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 - 뉴턴, 우주의 수학적 원리를 캐다
아이작 뉴턴(1642-1727)의 과학적 업적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 프린키피아)』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증명했다는 상찬을 받는 『프린키피아』는 지상과 천상의 모든 운동을 같은 원리와 법칙으로 해명한 뉴턴역학(고전역학)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린키피아』의 구성은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을 따른 것 같습니다. 『기하학 원론』은 본론에 앞서 23개의 용어에 대한 정의(definition)에 이어 5개의 공리(axiom)와 5개의 공준(postulate)을 제시한 다음, 이들 공리와 공준을 수학적으로 연역해 세워진 기하학 체계입니다. 공리와 공준은 이론 전개의 출발점으로 증명이 필요치 않은 자명한 명제를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제1 전제와 비슷한 개념이지요.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먼저 용어를 정의한 다음 세 개의 공리를 제시한 뒤 이를 연역해 지상과 천상의 운동을 설명합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서술하기 위해 정의한 용어는 질량(quantity of matter), 운동량(quantity), 물체의 관성(innate force of matter), ‘가하는 힘(impressed force)’, 구심력(centripetal force), 구심력의 절대 강도(absolute quantity of a centripetal force), 구심력의 가속 강도(accelerative quantity of a centripetal force), 구심력의 동인 강도(motive quantity of a centripetal force) 등 8개입니다.
이어 뉴턴은 공리로서 너무나도 유명한 세 개의 운동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즉 관성의 법칙, 힘과 가속도 법칙, 그리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그것입니다. 『프린키피아』 전체는 이들 세 가지 운동법칙으로부터 연역된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성취입니까? 뉴턴은 세 가지 운동법칙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지상과 천상을 모든 운동을 설명했습니다.
뉴턴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기본 법칙(세 가지 운동법칙)을 발견하고, 견고한 역학의 체계를 세웠을까요? 뉴턴은 『프린키피아』 3권 「철학에서 논리 전개의 규칙」에서 다음과 같은 4개의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규칙 1 : 자연 사물에 대해서, 그 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진짜 원인이 있으면 그 이외의 원인은 도입하지 않는다.
규칙 2 : 그러므로 같은 자연 현상들은 가능한 한 같은 원인으로 설명해야 한다.
규칙 3 : 조금도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실험에서 다루는 다른 물체들에서도 발견되는 성질은 모든 물체의 보편적인 성질이라고 간주해야 한다.
규칙 4 : 실험과학에서는, 현상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추론을 통해서 가능한 한 정확한 법칙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와 반대되는 가설들을 상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야 한다.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참고하여 좀 더 정확한 이론을 만들거나, 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4개의 규칙을 제시한 뉴턴은 “우리는 이 규칙을 따라야 하며, 가설들을 써서 추론을 회피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4개의 규칙은 바로 뉴턴의 과학 방법론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동 현상에서 힘(힘과 운동과의 관계 법칙)을 구하고 그 힘으로 다른 운동을 설명한다
뉴턴은 『프린키피아』 머리말에서 “이 책을 수학 원리의 자연철학이라고 부르겠다”면서 “자연철학은 운동 현상으로부터 자연의 힘을 구하고, 이 힘으로부터 또 다른 현상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물체의 운동 현상을 분석해 힘과 운동과의 관계 법칙을 구하고 그 법칙을 통해 모든 지상의 운동과 하늘의 천체 운행을 설명한다는 뜻입니다.
1713년 발간된 제2판 머리말을 쓴 케임브리지 대학의 로저 코츠(Roger Cotes) 교수는 뉴턴의 말을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자연 현상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연의 힘과 그 힘에 관한 간단한 규칙을 구한다. 그 다음에 이를 종합해서 나머지 것들의 구조를 밝힌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 책을 쓴 위대한 과학자 뉴턴은 이 방법을 써서 자신의 탁월한 노력이 활짝 꽃피게 하였다.”
지금까지 뉴턴과 코츠 교수의 말을 통해 『프린키피아』, 나아가 뉴턴역학이란 견고한 성채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 현상으로부터 귀납적인 방법으로 공리를 설정하고, 이로부터 연역적인 과정을 거쳐 일반법칙과 이론 체계를 세우고 그 위에서 다른 현상들을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일반적인 과학 방법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프린키피아』 끝 부분에서 뉴턴은 「일반주해(General Scholium)」를 통해 중력 이론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자신의 과학 방법론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I frame no hypotheses)’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주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바다에서 생기는 현상을 중력의 힘으로 설명하였다. 그렇지만 중력의 힘이 생기는 원인은 다루지 않았다. 중력 작용은 그게 가해지는 표면의 물체의 양에 따른 게 아니라,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의 양에 비례하며, 모든 방향으로 엄청나게 먼 거리까지 힘이 미치며, 항상 거리의 제곱에 역으로 비례해서 감소한다.
