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癌
임태진
다 늙은 여자 몸이 뭐가 그리 좋다고
구순 노모 가슴에 둥지를 틀었을까
암세포 너도 나처럼
그리웠구나
엄마 젖이
임태진 시인의 <암癌>을 읽는다. 시인의 시작 노트를 보면 어머니는 결혼 후 남편 둘을 하늘로 보내고 아들 셋은 가슴에 묻었다고 한다. 한 많은 제주 여인으로 평생 가슴앓이를 하며 사셨고 노후에는 병환에 시달리다가 구순에 접어들면서 유방암 진단마저 받으셨다 한다.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 없었을 것 같은 지난한 생애가 무겁게 다가온다.
독주를 단숨에 들이키면 ‘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작품도 단숨에 들이키듯 읽히지만 ‘카’하는 신음은 깊은 한숨으로 바뀌고 만다. 암으로 어머니를 보낸 자식이 아니더라도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어머니를 지켜보며 착잡한 감정을 추스르는 시인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 묻혀 허우적거리진 않는다. 한 생을 인내로 건너온 어머니는 당신 몸에 깃든 암세포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머니 앞에서 의연해지려는 시인의 슬픔은 어머니에 대한 하염없는 그리움으로 전환한다.
종장에서 ‘너도 나처럼’하며 암세포에 대한 적대감을 버린 시인의 심중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한때 말썽을 피웠을 자식의 언행이 어머니를 괴롭히는 암세포나 다름없을 거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장성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자식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 따뜻한 사랑이 그립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lkanok@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