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오디세이 1】 전기줄 위에 앉은 까마귀는 왜 감전되지 않을까?
【생활과학 오디세이 1】 전기줄 위에 앉은 까마귀는 왜 감전되지 않을까?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3.06.06 10:22
  • 업데이트 2023.06.0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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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과학 인사이드 진행자 국재일 아나운서(오른쪽)와 필자

Q1. 양자론 오디세이, 상대론 오디세이, 우주 오디세이에 이어 오늘부터 우리 생활 주변의 과학 소재를 골라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보는 생활과학 오디세이를 시작합니다. 오늘 첫 시간의 제목을 보니 ‘전깃줄 위에 앉은 까마귀는 왜 감전되지 않을까?’ 이네요. 우선 이런 소재를 선택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시골 초등학교 5, 6학년 때 막 전기가 들어왔어요. 겨울에 들판의 전깃줄 위로 까마귀들이 주루룩 앉아 있곤 했죠. 물론 까치와 참새들도 앉고요. 그들은 아무렇지 않았죠. 근데 가끔 떨어져 죽는 새들도 있었는데, 날개와 몸이 타 있었죠. 새는 전깃줄에 앉아도 감전이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가, 타 죽는 얘들은 뭐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죠. 국 아나운서는 혹시 그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나요?

Q2. 저는 도시에서만 살았지만, 도시 전깃줄에도 새들이 많이 앉아 있는 걸 많이 보죠. 감전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은데, 전선이 감전 안 되는 피복전선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신기하네요. 그런 의문을 어떻게 해소하셨죠? 선생님께 물어보셨나요?

--> 그 전선은 픽복 안 된 나전선이었어요. 선생님께 질문했죠. 근데 선생님은 전선에 그냥 앉아 있으면 전기가 위로는 통하지 않아 괜찮다. 타 죽은 새는 감전되어 그런 거다, 하시데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 질문이 선생님을 곤란하게 했나봐요. 사실 그 질문 이후로 그 선생님한테 크게 미움을 받았어요.

Q3. 그런 사연이 있었네요. 자 그럼 새가 피복 안 된 전선에 앉아도 감전되지 않는 이유를 공부해볼까요?

--> 먼저 전기 회로의 3요소만 알고 가죠. 전기의 3요소는 다들 잘 아시는 대로 전압(V), 전류(I), 저항(R)입니다. 회로의 4요소 하면 전압, 전류, 저항의 3요소에다 스위치나 저항에서 소비되는 소비전력을 들기도 하죠. 전압은 전기적 전위차를 말하는데, 전류가 흐르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전류는 도체에 흐르는 전하의 량, 이는 전자의 이동량과 같고요, 저항은 회로 내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이죠. 전등이나 전기스토브 등은 회로의 저항에 해당합니다. 이 저항이 크면 소비되는 전력이 큰 거죠.

Q4. 전기 회로의 3요소는 전압, 전류, 저항이다, 이 정도는 알고 가겠습니다. 사람이 감전된다는 건 우리 몸속으로 전기가, 전류가 흐른다는 걸 말하겠죠?

--> 맞습니다. 전류가 우리 몸속을 흐르면 저항이 생기겠죠? 그래서 혈관이나 신경계통에 저항이 생기면 열로 타거나 쇼크를 받는 거죠.

Q4. 근데 고압 송전선에 앉은 새에게는 전류가 흐르지 않나요? 신기한데요?

--> 전류가 흐르는 힘을 전압이라고 했죠? 전류를 전자의 흐름이니까 전자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전선은 아주 잘 달릴 수 있게 만들어진 고속도로입니다. 거기에 앉은 새는 울퉁불퉁하고 좁은 우회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어느 길을 가고 싶을까요?

Q5. 당연히 고속도로로 가려고 하겠죠? 그렇지만 많은 전자 중에 우회로로 돌아가고 싶은 놈들도 있지 않을까요?

