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팬텀기 소리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4.28 10:30 의견 0
[유튜브 한국일보]

팬텀기 소리

박홍재

수시로 드나들며 대구 상공 지나갔다
교실 창문 흔들 때는 귀를 잠시 막았다
한순간 일상을 끊어 진공상태 만들고

열정을 토해내던 선생님 말씀까지
팬텀기 굉음 속에 그대로 빨려들어
찢어진 일상을 기워 또 한 뜸씩 이어갔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찾아오던 비행 소리
멀리 떠나 안 들리니 괜스레 궁금하다
아픔도 오래 지난 후 그리울 때 있었다

- 2022년 세종도서 나눔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시간이 오래 지나면 좋았던 것보다
아쉬움과 머리에 각인되었던 것들이 떠오른다.
70년대 대구 상공을 지나가던 팬텀기 굉음을 기억해 본다.
그 소리가 들릴 때는 잠시 일상을 멈추어야만 했다.
강의는 물론 대화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창문이 떨리고 기가 약한 사람은 혼절할 정도였다.
대구를 떠나와 살아가다 보니 아직도 팬텀기 소리가 들리는지?
아니면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궁금해진다.
오래전 이야기가 젊은 날을 소환해 잠시 생각에 젖어본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