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양자론 오디세이 (15) 양자역학 발전을 이끈 세기의 대결, 세기의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제2 라운드 '상자 안의 시계' 사고실험
【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양자론 오디세이 (15) 양자역학 발전을 이끈 세기의 대결, 세기의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제2 라운드 '상자 안의 시계' 사고실험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11.18 11:17
  • 업데이트 2022.11.1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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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화) 양자론 오딧세이(15) 양자역학 발전 이끈 세기의 대결...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제2 라운드 ‘상자 안의 시계’ 사고실험
220906(화) 양자론 오딧세이(15) 양자역학 발전 이끈 세기의 대결...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제2 라운드 ‘상자 안의 시계’ 사고실험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하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Q1.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있습니다.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는 양자론 오딧세이..

지난 시간부터
물리학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논쟁,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요. 

양자론의 오류를 밝혀내겠다..
작심한 아인슈타인이 
보어에게 결투를 신청하죠. 
1927년 열린 제 5차 솔베이회의를 무대로
<변형 이중슬릿 사고실험>이라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는데
보어는 불확정성 원리를 
방패삼아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냅니다.  

일단 여기서는 아인슈타인이 
패배를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부산CBS 홈페이지, 
이슈인사이드 블로그에서 
다시듣기로 만나보시면 되겠고.. 

자.. 오늘은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제 2막으로 가 봅니다. 

1라운드 패배 이후
무려 3년이나 칼을 갈아서 
제 6차 솔베이 회의에서 
보어와 마주한 아인슈타인.. 

자.. 이번에는 
어떤 초식을 펼쳤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아인슈타인의 공격포인트 부터 
짚어볼까요? 

--> 네. 아인슈타인은 보어와의 1차 논쟁 3년 뒤인 1930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6차 솔베이회의에서 
양자역학을 공격하는 두 번째 사고실험을 제시했습니다. 
공격 대상은 1차 때와 같은 불확정성 원리였습니다. 
불확정성 원리야 말로 고전역학과 차별되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니까요. 
궁극적인 목적은 역시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죠.


Q2. 네. 집요하게 양자역학의 허점을 
파고드는데.. 이번에 꺼내든 
카드는 
‘상자 안의 시계’예요. 
역시 사고실험이네요. 

 
--> 아인슈타인은 이번에도 
천재성이 번뜩이는 사고실험을 내놓았습니다. 
자, 용수철에 매달린 상자 안에 시계가 들어있다고 상상해봅니다. 
상자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셔터를 통해 그 구멍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셔터를 열고 닫는 시간 간격은 
상자 안의 시계에 의해 제어됩니다. 
상자는 극히 민감한 용수철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scale)의 눈금을 통해 질량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Q3. 이게 그림을 놓고 보면
더 좋겠는데.. 라디오니까 최대한 말로 
풀어보겠습니다. 
자. 일단 시계가 빈 상자 안에 들어 있고, 
그 상자는 예민한 용수철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상자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셔터로 열고 닫을 수 있고 
시계가 셔터의 열고 닫는 시간 간격을 컨트롤 한다. 
마지막으로 
상자의 무게가 변하면 용수철이 늘거나 줄어들 것이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눈금자와 포인터가 있다. 
맞나요? 


--> 네. 훌륭합니다. 그림을 제대로 그렸네요. 
자, 이젠 그 용도.. 즉 아인슈타인의 공격 의도를 알아볼 차례죠.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지금부터 본격 시작됩니다.

상자에 빛을 가득 채우고 상자의 무게를 잰다. 
그리고 광자 한 개가 상자에서 빠져나올 만큼의 짧은 시간 
T 동안 셔터를 연 다음 닫는다. 
그 다음 다시 상자의 무게를 잰다. 
광자 한 개는 특정한 에너지(E = ℎν, 플랑크 상수 ℎ와 진동수 ν의 곱)를 갖는다. 
그리고 질량-에너지 등가공식(E = mc²)에 따라 
광자 한 개의 유효질량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광자 한 개가 상자를 빠져나가면 
상자의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져야 한다.

Q4. 그렇겠죠. 광자는 정지질량은 0이지만 
에너지를 가지니까 E = mc² 공식에 따라 유효질량을 갖는다...
빛 알갱이가 빠져나가면 
그만큼 상자는 가벼워져야겠네요. 
여기까지는 간신히 이해했는데,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상자의 무게를 정확하게 잴 수 있다. 
그러므로 상자의 질량, 즉 에너지 불확정성 ΔE는 0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생긴 데 걸린 시간의 불확정성 
Δt는 T로 유한한 값이다. 
그러므로 시간 불확정성과 에너지 불확정성의 곱(ΔE × Δt)은 0이다. 
이 같은 결과는 상보적인 물리량인 
에너지 변화와 시간 변화의 곱이 플랑크 상수값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불확정성 원리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불확정성 원리는 문제가 있다.

