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인사이드](4, 5)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CBS부산 과학인사이드](4, 5)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06.21 22:04
  • 업데이트 2022.06.21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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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나눠봅니다.

과학 인사드

인저리타임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1. 오늘 함께 나눌 주제,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정해주셨는데. 이게 어떤 이야기인가요?

- 최근 정부가 ‘관리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한다’는 내용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입안하면서 부산 울산의 핵폐기장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망라하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 시간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왜 이런 뜨거운 감자인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 사용후핵연료가 도대체 뭐길래, 다들 이렇게 예민한 걸까요?

- 치명적인 유독성, 즉 방사능이 사라지는 데 10만 년가량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연탄재에서 10만 년 동안 살인적인 방사능을 내뿜는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쓰고 나서도 살인적인 방사선과 높을 열을 방출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입니다.

3. 방사능, 방사선... 핵에 관한 용어가 어렵습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주시죠.

- 방사능 Radioactivity은 원자핵이 붕괴하여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가 붙이 이름이죠. 방사선은 Radioactive Rays로 핵이 붕괴되면서 방출되는 입자선이고, 방사성 물질은 Radioactive Materials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예전에 마리 퀴리 같은 과학자가 일부 원소들이 밝은 빛을 내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시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알고 보니 원자들도 저절로 쪼개지고 있었던 것이죠. 밝은 빛이 바로 헬륨핵처럼 양성자 두 개와 전자 두 개가 뭉쳐진 입자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게 모이면 엄청난 에너지를 갖습니다.

3. 사용후핵연료는 쓰고 남은 폐기물인데, 이게 왜 그렇게 위험한가요? 과학적으로 좀 풀어볼까요?

- 핵연료는 방사능 물질 만이 가능합니다. 원자핵이 붕괴하여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우라늄235(양성자 92, 중성자 143), 우라늄238(양성자 92, 중성자 146), 플루토늄239(양성자 94, 중성자 145)늄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물질입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력이라는 투명주머니 안에서 삐걱거리며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 저절로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오기도 하는데, 이게 방사선입니다. 방사능 물질은 연료로 쓰고 나더라도 또다른 방사능 물질이 됩니다. 처음 연료인 방사능 물질보다 양성자와 중성자 수가 약간 줄어들 뿐입니다. [여기서 방사선이란, 알파선 = 헬륨핵(양성자 2, 중성자 2), 베타선 = 고에너지 전자]

4. 핵연료가 계속 방사선을 뿜어낸다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지금은 그냥 계속 묻어두는 상황 같은데. 해법을 전혀 찾질 못하고 있죠?

-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처리하는 방식이 시멘트로 밀봉한 것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km 내에는 접근 불가죠. 미래세대에게 방사능물질 더미를 떠맡기는 셈입니다. 원전 생산비용이 싸다는 건 이런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겁니다. 땅에 묻어 보이지 않게 해놓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죠.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https://bit.ly/3Jb3T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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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매주 화요일,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나눠봅니다.

과학 인사드

인저리타임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1. 지난 시간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이 왜 위험한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책을 소개해주신다고요?

- 예, 미국의 작가 돈 드릴로의 『언더월드』입니다. 드릴로는 『언더월드』에 대해 “폭탄 아래에서 함께 살아온 지난 40년에 대한 감춰진 역사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 돈 드릴로 하면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오른 작가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돈 드릴로가 어떤 작가인지 소개해주시죠?

오늘 소개하는 내용은 영문학자이자 인문학당 달리의 소장이신 박선정 박사가 웹진 인저리타임에 기고한 <영문학자 박선정의 ‘돈 드릴로와 함께 세상 읽기’>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먼저 밝힙니다. 박 소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 돈 드릴로는 미국의 소설가이고요, 1936년생이니 현재 85세입니다. 그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냉철하면서도 예리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특히 자본주의와 기술주의 및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 속에서의 폭력과 음모 대중매체와 광고, 그리고 나아가 테러, 환경파괴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주제들을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건조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차례 오른 아주 저명한 작가입니다.

3. 이제 언더월드에 본격 들어가볼까요. 먼저 원더월드가 어떤 소설인지 개요를 소개해주세요.

- 1997년 발표된 돈 드릴로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827쪽으로 대작인데, 한국어 번역판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워낙 분량이 많아서인지 출판사 ‘창비’가 번역 판권을 선점하고도 아직 번역판을 출간하지 않았습니다.

- 『언더월드』(Underworld)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입니다. 전 인류는 공동체적 운명을 지고 있다는 의미이자 인류는 ‘너와 나’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생명체라는 의미입니다.

4. 앞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언더월드』에 대해 “폭탄 아래에서 함께 살아온 지난 40년에 대한 감춰진 역사다”라고 했다고 하셨는데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과 연결시키면 ‘핵은 전 인류가 안고 가야 할 위험이다’라는 메시지가 나올 법하네요.

- 바로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권력과 자본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의 핵심이자 근현대 세계사의 거대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핵폭탄’이 있습니다. 이것은 핵의 분열, 연쇄반응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핵 분열 연쇄반응의 결과물,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쇄반응이라는 게 반응이 연결되어 일어난다는 뜻이죠. 이처럼 드릴로는 소설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핵폭탄과 더불어 『언더월드』의 또 다른 연결고리는 ‘쓰레기’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닉 쉐이는 쓰레기 처리 업체의 간부입니다.

