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 검사 리스크
【조송원 칼럼】 검사 리스크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2.10.30 10:16
  • 업데이트 2022.11.01 13: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여기는 범죄단체인가, 더러운 모의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제(임은정 부장검사) 과오 하나를 고백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제가 근무하던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은 인건비 항목을 유용하여 실비로 돌려쓰고 있었는데, 감사차 온 감사원 감사관이 통장을 가지고 오라고 하여 발각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법무부 명의로 개설한 계좌에 법무심의관실 실비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다들 아차 했지요.

법무심의관은 포효했습니다. “그걸 왜 법무부 계좌에 넣었어? 당장 갈아버려!” 문서 세단기에서 통장이 갈리는 소리를 들으며, 검사들은 황급히 회의실에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뭐라고 거짓말을 할 것인가. 한 검사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법무심의관님은 법무실장님을 제외하고 법무실 좌장입니다. 법무실 검사들의 곗돈 통장이라고 합시다.” 법무심의관은 그 검사를 천재라고 격찬하며 수사관을 불러 “감사관에게 ‘검사들의 곗돈 통장이라 사적인 것이니 제출할 수 없다’고 답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중략)검사들은 증거 인멸, 공범 간의 말맞추기 같은 수사 방해를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란에 이를 상세히 적어 법원으로부터 기어이 구속영장을 받아내고 맙니다. 그래왔던 검사들인 감사를 피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 말을 맞췄습니다.

(중략)2022년 5월, 고발 사주 의혹을 고발한 시민 단체를 통해, 공수처의 2021년 공제13호, 18호, 22호 사건 불기소장이 공개되었습니다. ‘최초 고발 사주 의혹이 언론 보도된 2021년 9월 2일부터 관련자들의 휴대폰 교체,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역 삭제 등은 물론 관련 수사정보관담당관실 임 모 검사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작업이 이어졌고, 공수처에서 2021년 11월 15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컴퓨터 기억장치인 HDD, SDD 등을 수색하니, 모두 포맷 및 초기화 등 기록 삭제 작업이 이미 진행되어 있었다’는 불기소 이유를 보고 있으려니, 2021년 9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의 분주한 풍경이 이명박 정부 시절 제가 있던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의 다급했던 풍경과 겹쳐 보였습니다.

(중략)권력은 상하기 쉬운 음식입니다. 계속 끓여주고 갈아주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검사들이 여전히 건재한 검찰을, 검사들의 잘못이 드러나도 조직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스스로 부여하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믿지 마세요.

먼 훗날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그날이 오더라도, 검찰을 맹목적으로 믿지 마세요. 견제와 균형이 흐트러지고 감시와 비판이 멈출 때, 검찰은 다시 상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 임은정(대구지검 부장검사)/계속 가보겠습니다 -

#2. 조직문화란 일상적으로 숨 쉬는 공기와 같다. 구성원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그들의 행동과 사고, 의식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검사들이 숨 쉬는 공기, 놀고 있는 물은 어떨까? 검찰 교재인 『수사감각』에는, “상부는 결국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인사권자는 자신을 거스른 사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인사로 보복을 한다. 인사권자는 사정이 허락하면 즉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보복을 한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그래서 위에서 결재를 해주지 않자 단독으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어느 검사는 부장검사로부터 수사 기록 문건으로 얼굴을 맞는 수모를 당하고 인사 불이익까지 각오해야 했다. 그리고 임은정 검사는 무죄 구형 후 서울중앙지검 3년 근무원칙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지방으로 쫓겨나고 2년간이나 부부장 승진에서도 배제되는 검찰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반드시 보복, 인사 보복, 나중에라도 보복······. 검찰이 무슨 피의 복수를 하는 조폭 집단이라도 되는 걸까? 조은석 전 검사장은 저런 부끄러운 이야기를 『수사감각』이라는 검사들의 교과서에 참으로 ‘무감각’하게 적어놓았다. 저 이야기가 차마 부끄러운 이야기라는 감각조차 없어진 것이다.

