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을땐 몰아서" 주52시간 개편 추진에도 게임업계는 시큰둥…왜?
"일 많을땐 몰아서" 주52시간 개편 추진에도 게임업계는 시큰둥…왜?
  • 이정후 기자 이정후 기자
  • 승인 2022.06.28 11:26
  • 업데이트 2022.06.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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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사 뉴스】
게임 업계, 비슷한 '선택적 시간근로제' 이미 시행 중
업계 노조 "진짜 문제는 정산기간 확대와 포괄임금제"
게임 업계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의 모습. 2022.1.27/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주52시간제가 일주일이 아닌 한 달을 기준으로 변경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게임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대부분의 게임 업계가 한 달 기준으로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한 달 동안 총 근무시간(주 52시간×4주)을 자유롭게 조정해서 쓸 수 있는 제도다. 한 달 평균 주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만 준수하면 된다. 게임 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업무의 집중도가 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효율성을 위해 이를 적용 중이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했다가 검토안으로 변경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르면 주52시간제의 연장근로시간은 노사 합의에 따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바뀌게된다. 예를 들어 첫째 주에는 60시간(연장근로 20시간) 일하고 둘째 주에는 45시간(연장근로 5시간) 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업계는 선택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해 필요에 따라 주52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하고 있다. 대신 기준이 되는 한 달내로 근무 시간을 줄이면 된다. 개편안과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게임 업계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게임 업계가 시행 중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이번 고용노동부 개편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이 월 단위에 '포함되느냐 되지 않느냐'일뿐이다. 고용노동부 개편안은 연장 근로시간만 유연화가 가능할 뿐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은 고정 근무시간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첫 근무일인 2일 밤 서울 광화문의 빌딩에 불이 켜져 있다. 2018.7.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진짜 문제는 과로 환경 만드는 '정산기간 확대'

오히려 업계 종사자들이 지목하는 문제는 주52시간제를 '평균의 함정'에 빠트리는 정산기간(평균 주52시간이 적용되는 기간) 연장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 방침은 고용노동부 개편안에도 포함돼있다.

업계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17일 게임 업계 대표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업계 일부 대표들은 현재 근무제의 정산기간을 Δ탄력근로제 6개월→1년 Δ선택근로제 3개월→6개월로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기준법상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의 정산기간이 원칙이지만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로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게임 개발은 연구개발에 해당돼 3개월까지 정산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데도 업계 대표들은 이를 6개월로 늘려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만약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업계 종사자들은 6개월 동안 짧은 기간에 집중 근무를 하고 남은 기간의 근무 시간을 줄여 평균 주52시간만 맞추면 된다. 1~2개월 동안의 집중 근무로 과로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근무제 개편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3개월 동안 집중하고 3개월 동안 일을 편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기업의 의견만 듣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게 필요한데 이 과정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은 "정산기간을 늘리면 짧은 시간동안 신작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게 하고 사업성이 없으면 권고사직하는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용안전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 방치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촉구하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021.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선결 과제는 '포괄임금제'…"일한 만큼 보상해야"

주52시간 근무제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게임 업계의 '포괄임금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자들이 일한 시간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없고 근무제에 대한 이야기만 오간다는 이야기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에 맞춰 업무를 하거나 초과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중소게임사의 경우에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은 "게임 업계는 아직까지 포괄임금제가 유지되는 곳이 대다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기업이 노동자를 돈 안 주고 부려먹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인재 유치가 치열한 게임 산업에서 '크런치 모드'와 같은 고강도 노동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IT 업계에서 '인재 모시기'를 위해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했는데 개발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도 근무시간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7월 초 게임 업계를 직접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지난 문체부 간담회에서 근로 시간제가 거론된 만큼 해당 문제를 비롯해 '돈 버는 게임'(P2E) 규제 등 게임계 이슈가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