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물결
박홍재
얼마나 정 그리워 저토록 철썩이랴
때로는 돌아서서 눈물도 훔치면서
밤마다
물새들 불러 넋두리를 풀어낸다
굽이를 돌 때마다 골짝 인심 품은 색깔
단물도 떫은맛도 가슴에 안은 채로
속 깊이
사려 밟아서 꾹꾹 쟁여 품었다
보리밭 소곤거림, 대숲에 바람 소리
지날 때 몰랐지만 뒤돌아 다시 보니
헤매던
나의 발자국 강물 되어 흐른다
<시작 노트>
강물도 흐르면서 그냥 흐르는 게 아닙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또 한 방울을 만납니다.
그렇게 수없이 만나면서 조금씩 키워 갑니다.
우리 사람들도 그처럼 만나고 또 만나면서 자랍니다.
온갖 세상인심을 겪어가듯 강물 역시 그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서 있는 것이 아니지요.
부모와 형제와 이웃과 친구와 더 넓게 모든 사람과
조금씩 연을 맺으면서 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강물도 유유히 흐르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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