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 조송현의 과학 토픽】깨어나는 초대질량 블랙홀, 사상 처음 실시간 관측

조송현 승인 2024.07.23 08:00 의견 0

Q1. 초대질량 블랙홀 supermassive blackhole이 깨어난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 천문학자들이 은하계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 징후를 포착했습니다.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경우는 많이 봤는데, 그 블랙홀이 마치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듯이 깨어나는 경우는 역사상 처음 관측했다고 합니다.

Q2. 잠자듯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깨어나 활동을 시작했다, 우주의 거인이 잠에서 깨어난 것이군요. 관측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 처녀자리 방향으로 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SDSS1335+0728이라는 평범한 은하가 있습니다. 이 은하는 지난 20년 동안 광학적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에 있는 Zwicky Transient Facility의 망원경에 의해 그 은하의 밝기가 갑자기 급등한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ZTF는 매우 넓은 시야를 가진 이 카메라는 북반구 하늘을 이틀마다 자동 스캔하는데, 지구 근처 소행성에서 멀리 초신성까지 모든 천체의 데이터를 캡처한다고 합니다. 이게 뭐지? 하고 천문학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팀장 유럽남방천문대 천문학자 파울라 산체스 사에즈)이 우주 및 지상 망원경의 정보를 사용하여 이 은하의 광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함으로써 Zwicky의 관측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은하 중심에서 분출하는 빛의 밝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우주 괴물’(초대질량 블랙홀)이 깨어나는 독특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현재 Astronomy & Asphysics 저널에 게재 승인되었습니다.

Q3. 지난 20년 동안 잠자던 곳에서 갑자기 최근 4년간 점점 강한 빛이 나오고 있다. 빛의 소스가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다는 말이죠. 그곳에서 깨어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우주의 괴물’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이 블랙홀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 초대질량 블랙홀은 질량이 10만 태양질량, 즉 태양의 10만배 이상의 블랙홀을 말하는데, 이번에 주목을 받는 깨어나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10억 태양질량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우주 괴물급입니다.

참고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형성에 대한 가설을 소개하면,

- 초대질량 블랙홀은 원시 우주의 드문드문한 가스 저장고에서 탄생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이 가설은 최근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제안되었습니다.

- 블랙홀 합병 가설 : 1세대 대형 별이 붕괴하면서 태양 질량의 약 100배 정도 되는 블랙홀들을 만들고 이후 서로 합쳐져 형성된다는 가설입니다. 이것은 에딩턴의 한계, 최대 100만년에 자기 질량의 2% 수준이라는 데 배치됩니다.

- 직접 붕괴 가설 : 우주 공간 내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이 직접 붕괴해 태양 질량의 수만 배에 달하는 중형 블랙홀로 출발해 만들어졌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Q4. 잠자던 괴물이 갑자기 깨어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 지금은 잠자고 있지만 전에 활성화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제법 있습니다. 우리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궁수자리 A*는 지금은 비활성인데, 과거에 활성상태였을 가능성 있다고 합니다. 또 수십억 년 후에 우리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와 융합할 때 각각의 초대질량 블랙홀도 결합하면서 다시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관측한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는데, 이들 중에는 활성화 상태인 것도 있지만 비활성화 상태인 게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비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의 경우 연구팀이자 공동연구저자인 칠레 밀레니엄 천체물리학연구소와 발파라이소대학 천문학자인 로레나 에르난데스 가르시아의 말대로 “거대한 블랙홀의 활성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Q5. 블랙홀이 활성화한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 블랙홀은 보통 잘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빛을 내고 점점 더 밝아졌다는 것은 빛을 낼 만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번 경우 연구자에 따르면 “갑자기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스를 먹기 시작했고, 매우 밝아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은하가 활성 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AGN), 즉 초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구동되는 밝고 조밀한 영역을 갖고 있는 은하로 분류했습니다.

Q6. ‘깨어나는 우주 괴물’의 최초 목격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천문학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고요?

--> 기존의 활성화 사례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은하가 갑자기 밝아지는 경우는 초신성 폭발이나 조석 붕괴 사건이 일어날 때입니다. 초신성 폭발은 큰별이 죽으면서 폭발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만드는 경우이고요. ‘조석붕괴사건 Tidal Disruption Event’은 블랙홀이 인근의 별을 빨아들일 때 별의 물질이 강한 중력에 의해 가열되고 종종 X선의 형태로 강한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X선을 블랙홀이 "깨어났다" 혹은 활성화됐다는 신호로 봅니다. 하지만 이런 조석붕괴사건은 한 달, 길어도 수개월 안에 멈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 무려 4년이나 신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입니다. 활성화 방식이 다른 블랙홀을 닮지 않아 혼란스러우면서도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Q7. ‘깨어나는 우주 괴물’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데다 깨어나는 방식도 색다르다는 것이군요.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활성화하는 사례를 관측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가요?

--> 초대질량 블랙홀은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그 은하의 특성, 그 은하의 진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활성화는 활성 은하핵 AGN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GN은 전체 은하가 내는 양보다 더 많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기도 합니다. 또 이것은 은하의 구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조석붕괴사건 등으로 물질을 흡수하면서 방출하는 강력한 에너지의 제트는 은하의 가스를 밖으로 밀어내 내부 별 형성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또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존재와 활동은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번 초대질량 블랙홀의 깨어남은 이 신비한 천체 자체와 이것이 은하와 우주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보기 드문 역동적인 사건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s://www.aanda.org/component/article?access=doi&doi=10.1051/0004-6361/202347957
https://www.eso.org/public/news/eso2409/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supermassive-black-hole-turn-on-agn
https://phys.org/news/2024-06-astronomers-massive-black-hole-awaken.html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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