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57) 가을의 절정, 설악산의 정수 오색약수터와 주전골 가을 단풍!
【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57) 가을의 절정, 설악산의 정수 오색약수터와 주전골 가을 단풍!
  • 박홍재 기자 박홍재 기자
  • 승인 2022.11.06 04:00
  • 업데이트 2022.11.0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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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단풍의 조화
바위와 단풍의 조화

가을이 오면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누구나 가고 싶은 곳 일번지가 설악산이다. 기상 뉴스에서도 항상 설악산 단풍이 언제부터 물들기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오는지를 설명할 정도이니 말이다. 또 얼음이 제일 먼저 어는 곳이기도 하고 첫눈 역시 온다면 또 설악산부터이다. 얼음은 물론 올해도 일찍 첫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누구나 가고 싶지만 아무나 무조건 가는 곳이 아닌 곳이다. 그만큼 산이 높고 가파르고 바위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의 설악은 바위와 단풍이 어우러진 것을 보면 누구나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만큼 설악산 단풍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단풍 일번지이다. 그래서 가을이면 도시마다 관광버스가 설악산으로 단풍 구경하러 향한다.

우리도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설악산으로 간다. 몇 년간 가지 못했던 마음의 위안을 받을 기회이다.

설악산은 내, 외설악 그리고 남설악으로 나뉜다. 공룡능선을 기준 삼는다. 내설악은 수렴동 계곡, 가야동 계곡, 십이선녀탕계곡, 용아장성 백담사와 봉정암 사찰 등이 대표적이다. 외설악은 천불동계곡, 우리나라 최대 바위 봉인 울산 바위와 토왕성폭포, 권금성 등 설악의 비경이 많다. 남설악은 점봉산 자락의 주전골과 흘림골, 오색약수, 오색온천 등이 으뜸으로 꼽는다.

밤늦게 설악동에 도착하여 늦게 잠을 자고 일어난다. 설악동의 아침을 맞는다. 설악동은 설악산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중간 기착지인 셈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버스에 오른다. 약 40여 분을 달려간다. 차장으로 멀리 바라보는 설악산 능선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가을의 모습은 또한 여느 계절 못지않게 들판이나 물들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면 쓸쓸함도 느낀다. 멀리 떠나왔다는 것부터 그렇게 가을을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도 덩달아 부풀기 마련이다.

한계령을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르다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내린다. 예약되었더라면 흘림골 탐방을 하고 이어서 주전골을 통하면 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흘림골은 2015년 낙석 사고 이후 통제하다 7년 만에 예약제로 바뀌었다. 다음에 또 올 수 있게 장치를 만든 격이다. 이번에는 주전골만 간다. 주전골은 예약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는 곳이다.

렌즈57-1. 용소폭포 탐방 지원센터
 용소폭포 탐방 지원센터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 앞 안내도를 보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머릿속에 그려 넣는다. 8시쯤 주전골을 향해 탐방로 입구로 들어간다. ‘일교차가 큰 가을 산행 보온 의류 준비 철저!’라는 안내 LED 등이 켜져 있다. 그렇지, 산행은 안전이 최고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탐방로에 첫발을 디딘다.

‘주전골은 옛날에 강원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 우연히 이곳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쇠붙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쇳소리 나는 곳을 찾아 살펴보게 했다. 동굴 속에서 10여 명의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관찰사는 대로하여 그 무리와 동굴을 없애버렸다. 그 후로 이 골짜기는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하여 쇠를 부어 만들 주(鑄), 돈 전(錢)자를 써서 주전골(鑄錢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간판에서>

절정의 주전골 단풍
주전골 단풍

탐방로에 들어서자마자 단풍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게 물들어 나에게 확 다가서고 있었다. 오늘 단풍 구경은 걱정하지 않아도 잘 볼 수 있겠구나 싶다. 바로 앞 오른편에 나타난 바위산이 또한 단풍과 어우러진 것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사진을 찍느라고 앞서가던 사람들로 길이 막힐 정도였다.

골짜기 물소리가 약하다. 여울을 건널 때는 소리가 높지만, 한계가 있다. 그 대신 맑아서 햇볕을 받을 때는 빛난다. 드러난 바닥에는 돌이 둥글게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 물이 많을 때는 그 여울 소리를 상상해 본다.

계곡을 향한 단풍의 자태
계곡을 향한 단풍의 자태

골짜기 양옆으로 펼쳐지는 바위와 계곡 곳곳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갖가지 나무들이 물이 들어가고 있고 물든 것도 있어 그 감도는 조금의 차이를 보일 뿐 눈은 호강한다. 단풍이 절정이라는 것은 그 나무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모든 나무가 한꺼번에 물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물든 것은 먼저대로 늦게 물드는 것은 늦은 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바닥이 돌너덜이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중간에 위험한 곳은 나무 데크를 만들어 놓고 계곡을 건널 때는 다리를 놓아 걷기 좋도록 배려해 놓았다. 한 발씩 디디면서 고개를 돌려 오른편 왼편으로 펼쳐지는 바위 모습을 보느라 고개가 아플 지경이다. 가을 단풍놀이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다.