5. 이제 직접 소설속으로 가볼까요?

- 소설 『언더월드』는 1951년 10월 3일 뉴욕 폴로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세기적 야구경기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9회 초까지 지고 있던 뉴욕 자이언츠가 바비 톰슨의 홈런으로 브루클린 다저스에 역전승을 하는 장면입니다. 야구 방망이에 공이 부딪치는 홈런의 순간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바로 그 순간 관중석에서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악명 높은 FBI 국장 에드가 후버는 소련의 첫 핵폭탄 실험에 대한 보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관중석에 몰래 숨어 들어와서 경기를 보고 있던 흑인 소년 코터 마틴은 운 좋게도 톰슨이 날린 역사적인 홈런공을 손에 넣습니다. 이후 마틴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이 공을 내다 팔고 그 공은 다시 수집가 마빈 룬디의 손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닉 쉐이의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처럼 소설은 첫 시작을 알린 홈런공과 폭탄이라는 두 개의 핵이 차츰 분열되어 가는 과정처럼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들과 사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소설을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드러납니다. 또한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쓰레기와 핵폭탄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연결고리, 그것이 곧 ‘언더월드’인 셈입니다. 드릴로가 소설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하는 문장이 있는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문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6. 대작을 충분히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제 주제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 돈 드릴로는 『언더월드』에서 주인공이자 쓰레기 업체 간부직원인 닉 쉐이를 체르노빌의 한 박물관으로 데려갑니다. 닉의 시선을 통해, 한때는 유럽의 대표적인 밀 곡창지대이기도 했던 아름다운 땅, 체르노빌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접근 금지의 땅’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즉, 과학 발전에 힘입어 인간과 세상을 더욱 편리하고 이롭게 할 것이라는 핵발전소가 어떻게 인간을 치명적인 위험 속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경고하고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우리를 기형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데려간다. 태아들로 가득 찬 전시 항아리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 방 ... 그중 몇몇의 태아들은 하인츠 항아리 안에 보존되어 있다. 거기에는 머리가 둘 있는 것도 있다. 머리는 하나지만 크기가 몸의 두 배인 것도 있다. 정상적인 머리를 가졌지만 잘못된 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있는데 오른 쪽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것도 있다.”(799쪽 인용)

7. 이 소설을 통해 저자 돈 드릴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볼까요?

- 돈 드릴로 작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선정 박사의 해석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드릴로는 “인간이 만드는 모든 테크놀로지는 결국 폭탄에 귀착된다”고 하면서, 핵폭탄과 그것을 위한 기술적 실험과 은폐된 사실들을 등장시킵니다. 여기에서의 ‘핵’은 ‘핵실험’과 ‘핵폭탄’,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 쓰레기인 ‘핵 폐기물’을 모두 포함합니다. 원자핵은 원자의 중심에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중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연결고리의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 핵폭탄이고 핵발전이죠. 나아가, ‘연쇄반응’이라 부르는 그들 간의 연결고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결과물, 즉 핵폭탄이나 핵발전소의 결과물들은 또다시 그것을 개발하고 실험하고 시행한 다양한 사람들과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와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핵과 관련된 다양한 연결고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에 밀접하면서도 더욱 은밀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사능’입니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처럼, 이러한 방사능 역시, 마치 죽음의 바이러스처럼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그리고 아주 치명적인 상태로,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면서” 현대인들을 병들게 만듭니다.

드릴로는 핵폭탄 원료 중 하나인 ‘플루토늄’(Plutonium)의 이름이 지하세계 즉 죽음의 신인 ‘플루토’(Pluto)에서 유래한 것임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파묻어버린 많은 것들이 거대한 지하세계를 만들었고, 이것은 죽음의 신인 플루토의 지배 아래 지상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엄청난 파괴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방사능 폐기물은 아무리 깊이 파묻고 거기에 시멘트를 퍼붓는다 해도 그것의 치명적인 영향은 반드시 되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세계와 지상세계는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들을 더 깊이 묻어 버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게 답답한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드릴로의 『언더월드』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왜 걱정하고 있나'라는 원자력 낙관적 사고에 대한 지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경고로 읽힙니다.

8.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방사능 피해, 핵폐기물 문제, 여기에 국경이 있을리 만무하죠.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도 그렇구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그렇고. 돌고 돌아 원전오염수 문제로 오늘의 우리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 그렇죠. 우리는 2011년에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고로 발생한 재앙이 여전히 해양생태계의 순환과 연계를 통해 이웃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잇습니다. 더욱이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건설된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안전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러한 우려는 성장과 효율의 미명 아래 더욱 깊숙이 묻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드릴로의 『언더월드』는 '보이지 않고,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왜 야단이냐'라는 원자력에 낙관적 사고에 대한 지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경고로 해석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부산울산 원전의 핵폐기장화'에 대한 우려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합니다.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과학스토리텔러, 인저리타임 조송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