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운 대기자의 '생각을 생각하다' (2) 분주한 '게으름'

진재운 승인 2021.06.14 17:28 | 최종 수정 2021.06.17 16:05 의견 0

분주한 '게으름'

휴일인 어제 하루, 드물게 정밀하게 읽었던 책의 추천사에 있던 용어입니다. 정확히는 티베트 승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쫓기듯 떠밀리듯 살아가지만 정작 해야 할 일에는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있는 ‘깊은 존재’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알려는 관심과 노력조차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분주함을 늦춰야 하는 곳에서 늘 헐레벌떡 바쁘고, 깨어있어야 할 것에는 반쯤 졸린 눈으로 늘 내일로 미루고 망각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럼 분주히 봐야 하는 ‘깊은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무얼까요? 한 단어로 말하면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월적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이라고 해야 맞을까요?’ 아무튼 저는 그 비슷하게 바라봅니다. 그걸 자각하기 위해 교회나 절로 사원으로 가야할까요? 이 추천사를 쓴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진리와 영성은 인간이 만든 종교를 뛰어 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종교로 큰 우주의 진리와 영성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어쨌든 우리는 이 존재를 이해하고 자각하는데 한없이 게으르고, 심지어는 반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분주한 게으름’은 일상생활 곳곳에도 전염되듯 스며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늘만의 원칙’입니다. “오늘만 담배 피고 끊지 뭐”, “오늘까지만 늦잠자고 내일부터 하지” 이런 식입니다. 그러면서 내일은 늘 게으른 오늘이 되고, 그 게으름으로 오늘을 놓치고 삽니다.

뭐든 반복되면 습관이 됩니다. 그리고 습관의 다른 말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만의 법칙도 반복되면 습관처럼 알아차리기가 힘이 듭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내일로 미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무서운 현상이 질병같이 생겨납니다. 바로 ‘학습된 무력감’입니다. “내가 해봐야 되겠어!”

aewolf from Denver, CC BY 2.0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이 새겨진 해시계 [aewolf from Denver, CC BY 2.0]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굳이 영성을 말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덮치는 여러 일들을 두고 혼란스러워 하며 정신을 뺏기기보다 중요도에 따른 집중이 필요합니다. 삶은 연습이 없다고 합니다.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연습은 꼭 필요합니다. 집중이 알아차림이고 삶이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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