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철공소
박홍재
열댓 평 뒷골목에 고생문 내걸었다
툴툴대는 선반 한 대 폐기 직전 밀링머신
다독여 기계들 소리 살살 달래 견뎠다
앙다문 바이스 옆 반부품 주문 제품
썰다 만 톱 하나가 지쳐서 기대있다
칩들이 흩어진 채로 삼십 촉 등 올려본다
손톱 밑에 묻은 때가 최 씨를 버텨냈다
머리는 희긋희긋 아들딸 키워냈고
가족들 가끔 한 번씩 고기 구워 먹었다
남들은 돈 벌어서 넓은 곳 옮겨가며
치솟는 땅값으로 이 골목 벗어나도
은행 빚 손 안 벌리고 꿋꿋하게 살았다
- 시조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에서

<시작 노트>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그만큼 잃을 것도 많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서 살아왔다.
밑천이 없어 조그맣게 차린 철공소가 어쪄라!
힘겹게 그날그날을 견디면서 살아오니 살아지는 것이다.
언제나 을에 또 병이 되어 마지막 단계에서 살아왔다.
그것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뒤돌아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잘 견디느냐 는 것이다.
오직 참으면서 뒤돌아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세상과 맞선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도 무엇인가 남게 마련이다.
그렇게 그렇게 견디면 살아가는 것이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taeyaa-park@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