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금리 공포' 지속…"환장할 노릇"
영끌족 '금리 공포' 지속…"환장할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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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5 05:00
  • 업데이트 2022.07.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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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흐름 속 '빅스텝'까지
한은, "0.25%p 점진적 인상" 예고했지만
美 기록적 물가상승에 '금리 공포' 여전
황진환 기자
황진환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 6월말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3억 원과 신용대출 5천만 원을 받아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금리는 각각 연 2.5%, 3.6% 선이었다. 집값 상승이 멈출 거라는 우려 속에서도 고민 끝에 내린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후회가 커지고 있다. 그가 매달 납부하는 이자는 1년 전에 비해 30만 원 이상 불어난 170만 원 가량으로, 월급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거래 절벽 상황에서 점점 하락하는 주변 아파트 호가도 그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대출을 지렛대 삼아 아파트를 구매한 40대 직장인 B씨도 기존보다 1.5배 이상 오른 금리를 적용 받아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B씨는 "금리가 너무 무섭게 오르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 물가상승세에 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 조치까지 단행하자 '영끌족'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극약처방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면서 우리나라 역시 연쇄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도 14일 A씨나 B씨처럼 금리 부담에 시름하는 이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C씨는 "집값이 고점이라는 말이 나올 때 아파트를 사서 지금 원리금으로 200만 원 이상 갚고 있다. 현재 매매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D씨도 "빅스텝이 한 번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어서 두렵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 올해 1월, 4월, 5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13일 빅스텝까지 포함하면 11개월 사이 인상폭은 1.75%포인트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상단은 이날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연 6.135%다. 지난해 5월 말 3.87%에 비해 상단이 2.27%포린트 가량 오른 것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15일 재조정 돼 발표되는데, 기존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된 결과 3년여 만에 2%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금보다 더 오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빅스텝 인상이 반영되는 다음 달에는 코픽스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뛸 것"이라며 "기존 기준금리 인상기 데이터로 미뤄봤을 때, 연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대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작년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맞춰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조 3천억 원 가량 불어난다고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306만 8천 원에서 323만 1천 원으로 16만 3천 원 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그간의 1.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114만 1천 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 우려를 감안한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빅스텝 결정 직후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 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금리인상폭 예고로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거리를 두면서 금리 공포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같은 날 밤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9.1%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고, 이와 맞물려 연준이 이번 달엔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까지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금리 공포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9.1%라는 상승폭은 1981년 12월 이후 최대치이자 시장 전망치(8.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장 심리를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4일 오후 기준 연준의 7월 울트라스텝을 예상하는 시각은 75%에 달했다.
 
현실화 될 경우 미국의 금리 상단은 우리 기준금리보다 0.5%포인트 높은 2.75%가 된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흐름이 가속화 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의 '0.25%p 점진적 인상' 구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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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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