(※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 원리의 수식 ΔxΔp≥ℏ/2π는 
수학적 조작을 조금 하면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불확정성 원리의 수식 ΔEΔt≥ℏ/2π로 변환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각도와 각운동량의 관계식도 성립됨. 
ΔθΔω≥ℏ/2π )


Q5. 수학이 등장하니까.. 머리가 아파지는데..
일단 불확정성 원리라는 게 
"전자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면 
전자의 속도를 알 수가 없고
전자의 속도를 파악하면
전자가 어디있는지 알수 없다"
한마디로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물체가 움직인 시간과 
그동안 방출된 에너지도 
동시에 알 수가 없다"
이게 핵심인데..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 
<상자 속 시계 장치>에서는
너무 쉽게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양자역학의 근간인
불확정성 원리가 부정되는 거고. 

양자역학도 무너질 수 밖에 없겠죠.

아인슈타인으로서는
그야말로 회심의 일격을 날린 셈인데..

자, 보어의 대응이 궁금합니다. 

--> 보어의 방어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의 관전평을 잠시 듣고 가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논증을 통해 승리를 확신했다고 합니다. 
보어의 공동연구자인 레온 로젠펠트는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그것은 보어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처음엔 반박논리를 찾을 수 없어 
무척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내내 보어는 극도로 불안해보였습니다. 
보어는 물리학자들을 이리 저리 찾아다니며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아인슈타인이 옳다면 물리학은 끝장이예요'라며 
설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반박논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대조적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조용하면서도 위풍당당하고, 
약간 아이러니컬한 미소를 머금은 반면 
보어는 매우 흥분하고 초조한 모습으로 
아인슈타인 곁을 종종걸음 치며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 상황은 극적으로 역전되었습니다."


Q6. 다음날 상황은 역전되었다...
보어가 방어에 성공을 했나본데요. 
완벽해 보이는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에서 
도대체 어떤 허점을 찾아낸 걸까요? 

-->재밌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공격을 
물리학사의 불멸의 업적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보면 이렇습니다.   

보어는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하고 해답 찾기에 골몰했어요. 
마침내 새벽 녘 영감이 머리를 스쳤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자가 방출되는 시간과 
광자 방출 전후의 상자 무게를 정확하게 잴 수 있다고 했죠. 
바로 그 대목에 허점이 있었던 거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장은 시간의 흐름 속도를 변화시킵니다. 
상자 안의 광자가 방출되고 나면 
상자의 무게가 줄게 됩니다. 
상자가 중력장 내에 있고 
상자의 용수철이 움직이므로(눈금이 변화하므로) 
상자 안의 시계바늘 속도도 변합니다. 
즉 광자가 빠져나가면 중력장이 변하므로 
질량을 재는 눈금바늘이 가리키는 지점과 
그 시간 간격을 정확하게 잴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눈금바늘 위치 불확정성 Δy와 
시간 간격 불확정성 ΔT가 생길 수밖에 없는거죠. 
아인슈타인의 논증은 
자신이 창안한 일반상대성이론을 감안하지 않은 
오류임이 확인되었죠.

Q7. 그러니까 정리를 해 보면, 
아인슈타인은 상자 속 시계 장치를 통해 
일정 시간, 간격 동안 
상자의 에너지 변화를 정확하게 잴 수 있다고 했는데..
광자가 방출되면(에너지 변화) 중력장의 변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시간 간격마저 변화하므로 
여전히 에너지와 시간이라는 
상보적인 물리량 사이에 불확정성 원리가 성립한다. 
상자의 무게를 정확하게 재면서 
동시에 광자가 방출되는 시간 간격을 정확하게 잴 수는 없다..
이건데요. 
득의양양하게 문제를 던지고 승리를 확신했던 
아인슈타인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또 다시 반격의 카드를 꺼내드는지..
아니면 패배를 선언하게 되는지..
이후의 전개는 어떻습니까? 


--> 아인슈타인은 대범한 사람이죠. 
그는 보어의 논증을 보고 곧바로 수용했다고 합니다. 
패배를 인정한 거죠.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이 
불확정성 원리와 양자론이 완전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반대로 더욱 정교한 논증을 개발할 결심을 했을 따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로부터 5년 뒤에 
1935년 아인슈타인은 미국에서 
그의 동료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론을 공격하는 
강력한 논증(EPR)을 발표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의 제3 라운드가 시작된 것이죠. 
이 부분은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00. 네. 자신의 논리가 뚫린거니까요. 
군말없이 패배를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수긍이 되질 않았나 봅니다. 
뒤끝이 있다거나 
자존심이 상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거나..
이런 차원은 분명 아닌 것 같구요. 
그야말로 과학자로서 
단 하나의 진리를 찾기 위한 
탐구심의 발로가 아닐까 싶은데..

또다시 패배를 기록했지만
아인슈타인의 도전이 
오히려 멋지기만 합니다. 

자.. 갈수록 흥미진진한데요. 
다음주 이시간, 
보어 아인슈타인 논쟁
세번째 라운드로 넘어가보죠.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pinepines@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