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양자론 오디세이 (19)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라운드 3 : EPR 논쟁④ 벨 부등식과 아스페 실험
【CBS부산 과학 인사이드】양자론 오디세이 (19)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라운드 3 : EPR 논쟁④ 벨 부등식과 아스페 실험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12.01 13:59
  • 업데이트 2022.12.0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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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화) 양자론 오디세이 19,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라운드 3 : EPR 논쟁 ④벨 부등식과 아스페 실험
221004(화) 양자론 오디세이 19,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라운드 3 : EPR 논쟁 ④벨 부등식과 아스페 실험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하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Q1.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있습니다.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는 양자론 오디세이..

이 시간에 근 두달에 걸쳐 
물리학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논쟁,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요.
오늘 마지막 챕터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시간 
3라운드의 핵심인
EPR 논쟁의 전개과정까지 짚었는데..
승부의 결말을
아직 확인을 못 했어요.  
아인슈타인과 보어 역시 
승패를 매듭을 짓지 못 하고..
각각 1955년, 1962년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보어 사후 2년.. 
1964년에 
영국의 한 물리학자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단서를
제시한다구요?
여기서부터 
얘기를 좀 풀어볼까요? 


-> 네. 지난 시간에 EPR의 공격에 대한 
보어의 방어 논리를 소개해 드렸고..
이것으로도 한동안 시원한 승부가 나지 않았다고 
말씀을 드렸죠.  
이렇게 미궁에 빠진 듯 보였던
EPR 논증을 
철학이 아니라 물리학적으로 
확인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 게..
바로 방금 말씀해 주신
영국의 물리학자 존 벨이었습니다. 

존 벨의 업적에 대해 물리학자 헨리 스탭은 
“과학 역사상 가장 심오한 발견”이라고 극찬했고요, 
데이비드 머민은 
“이 결과에 대해 황당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머리가 돌로 가득 차 있음에 틀림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Q2.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야단이 났나본데, 
저로서는 생소한 이름이거든요. 
이 '벨'이라는 분..
구체적으로 어떻게 EPR 논쟁을 
종결할 해법을 찾았는지
정리를 좀 해 볼까요?


-> 네. EPR 논증의 초점은 
쌍입자를 사고실험에 끌어와 
불확정성 원리가 
오류라는 것을 밝히는 거잖아요.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가 갖는 
두 개의 상보적인 물리량
(예를 들면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 각도와 각운동량 등)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선언인데요.

그런데 벨은 불확정성 원리를 조금 확장하여 
‘동시에 측정이 불가능한 특성이 
세 개 이상 존재한다면
(즉, 셋 중 하나를 정확하게 측정했을 때 
나머지 두 가지 특성들을 결정할 수 없다면) 
이들 물리량의 존재 여부를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앞에서 EPR 논증 사고실험의 
‘보옴의 각색본’을
소개드렸었습니다.  
이건 EPR 원본이 쌍입자 하나를 통해 
다른 하나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입자의 파동함수는 온 우주에 걸쳐 있기 때문에 
쌍입자 S₁의 위치를 관측하는 행위가 
S₁의 운동량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또다른 쌍입자 S₂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난점을 피하기 위해 위치, 
운동량 대신 스핀 문제로 대체한 
‘보옴의 각색본’이 등장한 거죠. 

Q3. 이 각색본이 존 벨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준 건가요? 

-> 힌트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알고는 있었겠지요. 
중요한 것은 
벨이 발견한 방법은 
보옴의 각색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색본을 ‘EPR-보옴 논증’이라고도 부르는데, 
스핀이 보존되도록(두 스핀의 합이 0이 되도록) 
연관된(혹은 쪼개진) 쌍입자 S₁, S₂의 사고실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S₁의 스핀을 측정했더니 1/2이 나왔다면 
S₂의 스핀은 측정하지 않고도 –1/2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두 쌍입자 S₁, S₂는 스핀의 합이 
0이 되도록 연관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EPR의 주장인데요. 
이걸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주머니가 두 개 있는데, 
하나에는 붉은 구슬이 들었고, 
다른 하나에는 푸른 구슬이 들어 있다고 쳐요. 
자, 주머니 하나를 집었을 때 
그 속에 붉은 구슬이 나올 확률은 50%죠? 
이게 확인되면 다른 주머니에는 보나마나 
100% 푸른 구슬이 들어있겠죠. 
이게 EPR의 논리죠. 
S₁의 스핀 측정과 관계없이 S₂의 스핀은 결정되었다는 건데요.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슈테른-게를라흐 실험과 
스핀보존 사고실험에 의하면 
연관된 쌍입자의 경우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즉, 곧바로 S₁의 스핀을 다시 정해보면 아까처럼 
–1/2이 아니라 1/2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처음 측정과 관계없이 50%의 확률로 나오는 겁니다. 


Q4. 이건 거의 대학 강의 같은데..
따라가기가 버겁긴 합니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끝까지 따라가볼게요.  
그러니까 
스핀이 보존되도록 연관된 쌍입자의 경우 
하나를 측정하면 
다른 하나를 알 수 있는데, 
EPR은 그게 원래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는 거고, 
보어는 S₁의 측정 행위가 
S₂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주장인데,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지.. 
이걸 갖고 십수년 간이나 논쟁을 
이어온 건데요. 
벨이 여기 마침표를 찍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요? 

-> 존 벨이 고안한 수학적 방법을 ‘벨의 부등식’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만약 EPR의 주장대로 
입자가 세 가지 스핀 성분을 모두 확정적으로 갖고 있다면 
쌍입자 S₁과 S₂의 두 스핀 성분의 합이 보존될 확률, 
즉 S₁이 1/2(시계방향 회전)이라면 S₂가 
그 반대인 -1/2(반시계방향 회전)가 나올 확률이 
전체 실행횟수의 50%를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도출되었습니다.

