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커피 자판기 – 박홍재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커피 자판기 – 박홍재
  • 박홍재 기자 박홍재 기자
  • 승인 2023.05.21 09:29
  • 업데이트 2023.05.23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자판기
                              박홍재

 

오가는 길모퉁이 외롭게 섰던 사내
누군가 곁에 와서 말 걸어줄 때마다
따뜻한 가슴을 열어
미소 얹어 건네준다

번듯한 유명 상표 매무새에 외면당해
발길이 줄어들자 기어이 내보인 속
쪽지 글
-고장입니다
큼지막이 내결렸다

실업자 지나가다 겸연쩍게 바라보면
자신을 위로하듯 혼잣말 중얼댄다
깡끄리
가져가 버린
네 모습이 허전하다

 

- 시조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에서
 

[사진 = 박홍재]

<시작 노트>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물며 길가에 서 있는 커피 자판기뿐이랴. 
세상에 빛나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없다.
한때는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꼰대라는 소리가 거기에서 나온다.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젊은 꼰대도 있다. 참 가관이다.
실업자인 사람이 바라보는 낡은 자판기 모습이
남다르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게 쉽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