높이까지 뽑아 올릴 수 있는데 여기에 호스를 연결해 최고 120m, 아파트 40층 정도까지는 물을 쏴서 불을 끌 수 있지만 40층 이상 높이의 화재에 대해선 사다리차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헬기도 산불을 끌 때는 괜찮지만, 고층 아파트 화재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물을 직분사할 수 있는 헬기처럼 고층 아파트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해창 교수

한편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는 초고층 아파트는 물론 초고층 건물을 별로 짓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왜 초고층건물을 짓지 않을까?(Why Europe Doesn't Build Skyscrapers)’(https://www.theb1m.com/video/why-europe-doesnt-build-skyscrapers)의 영상제작자인 프리랜서 댄 코테시(Dan Cortese)는 유럽에서는 1960년대에 고층건물이 피크를 이뤘으나 런던에서의 폭발사고 등 1970년대 들어 억제 경향이 눈에 띄고 공영주택이 연상되는 등 일반적으로는 주거형태로서의 고층아파트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사람들은 유럽 도시들이 북미 전역에 솟아오르고 있는 고층빌딩들을 현대화하고 재현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서유럽에서는 파괴된 것을 되찾고자 하는 압도적인 열망이 있었고, 당시 유럽의 낮은 인구는 마천루 건설을 주로 이끄는 바닥 면적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시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초고층 아파트의 주거환경과 건강문제, 재해대책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나 언론보도가 전혀 없다. 오로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초고층아파트증후군과 고층난민에 대한 국가, 지자체 차원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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