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수천명 인파 거리로…소음 '눈살' 없었다
[르포]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수천명 인파 거리로…소음 '눈살' 없었다
  • 박재하 기자 박재하 기자
  • 승인 2022.06.28 11:44
  • 업데이트 2022.06.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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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사 뉴스】
[집회·시위 바꾸자]⑦해외 집회 가보니…'소음 조절·인도 침범 자율 통제'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마드리드=뉴스1) 박재하 기자 = "소란스럽기는 해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에요"

26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족과 산책하던 페드로(32)는 이날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천명의 시위대를 보며 익숙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인도를 막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됐다"라고 말하면서 시위대를 구경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주 후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반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를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시민들이나 경찰과 마찰을 피하고 지나친 소음은 자제하는 등 최근 국내서 발생한 대규모 집회·시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경찰 펜스가 없는 도로에서도 신고된 행진 구간으로만 이동하고 있다.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인도 침범 제지' '소음 조절'…시민 불편 최소화하는 시위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마드리드는 나토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시위대로 가득찼다. 각기 다른 반전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위대는 '나토 반대!' '전쟁 대신 평화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나토 반대!" "나토 기지 퇴출!" 등의 구호를 외치고 음악에 맞춰 춤추며 행진했다.

마드리드 내 최대 기차역인 아토차 역에서 출발한 행진은 3㎞ 정도 떨어진 스페인 광장에서 오후 2시30분쯤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관광지인 프라도 미술관과 쇼핑 번화가인 그랑비아 거리를 지나갔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시위대간 마찰이 예상됐지만 시위대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고 소음을 조절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평화로웠다.

시위대는 당초 신고한 차로로만 이동했고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침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위대 주변으로 경찰 펜스나 줄은 따로 처져 있지는 않았지만 형광색 조끼를 입은 관계자들은 행진 내내 시위대를 신고된 도로만 사용하도록 안내했고, 이를 벗어난 참여자가 있으면 바로 제지하는 등 자발적으로 집회 질서 유지에 앞장섰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관계자도 눈에 띄었다.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행진 관계자가 시위대를 통제하고 있다.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이날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던 활동가 소피아(24)는 "인도로 다니는 게 아니라 큰 도로로만 행진해서 시민들 불편은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며 "시민들이 즐기러 나온 주말에 불편하게 하는 것도 실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시위대 옆을 지나던 시민들은 별도의 통행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지나다니거나 시위대가 인도를 침범해 불편을 겪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제임스(27)는 "처음에는 너무 복잡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시위대가 인도로 넘어오지도 않고 거리를 두고 있어서 괜찮다"며 "주말에 사람도 많은데 앞으로 지나다녔으면 안 좋게 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신고된 차로로만 이동해 시민들 불편은 최소화됐다.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주거지역은 거치지 않고 번화가 등 상업지역으로만 행진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활동가 하비에르(28)는 "근처에 박물관이나 상가 밖에 없는 곳만 지나갈 예정이다"며 "일요일에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들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는 국내 집회에서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대형 스피커가 설치된 트럭과 확성기를 사용하면서도 시민들이 많은 번화가로 진입하자 볼륨을 줄이거나 음향장비 사용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위대가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 마련된 식당과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귀를 막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카페 야외석에 앉아있던 마드리드 주민 팔로마(34)는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귀가 아플 정도는 아니다"며 "앞에 있는 친구랑 대화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와 수십미터 거리를 두고 행진을 지켜보는 현지 경찰.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경찰-시위대 서로 존중하며 협조하는 분위기

이날 현장에는 수백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위해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헬멧과 보호복을 착용한 채 행진을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위대와 약 30m의 거리를 두고 멀리서 지켜볼 뿐, 시위대와 밀착하며 통제하지는 않아 눈에 띄지 않았다. 오로지 시위 현장에 진입하려는 차량이나 신고 구역을 벗어나려는 참가자만 적극 제지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시위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찰 펜스도 이날 마드리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로터리나 교차로 등 대형 차로에만 행진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설치됐고 나머지 구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지 경찰관은 "펜스가 지나치게 많으면 행진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시민들 통행에도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시위대 역시 행진 도중 경찰과 소통하면서 교통 통제에 따라 행진 속도를 조절하고 신고된 행진로를 벗어나지 않는 등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위대와 경찰 간 실랑이 등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고 행진은 최종 목적지까지 연행된 사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행진 통제에 나선 한 경찰관은 "행진이 미리 신고된 곳으로만 진행돼서 문제는 없었다"며 "소음도 심각하지 않았고 돌발상황도 없어서 통제하기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 2022.06.26. © 뉴스1 박재하 기자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