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혐오 산업과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
【조송원 칼럼】혐오 산업과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3.10.01 08:55
  • 업데이트 2023.10.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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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4 그림]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다. 흑인 아이들이 동네 들판에서 뛰놀고 있었는데, 수전 로린츠라는 한 백인 중년 여성이 아이들에게 여기서 놀지 말라며 인종 비하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를 빼앗고, 스케이트보드를 던지기도 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겁을 먹었고, 울면서 엄마에게 갔다. 아이들의 엄마는 분노했고,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그 여성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정중히 노크를 했다. 그런데 그 백인 여성은 다짜고짜 총을 쏴 아이들과 함께 있던 엄마를 사망케 했다.

로린츠는 자신이 위협을 느꼈기에 총을 발사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위협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무기를 소지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에서는 있음직한 일이다. 이 사건에는 딱히 논쟁될 게 없어 보인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행태가 벌어졌으니, 범죄자는 처벌 받으면 된다.

그런데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고 반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로 비화되자 진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일부 반PC 진영의 사람들이 살인자를 위한 펀딩을 열어 기금을 모은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는 미국에서 첨예한 문제인 총기 소유,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stand-your-ground law. 자기 자신의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경우, 정당방위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의 법), 소수자 이슈 등 다양한 문제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고려해도 이 사건은 명백하다. 옹호해 줄 구석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가해자가 영웅이나 된 듯이 행동하고 있다. 모인 금액이 500만 달러가 넘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로린츠는 이 돈으로 10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원래 월세도 못 내는 형편이라 퇴거 조치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제는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었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말이다. 극우 성향의 플로리다 주지사 로널드 드샌티스(Ronald DeSantis)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은 정당하다며 로린츠를 옹호하고 나섰다.

나는 로린츠에게 기부를 한 사람들이나 드샌티스 주지사가 살인을 옹호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지금의 구도가 이들을 극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PC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 이 살인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제 혐오는 명백한 돈벌이 수단이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오후(칼럼니스트)/「정치적 올바름과 21세기 종교 전쟁」/『Korea SKEPTIC』(Vol.35.)/2023.9.4.-

참여연대가 2022년 11월 8일 공개한 ‘유튜브 혐오콘텐츠 수익 현황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혐오·차별 콘텐츠 규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극우 유튜브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가세연은 2018년 7월 채널 개설 이후 2022년 11월까지 24억5849만8048원의 슈퍼챗(후원금) 수익을 올렸다.

혐오표현으로 번 돈 역시 국내 유튜브 채널 중 가세연이 가장 많았다.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 총 4213개 중 51개의 제목과 썸네일에 혐오표현 등 문제적 표현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한강 비키니 몰카’, ‘누가 여대생의 팬티를 찢었는가’, ‘엠비씨× 코로나 조만간 터질 듯’ 등 여성 혐오, 욕설, 선정적 내용이 담겼다. 이런 영상 가운데 43개는 모두 4792만 원에 달하는 슈퍼챗 수익으로 이어졌다.

유튜버들이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혐오 산업’이 가능케 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개개인이다. 그러나 사회적 해악이 큰 이런 혐오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미비도 그만큼 책임이 있다. 하여 정부는 당연히 규제 법안과 제도 마련에 진력해야 한다. 국가나 정부의 존재이유이다. 한데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극우 유튜브인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에게 추석 선물을 보냈다. 지난해 추석에도 극우 성향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에게 추석 선물을 보냈다. 뭐하자는 것인가? 혐오 표현을 일삼는 극우유트버를 ‘찬양·고무’하는 것이 아닌가!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느냐”,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시는 그 공백기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당시에 (전두환 씨는)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본다”,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 자가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겠다고 시작을 해서 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 기쁜 날에 비도 오는데 기분 좋게 저랑 춤추면서 합시다. 안 내려오면 붕짜자붕짜” ……

시정잡배가 막걸리 몇 잔 걸치고 이런 쓰레기 말을 지껄였어도 귀를 씻고 싶을 것이다. 친일매국 역사관에다 쿠데타를 옹호하고, 발언 당시 현직 대통령의 모가지를 딴다는, 반란 행위를 한 신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어록 중 일부이다. 예비역 중장으로서 국방부 장관 후보자다. 전쟁에서 우리 안의 네 편 내 편이 없다. 편향적이고 정파성이 강하면 ‘적 앞 분열’로 자멸한다. 이에 더해 신원식은 중대장 시절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의 사망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런 자는 절대 국방장관직을 수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왜 윤 대통령은 이런 부적격자를 골라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을까? 윤 대통령에게 국가와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충성할 ‘꼬붕’만 보이는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암군(暗君)은 깨끗한 자를 수하에 두는 법이 없다.

MBC 여론조사(9.28.)에 의하면, 신원식 후보자의 ‘적절’은 30.6%이고, ‘부적절’은 48.3%이다.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차라리 더 높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내의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긍정이 35% 안팎이고 부정이 60%로 안팎이다. 한데 왜 신원식 지지율 30.6%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35%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 컬설트’(MORNING CONSULT)는 매주 목요일 주요 22개국 지도자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목요일(9.28)의 여론조사 결과는 9월 20~26일에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전의 여론조사이다.

인도 모디 총리가 긍정 78% 부정 18%로 1위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긍정 20% 부정 74%로 꼴찌 앞인 21위이다. 꼴찌 22위인 체코 페트르 파벨 대통령도 긍정이 20%이나 부정은 73%로 윤 대통령보다 부정은 1% 낮다. 순위를 매길 때 긍정을 기준으로 하고, 사사오입이 있기에 간발의 차로 꼴찌를 면했다. 그러나 부정이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2개국 지도자 중에서 윤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꼴찌라고 해석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조송원 작가

국내 여론조사와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여론조사의 세세한 기술적 문제들은 일단 접어두자. 분명한 건 ‘모닝 컨설트’는 이해관계 밖에 있어, 좀 더 객관적이라는 사실은 기억하자. 백 보 양보해 국내외 여론조사 결과를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보자. 35%+20%=55%, 55%÷2=27.5%. 5명 중에 1명이 지지한다. 체감 지지율에 얼추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국정의 동력을 상실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대통령이 나와 내 가족, 내가 아끼는 사람들, 다수의 국민을 대변할 생각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장과 후보자는 물론 유인촌, 김행을 임명하려 밀어붙이고 있다. ‘왜?’는 누구나 짐작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똥배짱을 부릴 의지가지는 무엇일까?

‘검찰의 힘, 칼’이다. 그렇다면 그 검찰이란 도대체 무엇이관대?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