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13)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을 찾아서 ①다세계 해석
【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13)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을 찾아서 ①다세계 해석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10.27 13:46
  • 업데이트 2022.10.2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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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1529/episodes/24421803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1529/episodes/24421803220809(화) 양자론 오딧세이(13) -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을 찾아서 - ①다세계 해석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하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Q1.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있습니다. 
양자론 오딧세이..
자, 지난주는 양자론의 표준해석인 
'코펜하겐 해석'
맛을 좀 봤구요. 
오늘은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에 대한 얘기를 
준비하셨다구요?

먼저 궁금한게,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권위있는 표준해석이 있는데..
또 다른 해석, 대안들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 기본적으로 코펜하겐 해석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양자론의 근간인 확률파동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의 솔루션인 파동함수)의 
중첩과 관측에 의한 확률파동의 붕괴 등은 억지스럽다,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거든요. 
우주에 걸쳐 존재하는 확률파동들이 관측되고 나면 
동시에 전부 붕괴되어 
일시에 사라진다는 설명이 
물리학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죠. 


Q2. 이른바 양자붕괴현상이 나타난다는 건데..
이 부분은 얘기가 계속 나왔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자.. 
'코펜하겐 해석의 한계를 해소하겠다'
야심차게 등장한 대안 해석들..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오늘 소개할 다세계 해석(many worlds interpretation)을 비롯해 
디터 제의 양자적 결어긋남(quantum decoherence), 
데이비드 보옴(David Bohm)의 숨은 변수 이론(hidden variable theory)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제법 지지를 받고 연구되고 있긴 하나 
표준해석을 대체할 정도는 아닙니다.


Q3. 표준해석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직 아니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백가쟁명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 하나하나가 흥미롭습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인 '다세계 해석'부터
함께 좀 만나볼까요? 
다세계.. 영어로는 Many Worlds라고
번역이 되던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수없이 많은 우주, 
그러나 그 우주 간에 소통할 수 없는
수많은 우주(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해석입니다. 


Q4. 평행우주라..
SF영화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개념, 설정이잖아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데..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다는 게 
좀 뜻밖이예요. 
평행우주란게 뭔지.. 
이런게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 ‘슈뢰딩거 고양이’로 설명해볼까요.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상자를 열기 전에는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의 세계가 겹친 상태로 존재합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둘 중 하나의 세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라집니다. 
확률파동의 ‘붕괴’라는 요상한 현상에 의해서요. 
이에 반해 다세계 해석에서는 관측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산 고양이’를 발견하는 세계와 
‘죽은 고양이’를 발견하는 세계로 나뉩니다. 
만약 내가 산 고양이를 봤다면 이게 지금 현재 우주이고, 
죽은 고양이를 본 나 아닌 나의 우주도 생겨나 
우리 우주와 나란히 진행하게 됩니다. 
이게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입니다.
 
Q4. 정말 SF같은 이야기네요. 
이 해석대로라면
수많은 평행우주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가 
무수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이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인지..
좀 더 차근차근 짚어보죠. 
먼저 이렇게 황당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부터 
궁금해요. 

-> 다세계 해석은 
프린스턴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휴 에버렛이 1957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평행우주(parallel worlds)’가 원점입니다. 
그는 천체물리학자의 대가로 
‘블랙홀’이란 이름을 지은 휠러(John Wheeler)의 제자였죠.

에버렛은 양자의 상태를 기술하는 확률파동이 관측에 의해 
한 가지 가능성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즉각 붕괴되어 사라진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어요. 
그래서 ‘양자역학적인 상태가 항상 실재의 완벽한 기술이며, 
측정에 의해서 그 상태로부터 손실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 
비록 관측을 하더라도 
확률파동은 각각의 상태를 지닌 채 
그대로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고 물리적이라고 생각했죠.

Q5.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양자의 세계..
미시세계에서나 통하는 얘기 아닐까요?
이걸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건..
지나친 무리수가 아닌지.. 어떻게 보세요? 

-> 그래서 이것도 ‘확률파동의 붕괴’ 만큼이나 
황당한 가설이라는 비판을 받았지요. 
에러렛의 발상은 이래요. 
양자론이 자연계의 기본원칙이라면 
그 원리는 미시세계에만 한정되지 않고, 
미시세계의 물질로 구성되는 거시세계의 모든 것에, 
나아가 우주 전체에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봤어요. 

우주는 지금부터 약 138억 년 전에 
한 점(특이점)이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일으켜 
현재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우주의 역사에 양자론을 적용하며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진공으로부터 
빛 등의 미립자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양자론으로는 확률적인 문제가 됩니다. 
이때 우주는 ‘미립자가 생긴 우주’와 
‘미립자가 생기지 않는 우주’로 나뉜다고 
에버렛은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가능성의 정도만큼
(코펜하겐 해석으로 말하면 ‘서로 겹침’이 되어 있는 상태의 수만큼) 
계속 반복되어 우주 속의 하나가 
우리들이 있는 현재의 우주이고, 
동시에 ‘다른 내가 있는 우주’와 
‘내가 없는 우주(평행 우주)’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Q6.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확률파동의 붕괴'라는 
다소 억지스런 가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얻고 있다구요?
현재 다세계 해석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 발표 당시에는 학계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확률파동 붕괴’보다 
‘수많은 우주’가 더 황당하게 들렸기 때문이죠. 
근데 에버렛의 사망(1982년) 후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리학자와 우주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죠. 
요즘 물리학계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평행우주론과 다중우주론은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이 그 원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특히 MIT 물리학과 교수인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최근 발간한 ‘맥스 테그마크의 우주’를 통해 
“빅뱅의 난점을 해결해주는 인플레이션이론에서 
평행우주가 수학적으로 도출된다”며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소개할 정도입니다.

Q7. 멀티버스 우주론.. 
예전에 함께 다뤘던 기억도 나는데..
확실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긴 합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세계 해석.. 일리가 있다고 보세요?

-> 이 분야를 깊게 연구한 학자가 아니라 
독창적인 비평을 내긴 어렵고요, 
물리학계의 일반적인 해석과 동일합니다. 
다세계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의 난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주긴 하지만, 
‘평행우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데다 
상식과 너무나 괴리가 큰 
‘무수한 우주’, ‘무수한 나’를 
필연적으로 만들어낸다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죠.


Q8. 네. 무수한 평행우주 가운데 
다세계 해석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우주도 
존재하겠죠?  
그리고 어딘가에는 
양자론을 완벽히 이해한 '나'도 
하나쯤 존재하지 않을까.. 
다세계 해석..
묘한 위안을 주는 대목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오늘은 양자론의 표준해석,
코펜하겐 해석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여러 해석들 가운데 
다세계 해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함께 나눠봤습니다. 

양자론 오디세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데..
자.. 다음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또 기대해 보죠. 

자.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오늘도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