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13) 이완용 서각가(書刻家) 초빙, 목압서사 6월 외부초청 인문학특강 마쳐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13) 이완용 서각가(書刻家) 초빙, 목압서사 6월 외부초청 인문학특강 마쳐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2.07.01 16:03
  • 업데이트 2022.07.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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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 움각 등 서각이론 후 새김질 시작
강사가 도구, 은행나무 나무판 등 준비
수갱생 '동행' '여유' 글자 어렵게 새겨

‘2022년 6월 목압서사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이 6월 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목압서사(木鴨書舍·경남 하동군 화개면 맥전길 4, 운수리 목압마을 702) 연빙재(淵氷齋)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 주제는 ‘서각(書刻)을 어떻게 하는가?- 서각체험’이었다. 강사는 20년가량 진주와 사천 등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서각(새김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완용 서각가이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완용(가운데) 강사와 필자(왼쪽) 등이 목압서사 입구에 붙은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완용(가운데) 강사와 필자(왼쪽) 등이 목압서사 입구에 붙은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그는 서각 이론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와 수강생들에게 나눠준 뒤 강의를 했다. 그런 다음 서각 체험에 들어갔다. 이 선생은 네 사람이 체험할 수 있는 재료와 칼 등 도구를 준비해왔다. 서각을 할 재료는 은행나무 나무판이었다. 이것 역시 그가 준비해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 몇 점을 가져와 이젤에 얹어 보여주었다. “양각한 것과 음각한 것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락(樂)’ 자가 새겨진 것도 소개했다. “창피한 작품이어서 버리려고 하다가 보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은 색 바탕에 글자의 획은 녹색이었다.

서각가 이완용 선생이 새김질을 하기 전에 서각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서각가 이완용 선생이 서각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강의를 하고 있다. 옆 이젤에는 그가 새긴 양각과 음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바닥에 있는 '樂'자의 작은 것은 그의 첫 서각 작품이다. 사진=조해훈

수강생 4명은 서각을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이었다. 이에 이 선생은 이들이 서각하기 쉽도록 글자 ‘동행’과 ‘여유’를 한글로 써 나무판에 붙여왔다. 그는 “애초에 수강생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문패 작업을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고민 끝에 ‘동행’과 ‘여유’ 글자를 새겨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나무가 물러 초보자들이 작업하기에 수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각을 하는 시범을 보이며, 글자에 칼을 대고 망치로 치는 방법 등에 설명했다. “글자에서 1mm 정도 띄워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칼을 10도 가량 글자 쪽으로 굽혀 나무를 파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완용 선생이 서각을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이완용 선생이 서각을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필자도 평소에 서각을 해보고 싶었으므로, 수강생으로 참여했다. 서각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TV 등에서 볼 때는 간단해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칼끝이 바깥부분과 안쪽 부분이 다르게 생겨 역할이 달랐는데, 필자는 자꾸 거꾸로 잡고 작업을 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이 선생이 파 낸 부분은 마치 와인 병뚜껑인 코르크 마개를 부수어 풀어놓은 것처럼 토실토실해 보여 멋졌다. 하지만 손재주가 없는 필자가 아무리 그렇게 해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가 칼을 대고 망치로 “탁, 탁” 두 번 치고, 칼을 오른쪽으로 휙 돌리면 멋지게 나무가 패여 졌다. 필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체험자 4명 중 필자가 가장 작업 진행이 느리고 서툴렀다. 결국 보다 못한 이 선생이 작업을 도와줬다.

이완용(오른쪽) 선생이 필자의 서각 작업이 서툴자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이완용(오른쪽) 선생이 필자의 서각 작업이 서툴자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수강생 4명이 작업을 하는 연빙재 안은 망치 소리가 “쾅, 쾅” 울렸다. 테이블과 바닥에는 깎아낸 나무 부스러기들이 즐비했다. 강사는 “시골이어서 이렇게 작업하는 소리가 나도 아무도 뭐라 말하는 사람이 없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목압서사 건물이 다른 집들과 붙어있지 않은 데다, 연빙재는 별도의 독채여서 문을 닫고 아무리 큰 소리를 내어도 외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다들 작업 삼매경에 빠졌다. 작업 도중에 이 선생은 나무판이 흔들리지 않도록 차에서 도구를 가져와 차례대로 테이블과 나무판을 고정 시켜주었다. 확실히 새길 때 나무판이 흔들리지 않아 작업하는데 안정감이 있었다.

수강생들이 서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완용
수강생들이 서각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훈

필자는 이 선생이 가르쳐준 대로 멋있게 잘 되지 않아 칼을 눕혀 편하게 파냈다. 어떤 영역이든 처음에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대로 해야 진전이 있고 제대로 된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런데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필자는 편법을 쓴 것이다. 미안하지만 파 낸 부분의 모양이 좋지 않아도 필자는 그게 편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선생에게 지적을 받았다.

“나무는 결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자칫 글자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충고를 했다.

가장 서각을 잘 하는 수강생의 작업 모습. 사진=조해훈
가장 서각을 잘 하는 수강생의 작업 모습. 사진=조해훈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 밤 10시가 다 되었다. 필자는 “선생님이 진주까지 돌아가셔야 하니 10시에 칼을 놓도록 하지요.”라고 말했다. 폼(?)은 제대로 나지 않지만, 어쨌든 각자 글자는 다 새겼다.

이 선생은 각자 새긴 것을 보고는 “조금 더 깊이 새겨보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밤 10시를 넘겼다. 필자는 “일단 오늘 체험 해 본 것으로 만족하고, 시간이 많이 되어 각자 알아서 칠을 하도록 하고 여기서 마무리 합시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강생 4명이 새긴 나무판에 돌아가면서 글자 옆에 1mm 여유를 둔 부분을 칼로 오려내 주었다. 글자를 예쁘고 선명하게 다듬는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글자 주변에 1mm 여유를 두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10시 30분이 되었다.

또 다른 수강생의 서각 작업 모습. 사진=조해훈
또 다른 수강생의 서각 작업 모습. 사진=조해훈

가장 서각을 잘 한 수강생이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섰다. 그는 “제가 작업한 작품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곤 챙겨 출발했다.

이 선생과 남은 수강생들은 서각을 한 나무판의 색칠 문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은 ”다음 주 화요일(7월 4일) 오후 6시 30분에 다시 올 테니, 그때 색칠까지 완전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하지요.“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다. 이완용 선생은 ”오늘 모두 늦게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가져온 작품들과 도구 등을 챙겨 진주로 출발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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