물이 흐르는 곳을 빼놓고 많은 돌탑이 세워져 있다. 누구는 염원을 담아서 누구는 연인과 추억을 쌓아 놓은 것이 여기저기 있다. 어떤 것은 정성을 담아서 높이 세운 것도 보인다. 그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바위의 모습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보이는 각도가 달라서 그 모양도 함께 변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양옆에 둘러친 바위 군상과 골을 타고 흐르는 물이 폭포를 이루는 곳에 녹음이 짙어지는 가운데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인 단풍을 쫓느라 바쁘게 걸음을 딛고 앞과 뒤, 오른편과 왼편을 보느라 마음이 푹 빠져버렸다.

용소 폭포
용소폭포

다리를 건널 때는 계곡에 있는 물을 보고 크고 작은 폭포를 만난다.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의 슬픈 전설이 있는 용소폭포를 만난다. 바위가 똬리를 튼 이무기의 모습이라 하여 용소폭포라 한다. 역시 계곡의 명소는 폭포를 만나야 제격이다. 용소에는 시퍼런 물이 흰 물결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을 다 포용해 안아 잠재운 후 아래로 내려보낸다.

용소삼거리에서 다다르면 흘림골에서 내려오는 구간이 보인다. 여기서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거기에는 길목을 지키는 국립공원 근무자가 있었다.

렌즈57-7. 선녀탕 저 너머로 바위 능선이 보인다
선녀탕 저 너머로 바위 능선이 보인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옥같이 맑은 물이 암벽을 곱게 다듬어 청류로 흐른다. 목욕탕 같은 깨끗하고 아담한 늪 소(沼)를 이룬다. 이곳은 밝은 달밤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반석 위에 벗어놓고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선녀탕이 있다. 전설이지만 그렇게 상상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좌우를 살피면서 내려오면 뾰족한 바위를 만난다. 바로 독주암이다. 아마도 이곳이 주전골 바위의 모습이 가장 두드러지게 많이 보이는 주전골의 참모습은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 형제바위라 이름 붙여진 바위는 닮았다는 것을 느낀다. 참 이름도 잘 붙여 놓았다. 바위들의 향연에 계곡의 물소리와 소(沼)를 보며 내려오는 길이 다리도 몇 번을 건너고 또 건너서 황홀경에 빠지는 듯하다. 행운을 준다는 금강문도 바라본다. 이렇게 산을 걸을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건강한 것이 더욱 좋은 것이다.

주전골. 이곳 단풍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주전골 독주바위
주전골 독주암

 

렌즈57-5-1. 주전골 바위
 주전골 바위
주전골 바위군
주전골 바위
렌즈57-8. 주전골의 진수 병풍바위
 주전골의 진수 병풍바위
렌즈57-10. 주전골 만물상
주전골 만물상
주전골 만물상
성국사 삼층석탑
성국사 삼층석탑

그럴 즈음 성국사에 도착한다. 법당이 덩그렇게 서 있는 앞 절 마당에 신라시대 석탑 형식으로 보물 제497호 양양 오색리 삼층 석탑이 서 있다. 오늘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해 주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모은다.

렌즈57-13. 오색약수터가 보이는 계곡
 오색약수터가 보이는 계곡

 

오색약수터
오색약수터

아래에는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 노랗게 물든 단풍만 많이 보일 뿐이다. 오색약수터에서 아이를 데리고 가족과 함께 탐방객들이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 올라오다 시간이나 체력에 맞추어서 내려가면 되는 아주 좋은 무장애 탐방로로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이다.

내려오면 계곡에는 가지고 온 음식을 놓고 먹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건너편 오색약수터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약수를 한 잔 마시러 간다. 마침 사람들이 없어서 나는 수월하게 약수 한 잔을 떠서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걸어온 주전골을 뒤돌아보면서 목을 축인다. 쌉싸래한 물맛이 약수의 효과를 얻을 것 같은 마음이다. 철분이 많아서 녹이 슨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약효가 있는 것이다.

탐방을 마친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일품이다
탐방을 마친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일품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들을 바라본다. 막걸리에 부침개를 시켜서 시원하게 한잔을 마신다. 오늘의 피로가 씻겨 내려간다. 주어진 일을 하고 난 뒤에 시원함을 가슴에 담으면서 오늘 가보지 못한 흘림골은 다시 와서 즐기는 탐방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회원
▷한국문인협회원
▷부산문인협회원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명소 기행(포토 에세이) 『길과 풍경』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