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 "외교란 '조국을 위해 거짓말 하는 애국적 기술'"
【조송원 칼럼】 "외교란 '조국을 위해 거짓말 하는 애국적 기술'"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3.04.19 16:19
  • 업데이트 2023.04.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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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Ohmy TV 캡처]

대학 시절, 이용희 교수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외교의 세계에서는 내 나라가 아니면 모두가 남의 나라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외교관이 되더라도 남의 나라 이익을 위해서 종사하는 외교관이 되지 말고, 내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고생하는 그런 외교관이 돼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분별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분주하게 뛰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정세현/통찰-

날카로운 풍자로 악마도 배꼽을 잡고 웃으며 통쾌해 했다고 하는 『악마의 사전』에서는 ‘외교’(diplomacy)를 “조국을 위해 거짓말 하는 애국적 기술”로 정의한다. “다른 나라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악마의 사전의 정의가 외교의 고갱이를 짚었다면, 국어사전은 그냥 빈 껍데기인 포장에 대한 언급만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17세기 영국 정치인이자 외교관이던 헨리 워튼은 “대사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려고 해외에 파견된 정직한 신사”라고 말했다. 거칠게 말하면, 외교란 국익을 위한 거짓말 대잔치이다. 나아가 국가 간의 동맹이란 동맹 당사자들의 국익 확보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외교와 동맹에 대해 정확히 거꾸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핵심이고 존재 이유인 ‘국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대일 굴욕외교에서 우리 대법원의 판결까지 정면으로 거스르고 피해자의 인권까지 유린하면서 얻은 국익은 무엇인가. 국가안보의 핵심인 국가안보실이 도청을 당했는데도 처벌 요구는커녕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도 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에게 저항 받게 될 것”이라며 엉뚱하게도 국내 비판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외교와 항의와 거짓말은 우리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국에게 해야 하는데, 무슨 정부가 자국 국민에 대해 외교와 항변과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 정부 인사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더 기가 찰 노릇은 ‘국민에게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국민은 외계인인가?

한미 동맹도 국익을 위해 존재 이유가 있고, 한­미 정상회담도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 ‘미국(美國)’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나라가 아니다. 지극히 자국중심주의 국가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한 ‘전기차 보조금’도 자국산에만 지급한다. 막대한 투자를 한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하는 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실용주의 외교’는 자국의 이익 안에서만 동맹도 소용에 닿을 뿐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 며칠 후 3월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단호한 연대를 표시했다. 두 지도자는 서로를 “친애하는 친구”라 부르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대하는 성명에 서명하고 무역, 군사 훈련 및 우주 분야에서 더 깊은 유대를 약속했다.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미국 정보 커뮤니티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 장기적인 대결 국면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대결 국면에서 대만 침공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러시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군이다. 에너지원이자 군사 기술, 외교의 지원국이다.

더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고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지면. 중국과 러시아의 광대한 북부 국경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푸틴이 거세되고 친서방 지도자가 크렘린의 주인 되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 국면에서 고립무원인 끔찍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시진핑에게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은 미국이다. 중국은 서구의 경제적 또는 군사적 압력에 저항하는 데 도움을 줄 다른 큰 힘은 없다. 러시아가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이것은 냉전 때 마오쩌둥이 소련을 중국의 제1의 적으로 보고, 미국과 화해를 추진하기로 했을 때와 같은 논리이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에 구축해 놓은 절대적인 지위, 헤게모니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하여 중국을 억누르려고 한다. 그러나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중국 억제를 위해 끌어들이려 한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동맹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 것 자체가 바로 미국 혼자 힘으로는 중국을 상대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다.

아이엠에프(IMF)에 따르면, 2010년 중국 GDP가 미국 GDP의 40퍼센트, 2012년 53퍼센트, 2015년 61퍼센트, 2018년 67퍼센트, 2020년에는 71퍼센트, 2021년에는 74퍼센트였다. 중국이 머지않아 총생산량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중국 GDP가 미국 GDP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그것을 중국몽(中國夢)이라고 부른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정세현의 통찰』에서 대한민국 외교가 자국 중심성을 갖추지 못하면 통일 문제를 풀어나는 게 어렵겠다는 나름의 판단을 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설명하면서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가 어떤 외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학습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강대국과 척을 지고서는 안전하게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자국 중심성을 잘 챙겨야 한다. 다른 나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등거리 외교에 힘을 쏟고, 간교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대비해서 처신을 잘해야 한다. 다음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댠순하게 친러나 친유럽으로, 한국 대통령이라면 친미나 친중에 쏠리지 않고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법치의 뜻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일삼는 ‘검사 정권’이다. 정의와 공정엔 아랑곳하지 않고 선택적 수사·기소처럼, 주권과 역사적 정의와 국익을 팽개치고 뻔뻔스럽게 밀어붙이는 외교에 저들이 얻고자 하는 게 뭘까?

조선시대의 사대교린(事大交隣) 외교는 나름 효용이 있었다. 현대의 사대주의는 특정세력의 이익 확보 수단에 불과하다. 영어로 사대주의는 'toadyism'이다. 아첨꾼(toady)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토마스 제퍼슨이 말했다던가.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된다’고.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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