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26) 모기와의 휴전
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26) 모기와의 휴전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22.07.04 08:00
  • 업데이트 2022.07.12 08: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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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해의 절반을 지나 7월 본격 여름철로 접어들었다. 얼마 전 짧았지만 장마인가 싶더니만 어느덧 땡볕에 노출되는 것이 꺼려지고, 그늘에 눈이 가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여름철에 싫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한밤중 모기들의 공습은 정말 짜증나고 열 받게 만든다. 모기채는 물론 스프레이, 모기향, 전자모기향까지 다양한 무기를 구사해 보지만 모기와의 전투는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피를 빨아먹고 벽에 붙어 있는 통통한 모기들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때도 있지 않는가. 

문정희 시인의 〈부부〉라는 시가 절로 떠오른다.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며칠 전 잠자리에 들었는데 앵하는 모기 소리가 들려 본능적으로 잽싸게 모기장을 찾아내 텐트를 쳤다. 깊이 잠들었던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모기장이 쳐진 걸 보고 놀란다. 우리부부가 합심해서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온 지도 어언 30년이 넘었다.  

백과사전을 보면 모기는 ‘절지동물 > 곤충강 > 파리목 > 모기과’를 이루는 곤충들로 전 세계에 2500~3000여 종이 있으며, 말라리아 뎅기열 등 인류에 심각한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이다. 주로 열매나 식물의 즙을 먹지만, 암컷은 동물이나 인간의 피를 먹이로 한다. 일부 종류는 포식성이며 다른 모기를 잡아먹는 일도 있다. 모기가 매개되는 질병에 의한 사망자는 연간 75만 명이나 돼 ‘지구상에서 가장 인류를 많이 살해하는 생물’이 되고 있다. 그 중 말라리아로만 2015년 43만8000명이 사망했다(마이니치신문, 2015년 9월 27일). 

모기의 크기는 15mm 정도, 중량은 불과 2~2.5mg이다, 비행속도는 시속 약 1.5~2.5km이며, 평소 1초에 520회 이상 날갯짓을 한다. 모기의 행동권의 폭을 보면 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본에서 보고된 것을 보면 하루 평균 1㎞ 정도이나 게 중에는 5㎞를 나는 개체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모기는 기온이 15℃ 이상이 되면 흡혈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6~31℃에 가장 활발하게 흡혈활동을 한다(https://en.wikipedia.org/wiki/Mosquito). 

1980년대 초 프랑스 알자스지방의 오트랭이라는 항구도시에선 모기가 워낙 들끓어 모기 번식에 대한 ‘인간실험’을 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제롬 스트라쥘라가 지은 『세기말의 동물이야기』(문학세계사, 1996)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딴지실험’이라고 하는 이 실험은 인간 모르모트가 모기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저녁 무렵 깨끗한 장딴지를 드러내놓고 15분 뒤 물린 자국 수를 세는 것이다. 당시 물린 자국이 40군데나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모기 퇴치를 위해 ‘모기공해 규제국’이라는 특별부서를 신설했다. 온갖 화학 살충제를 써봤지만 모기의 적응력은 놀라웠다. 그래서 모기공해 규제국은 다양화를 시도했다.

첫번째가 주민들에게 제비를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두번째는 박쥐를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즉 천적을 이용한 모기 진압이었다. 이와 동시에 1989년에는 보완대책으로 BTI라고 하는 것을 개발했다. 그것은 배양된 박테리아 가루로서 모기 유충이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독성물질이었다. 이것을 일일이 모기가 알을 낳을 만한 웅덩이마다 살포했는데 한동안 이곳에선 장딴지실험 결과 모기 물린 자국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근 마을에 모기가 들끓어 그곳에서 장딴지 실험을 해본 결과 무려 170군데나 물렸다. 모기 퇴치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상 어떤 사람은 모기에게 잘 물리고, 어떤 사람은 잘 물리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진다. 정말 모기에게 잘 물리는 사람, 잘 안 물리는 사람이 있을까? 이케쇼지 도시아키(池庄司敏明) 도쿄대학 교수(의학박사)의 『모기(蚊)』(東京大学出版会, 2015) 라는 책에서 이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O형이 모기에게 잘 물리고, A형이 잘 안 물리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검증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지만, 일본 도야마대 시라이 요시카즈 교수가 2004년 『의료곤충학 저널(Journal of Medical Entomology)』에 인간 혈액형과 모기의 흡혈행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혈액형 성격분류에서 나타나는 비판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는 부정되고 있다. 모기는 이산화탄소 밀도가 높은 곳으로, 주변보다 온도가 높은 곳으로 향하는 습성이 있다. 체온, 냄새, 주위와의 이산화탄소 밀도 차이 등으로 피를 빨 상대를 찾는다. 그래서 체온이 높고 호흡횟수가 많은, 즉 신진대사가 왕성한 사람이 모기에 잘 물린다. 평소에는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 사람도 신진대사량이 늘어나는 운동을 한 뒤나 맥주를 마신 뒤에는 물리기 쉽다. 또한 발냄새를 선호하기에 발쪽이 많이 물린다. 

모기는 습도에도 반응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잘 물리기 쉽다. 땀 속의 L(+)-젖산이 유인물질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옷 색깔과도 관계가 있는데 검은색 옷은 열을 흡수하기 쉽기에 검은색 옷을 입으면 잘 물리고 흰색 옷은 열을 흡수하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 피부색에 대해서도 인도인, 버마인, 중국인이 함께 사는 미얀마에서 실험한 결과, 인도인이 가장 모기에 의한 감염증 위험이 높았는데 체색 차이와 함께 냄새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모기에 물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발한에 의한 수분 증산의 양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모기가 사람을 무는 이유는 우리가 피부·호흡으로 내놓는 이산화탄소, 젖산, 아미노산, 암모니아 등을 감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의 흡혈에 대처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스프레이와 모기향이다. 해충퇴치 스프레이의 주성분인 ‘디트’는 모기의 촉각을 마비시켜 모기가 탄산가스를 감지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디트엔 강력한 돌연변이성과 유전독성이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전자모기향 또한 편리한 듯 보이지만 주원료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여서 장기간, 대량으로 들이마시면 신경계통의 손상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에는 초음파 전자모기퇴치기 광고도 많다. 그러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02년 초음파를 사용한 모기퇴치제에 대해 “전자 모기 퇴치제는 거짓”이라며 “초음파를 이용해 해충을 쫓는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에선 이미 20년 전에 결론이 난 일인데, 대한민국에선 아직도 초음파 모기퇴치기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뉴스톱, 2022년 6월 29일).

그럼 모기를 피하는 방법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집 주변에 물이 고인 웅덩이나 폐용기를 없애고 모기가 침입하지 않도록 방충망 관리를 잘하고 술, 향수, 로션, 발 냄새 등 각종 냄새를 가능한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술을 먹고 바로 자면 호흡이 빨라지고 열이 나 모기밥 되기 십상이다. 

김해창 교수

그런데 우리가 모기를 너무 쉽게, 하찮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기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1억7,0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다. 인류가 탄생한 것이 불과 500만년 전(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의 경우 약 4만년 전 출현)이란 사실을 안다면 생명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우리 인간보다 모기의 생존력이 얼마나 강한 가를 알 수 있다. 

뭐니뭐니 해도 모기와 야간전투는 피하는 게 좋겠다. 게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모기장 아닐까. 우리 집은 올해도 여전히 모기장 하나로 모기와 평화협정을 맺고 잘 버텨볼 생각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