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부산운동본부가 지난 2월 21일 부산YMCA에서 개최한 ‘집단지성 프로젝트: 시민 100인 원탁토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 마지막 날인 3월 13일 이전 선고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대선주자들은 탄핵소추안 인용을 전제로 조기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형편 아닌가. 그렇다면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탄핵 이후’) 촛불집회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탄핵 이후에도 촛불집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게다가 촛불민심의 시대적 가치는 ‘탄핵 이후’ 대선정국에 반영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촛불민심의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탄핵 이후’ 촛불집회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박근혜정권퇴진부산운동본부가 최근 개최한 ‘집단지성 프로젝트: 시민 100인 원탁토론’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는 시도였다. 필자는 이날 원탁토론의 사회를 맡아 시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이날 원탁토론은 두 가지 주제 즉, ‘탄핵 이후 촛불광장은 어떤 형태로 갈 것인가?’ ‘대선 전후 촛불이 우선해야 할 개혁과제는?’을 주제로 진행됐다. 테이블마다 6~10명의 토론자들이 개인 의견을 차례로 발표하고, 실시간 문자전송을 통해 취합해 종합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탄핵 이후 촛불광장은 어떤 형태로 갈 것인가?’ 주제와 관련해서는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방법과 형태를 불문하고 ‘촛불광장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3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촛불과제와 대선과제를 결합시켜야 한다(17%)’, ‘직접민주주의 정치실현의 장으로 나가야 한다(13%)’ 등의 의견이 우세했다. 또 ‘새로운 연대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11%)’, ‘정권교체 개혁입법의 추동력으로 삼아야 한다(7%)’, ‘온라인광장으로 전환해야 한다(5%)’와 같은 의견도 나왔다.
특히 ‘탄핵 이후’ 촛불집회 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촛불광장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의 비중이 ‘그만해야 한다’에 비해 8 대 2로 훨씬 높았다.
촛불광장의 개최 정도는 ‘매주 1회’가 가장 많았고, 촛불집회와 함께 앞으로는 ‘사이버 플랫폼’을 상설화해서 신문고와 같은 역할을 하게하고, 정치사회개혁의 추진체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집약됐다. 결국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강하게 표출하고 있음 느낄 수는 대목이다.
두 번째 주제인 ‘대선 전후 촛불이 우선해야 할 개혁과제는?’에서는 사전에 서울지역에서 정리된 ‘촛불개혁과제 10대 분야 100대 과제’를 기본 자료로 활용해 논의했다. 도출된 과제 중 가장 많은 토론자들이 지지한 것은 ‘세월호 진상규명(31명)’이었다. 이어 ‘남북 간 합의 재확인(29명)’, ‘국가보안법 폐지(27명)’, ‘사드배치 철회(23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21)’‘ ‘최저임금 1만원(21명)’, ‘개성공단 재개(18명)’등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정책 분야와 위험사회, 노동 분야 개혁이 핵심적인 과제로 제기됐다.
앞서 박근혜정권퇴진부산운동본부가 지난 2월 18일 15차 부산시국대회에서 집계한 개혁과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민에게 30대 개혁과제 중 우선 과제 3개를 고르라는 방식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월호 진상규명법 제정’(259명), ‘국정교과서 폐기’(153명),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화’(134명), ‘사드배치 철회’(108명), ‘최저임금 1만 원’(10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민 100인 원탁토론’을 통해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촛불민심이 염원하는 개혁은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촛불민심’을 제대로 받들기 위해서는 야권 대선주자들은 ‘확실히 이긴다’는 믿음과 함께 개혁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시민은 ‘탄핵’을 위해 촛불광장에 모였다. 그러나 ‘탄핵 이후’에 시민은 개혁을 ‘열린 광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촛불시민들은 이미 ‘열린 토론’을 통해 각 분야의 개혁과제를 이끌어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집단 지혜’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토론을 통한 합의’, 그리고 ‘합의된 민심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라는 평범한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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