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81)대통령 취임선서와 성경
【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81)대통령 취임선서와 성경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2.12.10 08:00
  • 업데이트 2022.12.12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할 때, 관행적으로 손바닥을 펴서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성경 위에 얹는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 아니다. 미국은 성경에 기초해서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독립선언서와 헌법에 기초하여 세워진 나라이다. 미국의 독립과 건국을 주도했던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은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세속적(secular) 혹은 계몽주의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서, 존 애덤스·토머스 제퍼슨·제임스 매디슨은 모두 계몽주의적 이신론(理神論·Deism)자들이었다. 그들이 말하는(독립선언서에 나타나는) 신(Nature's God) 혹은 창조자(Creator)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격적 하나님’이 아니라 그저 우주 혹은 자연법칙(Law of Nature)일 뿐이다.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하원의원도 있고, 상·하원에 불교 신자도 있다. 이슬람 신자가 《코란》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원 선서에서 사용하는 책은 다양하다. 기독교의 《성경》, 유대교 경전 《토라》, 이슬람 경전 《코란》, 《몰몬경》, 힌두교 《베다》, 불교 경전 《수트라》 그리고 미국 헌법 등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취임 선서를 할 때, 성경에 손을 올리고 “하나님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고 기도한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성경에 손을 얹는 것이 헌법적 의무는 아니다. 헌신적인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존 퀸시 애덤스(제6대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헌법 책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

변호사 겸 내과의사인 마이클 뉴도우가 중심이 된 무신론자들은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느님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특정 관점을 선전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재판을 청구했다. 곧,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기도와 종교적 선서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연방헌법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며, 특정 종교에 대한 전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연방지방법원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도와 종교적 선서는 전도 행위라기보다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표현”이라며 ‘근거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색다른 건 두 권의 성경을 사용한 것이다. 한 권은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성경이고, 다른 한 권은 1955년 주일학교를 졸업할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성경이다. 트럼프는 시편 133:1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를 인용하며 미국의 단합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비종교적인 삶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재직 시 국민화합은커녕 미국정치의 분열과 대립 양상을 더욱 격화시켰다. 미국 정치를 양극화시킨 장본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 체크를 보면, 트럼프는 재임 중 거짓말 또는 사실 오도 주장을 3만573번이나 했다. 재선에 실패하자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미국 선거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지금에도 트럼피즘은 미국 국내외에서 살아남아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 코로나19 대처, 경제불평등 증가 등의 주요 글로벌 문제에 대해 세계가 합의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다.

이런 트럼프가,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성경의 가치들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성경의 가치’들은 과연 무엇일까?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여 목사나 승려나 신도를 통해 하나님과 부처님 그리고 그 가르침을 유추한다. 트럼프를 통해 그려지는 ‘하나님’은 어떠한가?

트럼프보다 더 강한 신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대통령도 있다. 이명박이다. 그는 2004년 서울특별시장일 때 한 기독교 행사의 봉헌식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골자의 봉헌서를 직접 낭독했다. 서울시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이명박의 탐욕을 고려하면, 자기 재산이 아니니까 하나님께 드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신도를 부끄러워해야 하고, 나아가 교회에서 배척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참모습과 가르침을 왜곡한 죄목이 얼마나 큰가.

<무신론의 시대>, 필자가 즐겨 읽는 계간지 《KOREA SKEPTIC》의 제15호(2013.9.3.)의 표지 이야기이다. 무신론의 시대란 큰 제목 밑에는 ‘무신론자의 시대가 온다’는 소제목도 있다. 깜짝 놀랐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무신론자의 시대가 온다니, 그럼 지금까지 종교가 이 사회를 지배했단 말인가? 가톨릭이 지배했던 중세시대와 현재가 별반 다름없단 말인가? ‘카노사의 굴욕’이 자연 연상된다.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교회의 성직자 임명권인 서임권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논쟁 끝에 교황은 황제를 파문했다. 그러자 황제는 교황이 머물고 있는 카노사의 성문 앞에서 눈 속에 3일 동안 굻어 앉아 용서를 구했다. 교황권의 강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사건이다.

내용을 읽다가 또 한 번 더 놀랐다. 그 연유는 다음 글에서 밝힌다. 어쩌다 말이 나온 김에 이 계간지를 소개하고 싶다. 물론 필자의 비판적 사고를 충전시키는 ‘지식 샘물’ 중의 하나일 뿐,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냥 ‘스켑틱’하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화면을 만날 수 있다.

“‘회의적인’이라는 뜻의 스켑틱(skeptic)은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를 미혹하는 수많은 것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태도를 말한다. <스켑틱>은 이러한 회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 사회를 진단하고 과학, 심리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새로운 교양 과학 잡지다.

(중략)<스켑틱>에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균,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무로부터의 우주>의 로렌스 크라우스, <의식의 탐구>의 크리스토프 코흐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현대과학의 가장 뜨거운 쟁점들을 논하고 있다. ‘이메이징 랜디’ 제임스 랜디, ‘과학 아저씨’ 빌 나이 등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명사들도 편집위원 및 집필진으로 참여해 <스켑틱>을 이끌고 있다.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