--> 전혀 없지는 않겠죠. 전자는 저항이 작은 쪽을 선택하는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거죠. 그래서 인간처럼 쓸데 없이, 혹은 운동 삼아 험난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죠. 새 한쪽 다리-몸통-다른 쪽 다리를 통과하는 건 그냥 송전선을 지나가는 것보다 저항이 5000배가량 더 크기 때문에 전자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Q6. 전자가 고속도로인 전선을 타고 쭉 가는 게 편한데 굳이 저항이 큰 새의 몸을 둘러 지나갈 이유가 없다. 아,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타 죽은 새는 어떤 경우인가요?

--> 그건 새가 날개로 혹은 다리로 두 전선을 동시에 걸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Q6. 새가 한 전선 위에 앉아 있는 거 하고 두 전선에 걸쳐 앉아 있는 거 하고 어떤 점이 다른 거죠?

-->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게 오늘 주제의 핵심입니다. 한 전선 위에 앉은 새 두 다리 사이의 전압은 같겠죠? 전압이란 전류를 흐르게 하는 힘인데, 전류가 그쪽으로 전자를 밀어내는 힘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전자가 저항이 큰 새의 몸을 통과하지 않는 거죠.

근데 새가 다리 하나를 한 전선에, 다른 다리는 다른 전선에 딛고 앉으면 상황이 확 바뀝니다. 두 전선이 각각 22000볼트라 치면 새의 한 다리와 다른 다리의 전압 차이는 3만8000볼트가 됩니다. 전압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힘이니까, 새의 다리를 몸을 통해 3만8000볼트의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감전되겠죠. 타기까지 하고요.

Q7. 아, 전압이 같은 두 전선을 잡으면 그 전압이 0이 아니라 더 커진다. 그래서 전류가 흐른다. 그렇다면 만약 새가 전신주에 앉아서 고압선을 쪼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도 감전이 될까요?

--> 감전됩니다. 우선 새의 다리와 부리 사이의 전압 차이가 있나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신주에 앉아 있다면, 전신주는 접지가 돼 있기 때문에 다리의 전압은 0이죠. 근데 고압선에 닿은 부리는 2만2000볼트, 따라서 전압차는 무려 2만2000가 되는 겁니다. 당연히 전류가 흐르겠죠. 부리로 전선을 탁 쪼는 순간 전류가 흘러 그 새는 저 세상으로 가는 겁니다.

Q8. 그러면 연을 날리다가 연이 고압선에 걸렸는데, 그 줄을 땅에서 잡고 있다면 어떻게 되나요?

--> 줄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압 차이는 연과 줄이 연결된 지면과는 2만2000볼트가 되겠죠. 전류를 흐르게 하는 힘이 2만2000볼트나 되니까 전류가 흐르려고 하겠죠. 근데 보통 연줄은 부도체인데 물이 조금 묻었다든지 하면 전기가 통하겠죠. 일단 위험한 일이죠. 그래서 고압선에서 흘러내린 또 다른 전선 등은 절대 잡으면 안 됩니다.

Q9. 근데, 가끔 기계를 만지거나 기름을 넣을 때 정전기가 때문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어떤 원리인가요?

--> 앞의 경우는 누전이고 뒤의 것은 정전기 때문인데요, 누전은 전기가 기계 장치에 대전되어 있다는 거죠. 일종의 전압이 형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사람이 기계를 만지면 사람의 몸을 타고 전압이 0인 땅으로 흐르는 거죠. 우리 몸을 타고 흐르는데, 순간 우리 몸에 저항이 생격 쇼크를 받는 거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계, 가정의 세탁기도 접지를 하죠. 미리 누전으로 인한 전하들을 땅으로 보내버리는 거죠.

정전기는 마찰 등으로 인해 생기는데, 우리 몸에 생겨 저장돼 있던 전하들이 갈 길을 찾고 있다가 주유 호스를 잡는 순간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스파크를 일으키거나 쇼크를 주는 거죠.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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