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들
이도훈
소문들이 몰려온다.
지구를 돌고 돌아 불어오는 오색바람이다.
바람개비 뒤로 펄럭거리는 실타래는
또 어느 우주에 닿으려고 하는지
하늘을 파랗게 물들였다.
실오라기에 매달린 채 앵앵거리던
종이컵 전화기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온다.
지금은 전파에 밀려
유치원 부록교재 어디쯤에 접혀있겠지
바람도 그리움이 많아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
파란 바다 건너,
아빠가 보고싶다는 딸에게도
노란바람개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이도훈 시집 『봄날은 십 분 늦은 무늬를 갖고 있다』을 읽었다. ‘도서출판 도훈’ 2023.

어떤 소문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시인은 개별적인 소문이 아니라, 소문 자체를 이야기 한다.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는 소문, 신선하지 않은가. 부정의 소문을 생각했던 독자들은 소문 그 자체의 생각을 전복시킨다. 다른 생각 말고 “바람도 그리움이 많아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를 붙들고,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 소문이 여기 있다. 바다 건너 딸에게도 아빠가 무사히 당도하길 소망한다.

◇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sonhyunsu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