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볼모인가?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볼모인가?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1.10 12:11
  • 업데이트 2018.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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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볼모인가?

올 6월 개통 예정인 (가칭)제2남해대교. 남해군과 하동군이 명칭 다툼을 벌이고 있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기존 남해대교. 출처: 하동군청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祈黃羊에게 묻기를, “남양의 현령이 공석인데, 누가 그 지방을 다스리는 데 적임자인가?” 이에 대하여 기황양은, “해호解狐가 좋겠습니다.”고 대답했다. “해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닌가?” “공公께서는 누가 적임자냐고 물으셨기에 그에 대하여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원수를 물으신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공은 ‘좋다’ 하고는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임명하였다. 사람들은 다 좋은 인사人事라고 칭찬하였다.

얼마 뒤에 평공은 또 기황양에게 묻기를, “국가에 재판관이 결원인데, 누가 그 지위에 취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기황양은, “오午가 좋겠습니다.”고 대답하였다. “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닌가?” “공께서는 누가 적임자냐고 물으셨기에 그에 대하여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아들을 물으신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공은 ‘알았다’ 하고는 또 그 인물을 임명하였다. 사람들은 또 좋은 인사라고 칭찬하였다.

공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참 훌륭한 일이다. 기황양의 천거는 남을 들어서는 그 원수도 피하지 않고, 집안을 들어서는 그 아들도 피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기황양은 진실로 공정한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1)

남해대교, 경상남도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잇는 다리이다. 한국 최초의 현수교懸垂橋로 길이 660m, 너비 12m, 높이 57m로 1968년 5월에 착공하여 1973년 6월에 준공되었다. 이로써 남해도가 육지와 연결되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과 남해도 전체의 개발에 이바지했다.

웅장한 남해대교도 40여 년의 풍상으로 노후화했다. 그래서 난바다 쪽을 약간 자리를 옮겨 기존 남해대교의 역할을 대신할 새 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올 6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남해~하동 연륙교인 새 대교의 명칭을 두고 두 지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해군은 ‘제2의 남해대교’로, 하동군은 ‘노량대교’로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19일 경남도는 제3회 경남도지명위원회를 열어 논의했으나 결정하지 못하고,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경남상남도지명위원회는 “두 지자체가 각각 주장하는 명칭에는 이유와 근거가 있고, 연륙교 관리 주체는 국가이며, 최종 명칭 결정권 또한 국가에 있다”며 “위원 다수가 국가지명위에서 결정해 줄 것을 주장했다”며 의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서 여상규 국회의원(사천·남해·하동, 자유한국당)의 발언은 하동군민을 자극했다. 여 의원은 지난 2일 남해군 신년 방문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새 교량은 ‘제2의 남해대교’라는 명칭이 옳다고 본다”며 “다리 이름은 섬사람 입장에서 지어져야 한다는 평소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의 한 어민단체 회장은 “교량 명칭을 제2남해대교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동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의 막말을 한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동지역 읍·면 사회단체도 여 의원을 규탄했다. 지역청년회·이장협의회·발전협의회·여성단체장협의회·사회단체장협의회 등은 ‘군민 무시하는 여 의원은 남해로 이사하라’, ‘제2남해대교 지지 즉각 철회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내걸었다.

여 의원은 자유한국당 하동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 견해를 밝혔다. 요약하면 첫째, 섬 이름을 따서 교량 명칭을 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둘째, 새로 건설하는 남해대교는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것일 뿐이어서 기존 남해대교와 별개의 다리가 아닌 대체 다리이다. 이 두 가지 근거로 제2남해대교를 찬성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하동군민이다.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을 조건 없이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에 반해 여상규 의원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남해군민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여 의원을 지지한다. ‘제2남해대교’를 찬성하는 것이 정치공학적 판단이 아니라 ‘옳은 것은 옳다’라는 소신에 의한 발언이라면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아쉽다. ‘하동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의 막말’, ‘남해로 이사하라’는 주장은 번지수를 하도 헛짚어 아쉬움을 넘어 정말 ‘하동 군민으로서’ 창피하다. 우리 일부 국민의 정치 인식 수준을 어림케 한다. 결코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마름이 아니다.

헌법 제46조 제 2 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하여, 국회의원의 국가이익우선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이나 소속정당의 이익보다는 국가 또는 전체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할 의무를 진다. 그런 까닭에, 의원은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여론을 존중하여야 함은 물론, 국가 또는 전체국민의 이익과 소속정당의 이익이 대립할 경우에는 전자의 이익을 우선시킬 정치적 의무가 있다.2)

때는 바야흐로 ‘주류 교체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진보 : 무당파 : 보수(수구) = 2 : 3 : 4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제까지의 오욕의 대한민국사였다. 해방 후로 한정하더라도 보수를 참칭한 수구 이익단체들이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사익추구 대상으로 삼아 농단하고 농락했다. 그 후풍효과로 운동장은 유사 이래 최초로 4 : 3 : 2로 역전되었다.

자유한국당은 오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지든지 일정 지역의 골목대장으로 짜그라질 것이다. 이제껏 소행으로 봐 자업자득이니, 고소해 하며 박수를 치고 싶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먼 미래까지 염두에 둔 냉철한 머리의 시민이라면 반드시 반길 만한 결과는 아니다.

‘새는 좌·우의 양날개로 난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4 : 4의 균형을 이뤄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춰야 한다. 양 진영이 모두 진정성이 있지만, 어느 쪽이 더 ‘너와 나, 우리’의 일상을 더 살맛나게 할까? 투표장에 가면서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할 날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폐청산은 만난萬難을 무릅쓰고라도 칼 같이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 과업만큼, 합리적 진보주의자라면 개혁적 보수에 품을 내어주는 넉넉함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정영호 편역, 『여씨춘추』(자유문고, 1992), 47~48쪽. 2)권녕성, 『헌법학원론』(법문사, 1991), 7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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