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12) 코펜하겐 해석
【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12) 코펜하겐 해석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08.09 13:10
  • 업데이트 2022.08.09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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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12) 코펜하겐 해석.. 양자론에만 별도의 해석이 필요한 이유? 조송현 대표220802http://www.podbbang.com/ch/1781529?e=24421438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사)

Q1. 자.. 지난 시간,
닐스 보어의 상보성원리까지 
진도가 나갔는데.
오늘도 
닐스 보어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보어가 주축이 됐던
코펜하겐 학파의 코펜하겐 해석이 
주제인데..
먼저, 코펜하겐 해석이 뭔지부터
짚고 시작하자. 

->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론에 대한 해석의 하나인데, 
대표적인 해석 
다시 말해 표준해석입니다. 
코펜하겐이라는 단어가 붙은 건 
이 해석을 주도한 물리학자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이론물리학연구소에서 
모여 일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학자를 들면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막스 보른, 
볼프강 파울리, 
폴 디랙, 
폰 노이만 등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1927년 9월 볼타(Alessandro Volta)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 코모 호수 주변에서 개최된 
코모회의에서 보어가 제안했습니다.


Q2. 그런데 '해석'이라는 표현이 좀 생소해요.
과학이론, 법칙.. 이런 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별도의 해석이 필요한 이론이라면.. 
이걸 제대로 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건지..
의아하기도 하구요. 
뉴턴의 고전물리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어떤 해석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 저도 공부할 때 그 점이 궁금했더랬습니다. 
이 질문은 고전역학,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성립과정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론 성립 과정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말이죠. 


Q3. 어떤 차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 이론체계가 세워지는 과정을 보면 이렇습니다. 
처음 기둥에 해당하는 공리나 공준 혹은 가설을 세웁니다. 
다음 그 공리를 확장, 수학적 연역해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해 이론을 완성합니다. 
이 경우 처음 채택한 공리나 공준 가설에 
이미 이론의 중심 해석이 들어 있으므로 
나중에 별도의 해석이 필요치 않습니다.

 

Q4. '누구나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가설을 세우고..
이걸 실험을 통해서 검증해서 이론으로 인정받은 경우.. 
이 경우에는 별도의 해석이 필요없다'
이해했습니다.  

-> 그렇습니다. 예컨대 뉴턴은 세 개의 공리 
즉 3개의 운동법칙을 바탕으로 고전물리학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의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를 
2대 공준으로 삼아 수학적 연역을 통해 특수상대성원리를 완성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자신이 
‘생애 최고의 영감’이라고 말한 등가원리, 
즉 중력 효과와 가속도 효과가 같다는 원리 위에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양자론의 완성 과정은 이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론의 기둥이 되는 공리나 공준이 없습니다. 
양자론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수학적 구조가 세워진 뒤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이론체계가 정립되었습니다. 

뉴턴역학과 상대론은 천재 과학자의 단독 작품인데 반해 
양자론은 여러 과학자의 발견들이 하나씩 쌓여 구축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빛의 이중성과 같은 실험 사실이나 
‘양자 가설’, 광양자 가설’, 
‘물질파 가설’ 등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실험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가설을 바탕으로 
수수께끼 같은 원자현상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체계가 세워진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양자역학의 수학 공식은 
실험사실을 잘 만족시켰으나 
파동함수와 같은 핵심개념은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죠. 
그래서 양자론을 구성하는 원리와 핵심개념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Q5. 그러니까 기존의 학문적 질서를 벗어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론이 양자론이다..
기존의 이론들이 저변에 깔고 있던 
공리, 공준이라는 게 없으니까..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표준해석이다..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 (짧게 답)


Q6. 네. 오늘 해 주신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자.. 코펜하겐 해석이 
나오게 된 경위, 알아봤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 보어는 ‘양자 가설과 원자이론의 최근의 전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코펜하겐 해석을 제안하면서 
서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의 핵심은 원자 수준의 현상에서 
불연속성을 부여하는 플랑크의 양자 가설로 상징된다.”, 
“양자역학이 이제까지의 물리적 개념을 
전혀 새롭게 재정식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어 보어는 
‘양자역학적 사건은 고전역학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대응원리)는 것이 코펜하겐 해석의 대전제라고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1)양자계(quantum system)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2)양자계는 관측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3)양자계의 상태는 파동함수로 기술되며, 확률적 특성을 갖는다.
(4)양자계는 파동-입자 이중성을 가지며, 상보성 원리를 만족한다.


07. 이게 무슨 소린가..싶다가..
생각을 해보니까 
지금까지 양자론 오딧세이 하면서
한번씩 다 다뤘던 내용들이예요. 
퍼즐조각이 맞춰진 느낌이랄까요?
어렴풋하지만 
큰 그림이 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가지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보어가 제시했다는 코펜하겐 해석의 대전제..
"양자 현상은 고전역학의 언어로 기술해야 한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 모든 물리학 실험은, 
비록 양자세계에 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고전역학의 개념으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건데, 
우리가 시도하는 실험 장치와 
그 결과를 규정하는 언어가 바로 
고전물리학의 개념이기 때문이죠. 
다른 언어로 대체할 경우 
우리는 소통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양자 현상은 고전역학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확정성 원리의 범위 안에서 
고전역학의 개념과 언어로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코펜하겐 해석의 패러독스(역설)입니다.


08. 네.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현상을
그래도 말로 풀어내는 거
그게 양자론이다.. 이 말씀이네요^^ (답)

자.. 앞서 코펜하겐 해석의 네가지 핵심 내용도
언급해 주셨는데.. 시간이 아쉬워요. 
짧게 정리를 좀 해 볼까요?

->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 실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낳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양자계가 관측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고, 
불확정성 원리를 따른다면 
‘원래의 자연은 어떤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어떤 물리량의 값이 
측정 전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하다)고 강조하니까요.


Q9. 명쾌한 답이 아니라 
오히려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해석이라..
확실히 기존의 과학적 문법과는
결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코펜하겐 해석, 발표 당시 
물리학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다수는 수용했어요. 
그러니까 오늘날까지 표준해석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그 까닭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수식으로 표현한 물리량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상식과 직관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죠. 
반대를 넘어 혐오하는 물리학자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한 달 뒤 열린 
제5회 솔베이회의에서 양자론의 문제점을 공격하는 
사고실험을 던지면서 
그 유명한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이 시작됩니다.


10. 네.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필생의 라이벌이자 또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고도 하는데..
자.. 이 두 사람 사이는 다음 시간에 
좀 더 파헤쳐 보죠.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들과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오늘도 흥미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inepines@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