(중략)고민 끝에 검사를 그만둔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특수부 수사는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각을 맞춰가는 수사다. 안 맞는 조각이 나타나면 밑그림을 버릴 만도 하지만, 이왕 개시한 수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게 된다.”

이 변호사는 특수부 검사 시절, 특정 피의자가 들어가 있어야 그럴싸한 그림이 된다며 “너 이 새끼, 시킨 대로 안 할래”라는 부장의 압박에 못 이겨 그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아, 나는 모르겠다. 판사님이 잘 보고 기각해 주시겠지.' 하면서. 네, 조직 내에서 피의 보복을 당하는 게 두려우셨겠지요. 그러나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의 주목을 워낙 강하게 받은 사건이라 판사도 질 나쁜 범죄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는지, 영장이 나오고 만다. 몹시 미안해하던 검사는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신청하자, 안도하며 이번에는 풀려나겠다고 여기지만, 구속적부심도 기각된다. 최종 기소된 피의자는 1심, 2심 공소사실 전부 유죄였으나, 대법원에 가서야 뒤집혀 공소 사실의 90퍼센트가 무죄로 확정된다.

지금 검찰은 중금속과 농약을 장기간 들이마셔 등 굽은 물고기 천지다. 그중에서도 대왕물고기가 제일 심한 듯하니, 자기가 등 굽은 줄도 모르고 있는 가엾은 물고기에게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아니 “니 모양새를 니가 알렸다, 이 못생긴 놈들아”라고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 이연주(전 인천지검 검사) /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이연주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표지(부분) 

#3.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부대 열중쉬어!’란 명령도 내리지 못했다. 병역미필 탓이 아니다. 박근혜 씨도 제대로 했다. 14일에는 북한 위협 비행을 비판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남방조치선’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북의 도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방공식별구역(KADIZ)란 개념까지 들먹였다. 윤 대통령의 무지는 일반상식으로 알고들 있다. 무지해도 학습능력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설령 학습능력이 있다 해도 학습의지가 없으면, 무지는 영원히 지속된다. 윤석열 개인의 무지야 무슨 상관이랴만, 국군통수권자이니 우리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이니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 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 “솔직히 말해서 입에 담기도, 대통령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자체도 국격에 관계되는 문제 아니겠냐.” 28일 출근길 문답에서 ‘청담동 술자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국제회의에서 막말과 욕설로 국격을 훼손한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사실관계만 확인해주면 될 일을,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인가.

전석진 변호사는 “녹음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법정에서도 술자리가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후보 때부터의 거짓말과 막말이 대통령 취임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어, 윤 대통령에게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사고와 실수를 연발한다. 이런 사람의 주장보다는, 막강 권력의 타깃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릎 쓴 현직 변호사의 주장을 믿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4. “저는 다 걸겠다.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든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 것인가.” 김의겸 의원이 24일 국감에서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법무부장관 한동훈,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함께 청담동 고급 바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답변이다. 국민적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의는 의원의 책무이다. 한동훈은 타짜인가.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책무이거늘, 국감을 노름판으로 만든다. 검사 출신들의 행태가 어째 이리도 꼭 같은가.

더욱이 대단히 자기중심적임도 ‘검사스럽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물론 법무부 장관이 로비단체인 김앤장 변호사와 어울린 것이니 이는 이해충돌을 넘어 국기문란 행위다. 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탄핵감이고 감옥감이다. 무슨 장래의 직까지 건다고?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르고 장래에 공직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므로 장관직은 걸만한 가치가 아니고, 앞으로의 어떤 공직은 걸 일이 없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정곡을 찔렀다. “고조된 목소리로 화를 내면서 무엇을 그렇게 걸고 싶으시다면, 2년간 숨겨왔던 아이폰 비밀번호를 걸 것을 제안한다.”

