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9-교육일기】 일기 쓰기 지도는 인권침해보다 소통과 공감에 더 이롭다 - 박종국
【시민시대9-교육일기】 일기 쓰기 지도는 인권침해보다 소통과 공감에 더 이롭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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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1 11:06
  • 업데이트 2022.09.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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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동포초등학교 교감

요즘 일기를 쓰는 사람이 드물다. 아니, 아예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휴대전화나 패드, 소셜미디어[SNS]에 일상 이야기를 남긴다. 게다가 손 까딱 한 번이면 언제나 챙겨본다. 안타깝게도 수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 행해지는 일기 쓰기 지도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라고 권고했다. 그 이후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아이의 일기를 챙겨보는 일이 까맣게 사라졌다. 물론 생각하기 따라 그 본연의 목적이 다르다. 아직도 소신으로 일기를 통하여 반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선생님이 많다.

왜냐하면 일기는 아이와 마음을 터놓고 교감하는 나눔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40년 교직 생활하는 동안 30년을 꼬박 6학년 담임이 맡아 일기를 통하여 아이와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기는 단순히 하루의 생활 모습을 담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글쓰기 지도가 된다. 또한 서로 대화하며, 공감력도 크게 키우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교사가 아이의 일기를 챙겨보는 일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다’라는 권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도무지 그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그 파급효과는 컸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 일기장이 사라졌다. 평소 일기 쓰는 걸 꺼렸던 아이와 그 일기장을 낱낱이 훑어보고 흔적을 남긴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쓰는 아이나 읽어주던 교사가 쉽게 일기장을 덮어 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일기를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개중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일기를 쓰고, 그것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도 많다. 굳이 일기의 효용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자기 생활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장차 어른으로 성장했어도 자기 생활이 가지런해진다.

일기는 날마다 자기의 삶을 반추反芻해보는 거울이자 자신의 영혼과 대화하는 여백이다. 일기는 자기의 생활 중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나날의 기록이다. 일기를 쓰는 일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가장 좋은 방편이요, 삶의 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하나의 비결이다.

일기를 쓰는 그 자체가 마음을 젊게 하는 보약이다.

A. G. 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일기는 자기의 생활 중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말하는 부분에 관한 나날의 기록”이라고 했다. H. F. 아미엘도 그의 저작 <일기>를 통해서, “일기는 고독한 사람의 마음의 친구이며, 위로의 손길이며, 또한 의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날마다 일기를 통한 독백은 우리의 삶 전체를 생생하게 되찾아준다. 온종일 일궈냈던 일이 크든 작든지 일기 속에 담긴 대화는, 혼란에서 밝음으로, 오뇌懊惱에서 고요함으로, 이산離散에서 자기 파악으로, 우연偶然에서 영원으로, 돌출突出부터 조화로 이끌어 준다. 그것은 마치 자력처럼 우리의 의식을 평행상태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일은 그 어떤 욕망이나 긴장보다 우주 질서로 되돌아가는 평화를 찾는 한 방법이다.

또한, 일기를 쓴다는 사실은 번잡하지 않은 놀이이며, 일을 가장假裝한 휴식이다.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이기에 일기는 하루 동안 심중에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쓰되, 나를 감동을 준 여러 가지 사건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고, 거리낌 없이 써야 한다. 어떤 목적을 갖거나, 개과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일기라면 소용없는 수고를 쏟을 까닭이 없다.

나는 평소 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쓴다. 또한 일상을 수첩에 남긴다. 그동안 손때가 묻은 일기장과 수첩은 책장에 빼곡하다. 일기나 수첩에는 내 생활의 전부가 그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쉽게 기억하는 일도 결국에는 수첩에 기록해 둔다. 그래야 안심이다. 이러한 습관은 평생 계속될 거다. 왜냐하면 평소 일기를 쓰고, 메모하는 습관 하나가 젊음을 잃지 않고 사는 나만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필자가 쓰는 또 다른 일기인데, 2018년 4월 9일에 쓴 독서일기다.

책 읽는 버릇들이기

요즘 세상 겉멋만 든 사람이 많다. 생각 없이 유행에 따른다. 멥새가 황새를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속이 텅 비었는데도 쉽게 들뜨고, 단순한 일에 마음을 빼앗긴다. 책보다 인터넷이나 오락, 텔레비전에 더 가깝다. 억지로 웃기려 드는 코미디의 악쓰는 소리, 몇몇 인기 가수의 부드럽지 못한 노래에 더 이끌린다. 그러니 차분히 책 볼 시간이 없다.

유럽 사람은 불과 오 분만 틈이 생겨도 책을 꺼내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바쁘다.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일상을 지켜볼 수가 없다. 바쁜 시간에도 책을 가까이한다는 마음이 소중하다. 하루를 굶으면 견딜 수 없듯이 하루 책을 읽으면 마음이 고파서 견딜 수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 밥 먹듯이 즐겨 책을 읽는다. 그래도 쉬 밥을 굶듯이 책을 굶는 사람이 많다.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면서도 정작 부모는 책을 읽지 않는다. 낯부끄러운 일이다. 이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들딸이 책 읽기를 싫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때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책 읽으라고 다그쳤다. 그토록 권장했던 책 읽기가 아직도 아이의 귓가에만 맴도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지 공부하지 않는다고, 시험 점수 때문에 야단치는 볼썽사나운 부모의 얼굴을 통해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이고, 차분히 책을 읽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어떤 일에서 어른은 자기 관점으로 걸러서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이는 그 내용, 그 생각, 그 빛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율곡은 ‘무릇 독서를 하되 반드시 한 권의 책을 숙독하여서 그 뜻을 모두 알도록 통달하여 의심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다시 읽어라.’라고 했고, 안중근 의사는 식민지의 원흉을 물리치고 차디찬 감옥에서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책 읽기를 권장하는 애틋한 가르침이다.

일기 쓰기 못지않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는 책 읽는 모습을 즐겨 보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그냥 따라 읽는다. 또한 아이도 책을 붙잡고 읽는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인내력이 없으면 책 읽기가 따분해지고, 싫증나기 마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살아가자면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근데, 요즈음 어머니는 자식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니, 사랑이 넘친다. 단지 책 읽는 모습만 제외하면 그렇다. 대부분 아이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시간만 되면 어머니가 어김없이 깨워 주고, 입혀 주고, 먹여 주고, 심지어 일기 숙제까지 거들어주며, 준비물까지 챙겨주기에 바쁘다. 그런데 자식이 책 읽는 데는 왜 그다지도 성의가 없고, 본보기에 인색한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박종국 교감

◇박종국 교감 : ▷동포초등학교 교감,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 수필가 ▷한국작가회의, 경남민예총, 경부울문화연대 회원 ▷[펴낸책] 교육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2002, 도서출판 두엄), 『하심』(에세이출판사),  『감성지휘자, 우리 선생님』(2016, 살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