태양을 향해 생기는 중력은, 태양의 몸뚱아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알갱이들을 향해 생기는 중력들을 더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면, 저 멀리 토성의 궤도까지도, 거리의 제곱에 역으로 정확하게 비례해서 줄어든다. 행성들의 원일점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상을 바탕으로 중력의 성질이 이렇게 되는 원인을 발견할 수는 없으며, 나는 아무런 가설도 세우지 않겠다(I frame no hypotheses. 라틴어 Hypotheses non fingo). 왜냐하면 현상을 바탕으로 이끌어내지 않는 것은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설은, 그게 초물리학적이든 또는 물리학적이든, 그게 신비적인 성질이든 또는 역학적이든, 실험과학에서 아무런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다.
자연철학에서는 특수한 명제(propositions)가 현상으로부터 추론되고 이것은 귀납(induction)을 통해 일반화된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물체의 불투과성과 움직임, 물체들의 충격력, 운동 법칙과 중력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력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중력이 우리가 설명한 법칙들에 따라서 작용하며, 또 그 중력이 천체들과 바다의 모든 움직임을 잘 설명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연 현상 관찰 없이 직관으로 세운 명제는 허구적인 가설에 불과하다"
뉴턴이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고 할 때 가설은 오늘날 자연·사회과학에서 흔히 쓰는 ‘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론 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과는 다른 뜻입니다. 뉴턴이 말하는 가설은 ‘현상으로부터 도출되지 않는 명제’를 말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뉴턴의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는 언명은 바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를 겨냥한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데카르트는 순수한 직관에 의해 주어지는 명석판명한 명제로부터 수학적 연역을 통해 자연철학의 진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연역적 방법론입니다.
실험과학 혹은 자연철학에서는 수학적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공리(axiom)는 자연현상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야 한다고 뉴턴은 주장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데카르트처럼 직관이나 사유만으로 얻은 명제는 가설(hypothoses)에 불과하며 이는 실험과학(자연철학)에서는 옳은 진리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데카르트는 뉴턴이 8세 때인 1650년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뉴턴이 활동하던 시기에 데카르트의 영향력은 유럽의 (자연)철학계에서 매우 컸습니다. 철학 분야에서는 연역적 방법론이며 자연철학에서는 기계론적 우주관이 그랬습니다. 기계론적 우주관을 신봉하는 데카르트주의자들은 힘이 물질의 직접적인 접촉으로만 전달된다는 근접작용(action through medium)을 주장하면서 중력 같은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을 신비주의나 마술이라며 비웃었습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자 데카르트주의자들은 “도대체 아무런 접촉 없이 힘이 우주 공간을 관통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렇다면 중력의 원인은 무엇이냐?”면서 뉴턴을 공박했습니다. 당시 진보 지식인을 자처하던 기계론자들은 뉴턴의 ‘중력’을 자신들이 털어내려고 한 신비주의와 마술주의의 망령으로 치부했습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발간할 당시 분위기가 이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뉴턴은 『프린키피아』 끝의 「일반 주해」를 통해 데카르트주의자들의 비판에 해명하면서 동시에 반박한 것입니다. “솔직히 ‘중력의 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했다. 그 ‘중력의 원인’을 자연현상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없으니 (관념만으로 가설을 세우는 너희들처럼) 가설을 세워 그럴듯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자연현상을 볼 때 중력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고 또 이를 통해 하늘과 바다의 모든 운동을 잘 설명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뉴턴이 책 제목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로 지은 데서도 데카르트를 의식한 점이 엿보입니다. 데카르트의 자연철학서 『철학의 원리(the Principle of Philosophy)』와 대비시키기 위한 것이죠.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규명한 것은 나의 책이고,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는 단순히 관념적인 철학서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뉴턴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코페르니쿠스 이후 근대 과학자들이 도달하지 못한 성취를 이룬 것은 천체들의 운동 자체가 아니라 그 운동의 원인을 탐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원인을 힘에서 찾았습니다. 즉 뉴턴은 자연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운동의 원인을 찾았고, 그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물론 뉴턴은 그 원인의 원인 즉 힘의 원인까지는 밝혀내지 못했고, 사실 그 힘의 원인에 대한 규명 작업은 오늘날까지 진행 중이지요.
*이무현 번역본 『프린키피아』3 (교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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