#5. “문화재위가 레고랜드 사업을 사실상 승인했습니다. 만약 이거 안 되면 소양강에 뛰어내리겠다고 했는데, 안 그러게 돼서 다행입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014년 9월 26일 당시 강원도 춘천 지역구의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일 때 트위터에 쓴 글이다.

자칫 금융위기를 부를 수도 있는 강원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란 고성능 폭탄을 휘발유 저장소에 던지고도 김진태 강원지사는 “조금 미안하다”고 했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업승인 여부보다 디폴트 선언으로 인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몇 십배 더 심각하다. 누가 본의로 나라 경제를 망치려 하겠는가. 김진태가 그만큼 능력이 없다는 증거이다. 경제를 모른다는 방증이다. 곧 강원도지사의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소양강에 몇 십 번이라도 뛰어들든지 사퇴를 하든지,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작 “미안한 마음이 든다”일 뿐이다. 역시 검사 성벽이 검찰을 떠나서까지 초지일관하니 참 ‘검사스럽다’.

임은정 부장검사나 이연주 전 검사가 자신의 책에서 밝혔듯, 검사들은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 알아도 인정하지 않는다. 왜 이런 괴물들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검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지위가 세습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임관 전에는 누구나처럼 정의를 생각하는 선량한 법학도였지 않을까. 그러나 일단 임관 후 검찰의 조직문화를 학습한 순간부터는 윤석열과 한동훈과 김진태 같은 ‘검사스러운 검새’가 된다. 물론 대부분은 검사다운 검사일 테지만, 그들도 비난에서 비껴날 수 없다. 조직문화의 세례에 순응할 뿐, 자정은 하지 못했으니까.

검사의 권한은 법에서 나온다. 오남용은 있을지언정 검사가 비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법은 누가 만드는가. 국민이 만든다. 아니,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만든다. 그들이 기소독점권을 줬고, 수사권을 줬다. 이 법에 근거한 권한을 휘둘러대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 선택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해도, 선택적으로 수사 안 하고 기소 안 해도 그들을 처벌할 수 없다. 신설 공수처는 아직 견제세력이 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또 하나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개인이나 집단이다. 누구겠는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검찰의 폭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과연 내가, 내 가족이 이익을 볼 무슨 건더기는 있는가. 검찰의 폭주에 환호하는 ‘기득권 카르텔’ 속에는 일반 국민은 없다.

검찰은 혁명군이 아니다. 자신들의 권한을 탈취한 것도 아니다. 충분히 민주적으로 위임받은 권한이다. 그 권한을 위임한 국민을 배신하고 방자하게 제멋대로 오남용할 뿐이다. 주인으로서 개선 방법은 간단하다. 과도한 권한, 오남용 권한의 밑천인 수사권을 완전히 경찰 등에 이전하고, 기소권에 대해서는 공수처를 키워 견제하게 하면 된다. 이미 토대는 마련돼 있다.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집권 초기라 현재 검사나 검찰출신들의 폭주는 마지막 불꽃일 뿐이다.

특권을 가진 조직에서는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는 법이다. 내부고발자가 나온다는 것은 그 조직의 모순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징표이다. 임은정 부장검사나 박은정 검사 등이 검찰의 민낯을 까발리고 있다. 얼마지 않아 검찰은 검찰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조직 자체가 살아남을 것이다. 법이 검찰에게 권한을 줬듯, 국민들이 검찰조직 자체를 없애버리는 법을 만들 수도 있다. 검찰은 이미 분에 넘치게 누렸다. 이 끝물이 더 지독하기는 하지만, 모든 비정상은 정상으로 환원되는 게 자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21년차 검사인 임은정 부장검사의 당부는 다시 한 번 더 새길 필요가 있다. “먼 훗날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그날이 오더라도, 검찰을 맹목적으로 믿지 마세요. 견제와 균형이 흐트러지고 감시와 비판이 멈출 때, 검찰은 다시 상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