따라서 만일 두 입자의 스핀이 보존되는 경우(스핀이 다를 경우)가 
50% 혹은 그 이하로 나타난다면 
EPR의 주장은 틀린 것입니다! 
이것은 입자가 모든 축에 대해 명확한 스핀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검증방법으로 
벨이 이루어낸 위대한 발견입니다.

Q5. 그러니까 50을 넘어가면 EPR의 승리..
50 이하면 보어의 승리.. 
이제 실험으로 확인하는 
일만 남았는데.. 이 과정 역시 
쉽지는 않았다구요? 

-> 네. 벨의 부등식이 나온 이후 세계 물리학계에서는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수많은 실험이 시도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1982년 프랑스 알랭 아스페(Alain Aspect) 팀의 실험이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아스페와 그의 동료들은 레이저로 칼슘원자를 때려 
쌍둥이 광자를 만들어낸 다음 
각각의 광자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게 하여 
특수한 필터에 통과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때 방출된 한 쌍의 광자(스핀 1 혹은 -1)들은 
동일한 스핀을 갖도록 서로 완벽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즉, 아스페 팀은 EPR-보옴 논증의 전자(스핀 1/2 혹은 –1/2)은 대신 
광자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감지기를 동일한 축에 대한 스핀을 측정하도록 똑같이 세팅한다면 
두 광자의 스핀은 항상 동일한 값을 나타낼 것입니다.

아스페 팀은 벨이 제안한 대로 
두 감지기의 세팅 상태를 무작위로 바꾸면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에 벨의 부등식을 적용하면, 
만일 EPR 주장대로 입자가 세 가지 스핀 성분을 확정적으로 갖고 있다면 
두 대의 감지기가 동일한 스핀 값을 나타내는 경우는 
전체 시행횟수의 50%를 넘어야 하죠.

아스페의 실험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1982년 발표된 이 실험결과는 놀랍게도 
두 감지기에 동일한 스핀 값을 나타내는 경우는 
전체 시행횟수의 꼭 50%였어요. 50%를 넘지 않은 것입니다. 
벨의 부등식을 만족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침내 아인슈타인의 패배가 확정된 순간입니다. 


Q6. 극적이네요. 꼭 50%. 
자연이 실재성과 국소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신념이 결국 틀리고 말았어요. 

 
-> 그렇습니다. ‘벨 부등식’은 국소적 실재를 공리로 한 것이므로 
이를 만족하지 않지 않는다는 건, 
EPR 논증의 실재성과 국소성 중 어느 하나, 
혹은 둘 다 틀렸다는 말이죠. 
이것은 달리 말하면 우리가 자연을 해석할 때 국소성과 실재성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국소성을 지키려면 공간 사이에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은 불가능하다는 
상대성이론의 대원칙과 
두 입자의 상태는 공간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는 원리는 지켜지지만 
실재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반대로 물리적 실재성을 지키려면 비국소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보어 등의 양자역학 표준해석은 대체로 객관적인 실재를 지키고 
국소성을 포기(비국소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아스페 팀의 실험에서도 실제로 비국소성이 나타났다고 해요. 
서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간 광자는 
필터를 통과하여 두 개의 편광분석기 중 하나로 향하도록 했는데, 
아스페 팀은 광자가 그 자신의 짝이 되는 광자의 편광각과 
자신의 편광각을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편광각이 바로 스핀이죠. 
이것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초광속 교신이 일어났거나, 
두 광자가 비국소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초광속 현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므로 
아스페 팀의 실험은 두 개의 광자 사이에 
비국소적인 연결이 있음을 사실상 증명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Q7. 그러니까 아무런 의식이 없는 광자(빛)가 뭔가로 연결되어 
편광각을 서로 일치시키는 행위를 한다는 건데..
일단 놀랍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 그렇죠. 이렇게  아스페의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신념과 달리 
이 우주가 국소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웅변하는 것이어서 
물리학계를 충격에 빠뜨렸구요. 아인슈타인의 패배를 
확정함과 동시에 불확정성 원리와 양자역학의 입지를
더 강화시켜주었습니다. 

아스페의 실험 이후에도 후속 실험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아스페 실험은 공간적으로 두 광자 사이의 거리가 100m가량이었는데, 
얼마전 중국에서 오스트리아까지 6000km 거리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조만간 지구와 달에 각각 연관입자를 두고 하는 실험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 실험과 후속 연구의 결론은 
‘두 물체가 양자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면 
하나가 받은 영향은 공간을 초월하여 즉각적으로 다른 하나에게 전달된다.’는 겁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가리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론이긴 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실험적 증거가 있는 한, 
우리는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 우주는 예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우주와 많이 다르다,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우주와는 다르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시대는 우주의 모든 사물과 공간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 우주관’ 시대입니다. 
다음 시간엔 21세기의 새로운 우주관, 
‘관계망 우주관’을 소개하겠습니다.

Q8. 네.. 이렇게 EPR 논쟁까지 
3차에 걸친 보어 아인슈타인 논쟁.. 
마무리를 지었는데..
학술논쟁이 아니라 
거대한 전쟁사를 관통한 느낌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어요. 
양자론이 맞냐.. 틀리냐.. 
단순한 진위논쟁을 넘어 
우주관에게까지 지각변동을 가져왔다는
설명이신데..
자.. 다음 시간도 
기대가 됩니다. 

한동안 어려웠는데..
다음 주는 최대한 
쉽게 얘기를 좀 풀어보죠. 

대표님, 부탁드리구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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