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캐비닛, 선택 아닌 필수
섀도우 캐비닛, 선택 아닌 필수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7.03.16 16:07
  • 업데이트 2017.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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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캐비닛, 선택 아닌 필수

유력 대선주자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본격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이 결정됨에 따라 정부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을 오는 5월 9일로 확정했다. 4월 15~16일 후보자 등록, 17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 5월 4~5일 사전투표소 투표, 5월 9일 투·개표에 이어 다음날 당선자가 곧바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들어가는 숨 가쁜 일정이다.

각 당도 당내 경선 준비에 분주하다. 민주당은 4월 8일까지 최종 후보 선출을 마친다는 계획 아래 오는 21일까지 국민경선 선거인단 2차 모집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당은 내부 논란이 있지만 4월 2일부터 9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이른바 ‘슈퍼스타K 방식’을 도입해 오는 28일 최종 후보 지명 대회를 열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7일 ‘컷오프’를 실시하고, 오는 31일까지 후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지난달 16일 심상정 당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조만간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 고민이기도 하다.

필자는 앞서 칼럼(3월 8일자) ‘대선주자 여러분, 총리·비서실장 예고제 어떠세요?’ 에서 대선주자에게 국무총리·비서실장 예고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에서 국무총리, 장관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의 면면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 수행의 책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정책의 실현 정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가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려면 주요 정책 책임자를 함께 보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새 정부 출범에는 약 2개월간의 인수위 기간이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는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을 미리 내정해둘 필요가 커졌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새 정부의 내각 인사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를 통해 후보자를 10배수, 5배수, 3배수로 압축해 검증한 뒤 취임과 더불어 최종 지명자를 발표를 해왔다. 대체로 내각은 출범부터 정착까지 2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는 적어도 경선 때부터 최소한 총리, 비서실장 후보군 정도는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범야권 대선주자의 경우 ‘촛불민심’에서 도출된 공약과 함께 ‘국무총리 및 일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일부 수석 후보군(3배수)’(비서실장과 수석은 각료는 아니지만 이를 통칭 ‘섀도우 내각’이라 하자)을 공개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 ‘섀도우 내각’ 공개는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후보 공약의 실현성을 검증하는 매우 유효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다.

첫째, 가능하면 이번 각 당의 당내 경선에서 후보들은 적어도 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를 3배수로 추천해 공개하길 바란다. 물론 예고제가 경선 단계에서는 캠프 내부의 분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캠프 내 저명인사가 설령 총리나 비서실장 3배수 안에 못 들었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총리를 보면 최소 4명에서 많게는 7~8명이나 된다. 또한 3배수에 들었다고 안심할 바도 아니다. 총리 후보에 거론 됐지만 낙마한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주자가 명단 공개에 부담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담을 덜고,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한 정치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물론 경선의 상대주자를 총리 명단에 넣는 것은 예의상 피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시간 등 여건 상 경선기간에 명단 공개가 어렵다면 적어도 경선 후 4월 17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때 공약과 함께 ‘섀도우 캐비닛’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특히 총리와 비서실장, 그리고 장관 다섯 자리(박근혜 정부의 경우 17개부), 수석 세 자리(박근혜 정부의 경우 10개 수석) 이상의 후보군을 3배수로 발표하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공약이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예비 장관 및 수석 공개는 대선 후보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핵심 국정과제와 해당 책임자를 우선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있다면 ‘섀도우 캐비닛’ 전체를 공개해도 좋을 것이다.

셋째, ‘섀도우 캐비닛’ 공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 경선 기간부터 각 당 홈페이지 ‘섀도우 캐비닛’에 총리·비서실장·장관·수석비서관 추천 코너를 만들어 국민들이 다양한 인물을 추천하도록 하고, 이를 당 차원에서 검증을 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군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올리는 대선주자가 나올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나아가 유권자가 대선주자 입장에서 주요 내각과 비서진을 구성하고 실제 대선주자의 후보군과 맞춰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국민이 이러한 고위공직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로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yb5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