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 (77) 카타르 월드컵과 부의 불평등
【조송원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 (77) 카타르 월드컵과 부의 불평등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2.11.28 09:50
  • 업데이트 2022.11.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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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예선, 한국-우루과이 경기 [MBC 중계 캡처]
카타르 월드컵 예선, 한국-우루과이 경기 [MBC 중계 캡처]

“MBC로 월드컵 시청해야 소리도 잘 들립니다. 다른 방송사로 보면 ‘골인’이 ‘날린’으로, 손흥민이 서대문으로 들립니다.” -Peter Jaegeul Song의 페이스북에서-

월드컵 중계방송을 볼 것인가, 그냥 지나칠 것인가? 4년마다 의지와 본능이 승강이하는 고민거리이다. 직접 땀을 흘리지 않고, 혹은 노력 없이 거저 얻는 즐거움엔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게 소박한 지론이다. 그러나 의지와는 달리, 마스크 쓴 손흥민이나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의 활약상을 보고 싶은 감정도 억누르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은 ‘헌법 수호’를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18일 해명했다. 명색이 법률가가 헌법 파괴적인 자신의 행위를 헌법 수호라고 변명하니, 이 궤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정말이지 국민을 개·돼지의 인식 능력밖에 없다고 평소 생각하지 않은 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뻔뻔함이다.

주권자인 한 국민으로서 이런 개·돼지 취급에 분노해야 하지 않은가. 뭔가 소극적으로도 그 분노를 표출해야 하지 않겠는가. 서두의 페이스북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그렇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 그것도 MBC만으로.’

<이코노미스트>(Is the World Cup a giant waste of money? 2022.11.18.)에 따르면,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준비에 3,000억 달러를 썼다. 8개 경기장 중 7개를 새로 지었다. 새로 깐 지하철과 신축한 호텔에 든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에 반해 경제적 이익은 170억 달러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 인프라의 장기적인 경제적 혜택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지만 지하철과 호텔을 몰라도, 신축 경기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별 쓸 일이 없을 것이다.

1966년부터 2018년 사이에 14번의 월드컵 경기가 열렸다. 2018년 화폐가치로 각 경기의 손익을 보자. 잉글랜드(1966) 3천만 달러 적자, 멕시코(1970) 3천만 달러 적자, 서독(1974) 3천7백만 달러 적자, 아르헨티나(1978) 14억1천만 달러 적자, 스페인(1982) 2억2천만 달러 적자, 멕시코(1986) 통계 부정확(아마 적자일 듯), 이탈리아(1990) 17억2천 달러 적자, 미국(1994) 4억3천만 달러 적자, 프랑스(1988) 7억4천만 달러 적자, 한일월드컵(2002) 48억1천만 달러 적자, 독일(2006) 5억1천만 달러 적자, 남아프리카공화국(2010) 28억5천만 달러 적자, 브라질(2014) 2억4천만 달러 적자, 러시아(2018) 2억4천만 달러 흑자.

14번의 월드컵 경기에서 러시아만 유일하게 흑자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일월드컵이 압도적으로 다른 월드컵에 비해 적자 금액이 크다는 사실이다. 월드컵 4강 감격은 이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일까?

우리는 축구 스타에 환호한다. 그 환호를 대가로 그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각각 조금씩은 다르다. 그러나 대차는 없을 듯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최상위 소득선수 5명만 보자.

음바페(프랑스) 주급 24억, 메시(아르헨티나) 주급 16억, 네이마르(브라질) 주급 8억, 호날두(포르투칼) 주급 8억, 아자르(벨기에) 주급 8억. 손흥민의 주급도 2억이 넘는다.

반면 K리그1 선수 1인당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2억4859만원이다. 국내선수 1인당 평균 연봉은 2억747만원이고, 외국인선수는 6억2389만원이다. K리그1 국내선수의 연봉이 손흥민 선수의 주급에도 못 미친다. 이게 정당한 일일까?

세계불평등연구소가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는 소득과 자산 격차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먼저 소득불평등을 보자. 하위 50% 대비 상위 10%의 소득배율은 미국이 17배, 한국과 중국이 14배, 유럽 나라들은 10배 이하다. 스웨덴은 6배이다. 다음으로 자산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미국 상위 10%의 자산은 하위 50%의 236배이다. 독일은 89.3배, 프랑스는 60.8배이다. 한국·중국·일본은 50~52배이다. 캐나다는 49.5배, 스웨덴은 49.7배이다.

우리나라의 십분위 배율 14배, 52배가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소득배율 14배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소득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6.5%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1억7천850만원을 번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1천233만원을 번다.

자산(주식,부동산,금융자산 등) 십분위 배율이 52배란 뜻은 다음과 같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5%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12억2천5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 자산의 5.6%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2천354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에는 주택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하위 50%는 대부분 자기 집이 없다는 뜻이 된다.

핵심적인 문제는 불평등의 크기 자체라기보다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라고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p.318~)에서 주장한다. 총소득(노동소득+자산소득)이 대단히 불평하게 분배되는 데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초세습사회’(혹은 ‘자본소득자 사회’)이다. 즉 물려받은 부가 매우 중요하고, 부의 집중이 극심한 사회이다.

두 번째 방식은 비교적 새로운 것으로, 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나타났다. 매우 높은 수준의 총소득 불평등은 ‘초超능력주의 사회’(어쨌든 최상위층 사람들이 초능력주의라고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회)의 결과일 수 있다. 이런 사회를 ‘슈퍼스타의 사회’(혹은 ‘슈퍼경영자’의 사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사회는 매우 불평등하긴 하지만, 물려받은 부보다는 노동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소득계층의 정상을 지배한다. 이런 사회의 승자들이 사회의 계층 구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은 놀랍지 않고, 때로 이들은 이런 논리로 일부 패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초능력주의는 하나의 가능한 결론일 뿐이며, 반대되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똑같이 존재한다.

두 유형의 불평등은 공존할 수 있다. 슈퍼스타(슈퍼경영자)의 자녀가 자본소득자가 되는 것을 제지할 어떤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든 사회에서 두 논리가 함께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축구를 모른다. 일본팀을 이겼거나 월드컵에서 승리했을 때만 기분이 좋을 뿐이다. 그러나 손흥민이 대단한 선수인 줄은 안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들도 한결같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레전드’라고 입을 모아 우러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흥민의 축구실력과 손흥민이 광고하는 광고물의 품질,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프랑스 제과점>이란 상호의 빵은 대부분 프랑스와는 관계가 없다. 진정 축구를 사랑한다면, 손흥민에 열광하는 반에 반만이라도 K리그의 평범한 선수들에게 눈길을 줘야 하지 않을까?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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