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여러분, '총리·비서실장 예고제' 어떠세요?
대선주자 여러분, '총리·비서실장 예고제' 어떠세요?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7.03.07 22:04
  • 업데이트 201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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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여러분, '총리·비서실장 예고제' 어떠세요?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주자 3인.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요즘 ‘포스트 탄핵’ 민심을 잡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야권 진영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적폐청산’에 방점을 두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명성·정책’에 집중하고 있으며, 안희정 충남지사는 ‘통합’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미래’를 키워드로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촛불민심의 분노는 대한민국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서울 광화문의 1500만 촛불, 부산 서면의 150만 촛불로 상징되는 ‘촛불민심’이 바라는 바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촛불개혁과제’로 촛불집회 주최 측이 최근에 정리한 ‘10대 분야 100대 과제’는 △재벌체제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좋은 일자리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복지·사회공공성 강화 및 생존권 보장 △젠더·소수자 차별 해소 △남북관계 및 외부안보정책 개혁 △원전 등 위험사회 개혁 △교육 불평등 개혁과 건강권 보장 △언론 개혁과 자유권 보장 등이다.

민주공화국에선 ‘기본’이어야 할 것들이 개혁 과제로 봇물처럼 나온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반증한다. 그런데 과연 탄핵 이후 대선주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 안고 갈까? 이를 위해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촛불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범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자신의 구체화된 공약과 함께 경선과정에서 ‘국무총리 및 일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일부 수석 후보군(각 3명)’을 국민에게 예고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어떤 공약보다 국민에게 차기 정부의 방향을 가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탄핵 이후 대선은 인수위가 없이 당선 다음날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기에 경선 과정에서 이러한 후보군의 예고는 더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가까운 역대 정부의 총리(서리, 권한대행 포함)를 한번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 김종필 박태준 이헌재 이한동 장상(낙마) 장대환(낙마) 김석수 씨. 노무현 정부: 고건 이헌재 이해찬 한덕수 한명숙 권오규 한덕수 씨. 이명박 정부: 한승수 정운찬 윤증현 김황식 씨. 박근혜 정부: 정홍원 이완구 최경환 황교안 씨.

역대 정부는 ‘인사 잔혹사’를 적지 않게 겪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낙마한 총리 후보자만 3명으로 역대 낙마한 총리 후보자 6명 가운데 절반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은 후보 지명 5일 만에 아들 병역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그 뒤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카드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비리 연류 의혹으로 63일 만에 직을 내려놓았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의 면면은 어떨까? 김대중 정부는 김중권 한광옥 이상주 전윤철 박지원씨를 기용했고, 노무현 정부는 문희상 김우식 이병완 문재인 씨를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류우익 정정길 임태희 하금열 씨를 썼고, 박근혜 정부는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한광옥 씨를 임명했다.

이왕에 밝힐 바에야 장관 자리 5개 정도(현 정부의 경우 총 17개부)와 비서실 수석 자리 3개 정도(현 정부의 경우 총10개 수석)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령 교육부,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민정수석 등 후보군 지명이 국민들에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며, 국민들도 자신의 ‘구상’과 대선주자의 인사카드를 맞춰보는 재미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일각에서는 인사 후보를 사전에 공개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 걱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역대 정권 총리는 최소 3명 이상이었다. 명단에 들지 못했다고 불만을 가질 일이 아니다. 또한 그 명단에 들었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여론과 언론의 냉혹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대선주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이다. 혹여 민주당이 미적거리다 보면 국민의 당이나 정의당이 치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당 대선주자에게 무조건 투표할 것이다.


<yb5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