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 - 뉴턴, 우주의 수학적 원리를 캐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는 뉴턴의 역학과 우주론을 집대성한 저서입니다. 근대 과학은 뉴턴의 『프린키피아』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린키피아』는 단 세 개의 공리로부터 연연된 것입니다. 관성의 법칙, 힘과 가속도 법칙, 그리고 작용과 반작용 법칙이 그것입니다. 공리(axiom)란 모든 이론 전개 혹은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증명이 필요치 않는 기본 전제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뉴턴은 이 공리를 어떻게 구했을까요? 뉴턴이 밝힌 자신의 과학 방법론은 ‘운동 현상으로부터 자연의 힘(원인, 즉 원리)을 구하고 이를 일반법칙으로 만들어 다른 현상을 해석한다.’로 요약됩니다. 그렇다면 뉴턴은 『프린키피아』의 공리가 된 세 가지 운동법칙을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발견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뉴턴은 이들 법칙을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화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관성의 법칙, 힘과 가속도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등 세 가지 법칙을 말합니다. 관성의 법칙이란 모든 물체는 본래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며, 힘과 가속도 법칙은 어떤 물체의 가속도는 거기에 주어진 힘에 비례한다는 법칙입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생긴다는 내용입니다.
이들 3대 운동법칙은 같은 법칙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등급은 다릅니다. 관성의 법칙은 힘과 가속도 법칙의 특수한(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힘과 가속도 법칙의 수학적 표현(미분방정식)인 운동방정식(F=ma, F: 힘, m: 질량, a: 가속도, 이탤릭체는 크기와 방향을 갖고 있는 벡터량임을 의미)은 뉴턴역학(고전역학)의 핵심 개념 즉, 현재의 상태를 알면 미래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뉴턴은 어떻게 운동법칙을 발견했을까요? 뉴턴 스스로 밝힌 과학 방법대로라면 현상에서 귀납적인 방법을 통해 공리를 세웠을 것입니다. 3대 법칙 중 대표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 힘과 가속도 법칙을 먼저 보겠습니다. 뉴턴은 자연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썼습니다. 그는 어떤 물체의 진짜 움직임을 겉보기 움직임과 구별해 밝히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했습니다. 많은 실험을 통해 힘이 진짜 운동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그가 움직임의 근원이 힘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준 실험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두 개의 구슬을 줄로 묶어서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지게 한 다음, 그들의 무게중심을 중심으로 해서 돌린다. 줄이 당겨지는 정도를 보면, 이 구슬들이 회전축에서 멀어지려는 힘을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그들의 회전 운동량을 계산할 수 있다. 그 다음, 두 구슬에 같은 크기의 힘을 동시에 가해서 더 빨리 돌거나 더 느리게 돌도록 만든다. 줄을 당기는 힘이 늘거나 주는 것을 통해서 회전 운동의 증가와 감소를 알아낼 수 있다.
뉴턴은 위의 사례보다 한층 정량적인 다음과 같은 실험도 했습니다.
질량이 다른 두 개의 물체를 스프링에 매달아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 운동하는 두 물체가 갖는 속도의 변화(가속도)의 크기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이것은 간단한 수식 계산을 하면 각 물체의 질량과 가속도를 곱한 값이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질량 × 가속도’의 크기는 힘(스프링의 장력)에 비례한다. 여기서 F=mdv/dt=ma (고딕체는 방향을 고려한 벡터)라는 운동방정식을 얻는다. 이 스프링 실험에서 곧바로 작용과 반작용 법칙도 도출해 낼 수 있다.
위와 같은 실험을 통해 뉴턴은 ‘운동이 바뀌는 정도는 가한 힘에 비례한다.’는 힘과 가속도 법칙을 세웠습니다. 어떤 힘이 어떤 운동을 발생시키면, 두 배의 힘은 두 배의 운동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항상 힘을 가한 쪽과 같은 방향으로 생깁니다. 운동은 본질적으로 방향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운동과 관련된 물리량인 힘과 속도, 가속도 역시 방향을 고려한 물리량(벡터)입니다. 운동는 물체에 가한 힘이 운동방향과 같으면 힘을 더하는 것이 되고, 반대방향이면 힘을 빼는 것이 됩니다.
관성의 법칙은 힘과 가속도 법칙으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턴은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하고(비록 오류가 있기 했지만), 데카르트가 개념적으로 완성한 관성의 원리를 수용해 정식화했습니다. 뉴턴은 이를 토대로 더욱 포괄적인 법칙인 힘과 가속도 법칙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러니까 관성의 법칙은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체는 원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게 관성의 법칙입니다. 이는 ‘물체의 운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힘을 가해야 한다.’는 힘과 가속도 법칙의 다른 표현인 것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물체에 힘을 더 가하지 않으면 가속도가 생기지 않거나 속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죠. 어떤 물체의 속도가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것은 운동에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는 바로 물체는 원래 운동을 지속하려고 한다는 관성에 대한 설명과 일치합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뉴턴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손가락으로 돌을 누르면, 돌도 손가락을 누른다. 돌을 줄에 묶어서 말이 끌면, 말도 돌의 방향으로 끌리게 된다. 왜냐하면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느슨하게 풀리려고 애를 쓰며, 돌을 말 방향으로 당기는 것과 똑같이 말을 돌 방향으로 당기게 된다. 그러니 줄이 돌을 앞으로 당기는 것만큼 줄은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뉴턴의 수많은 실험과 세심한 관찰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뉴턴은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부딪쳐(힘을 가해) 운동을 바꿔 놓으면, 그 물체 자신의 운동도 상대방 물체의 바뀐 운동 크기만큼 반대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이 작용들이 낳는 두 운동의 변화량이 같다는 사실에서 뉴턴은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뉴턴의 운동법칙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운동법칙은 그 유명한 운동방정식(F= ma, 힘= 질량 × 가속도)으로 표현됩니다. 과학자들은 흔히 간단하다 (simple)는 단어를 아름답다(beautiful)는 말로 해석할 때가 많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과학 수식 중에 가장 유명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등가식(E= mc²)을 듭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에너지-질량 등가식보다 뉴턴의 힘과 가속도 방정식이 훨씬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이야말로 자연의 운동을 기술하는 최초의 방정식이며 기본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정식은 인류가 발명한 최초, 최고의 방정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이 방정식이 담고 있는 물리적·철학적 의미가 너무나 심오하기 때문이죠.
뉴턴이 미분과 적분을 발명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과학계는 뉴턴이 미분과 적분을 발명한 시기와 운동방정식을 완성한 시기가 거의 같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운동법칙을 세우기 위한 수학적 방법으로 이전에 없던 미분을 발명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라이프니츠와 미분·적분의 최초 발명자를 두고 오랜 기간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도 과학사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 운동방정식의 가장 큰 의미는 이것이 자연의 인과관계라는 엄청난 비밀을 내포한 최초의 수식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뉴턴이 갖는 위대성이며 뉴턴을 그토록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하는 이유입니다. 뉴턴이 미분형태의 운동방정식을 발견함으로써 자연의 인과관계가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다고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여기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왜 미분이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물체의 운동 상태는 일정 시간 동안에 위치가 얼마만큼 변화하느냐로 파악합니다. 이를 정량화한 것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속력(speed)입니다. 속력은 단위 시간 동안 물체가 움직인 평균 거리로 나타냅니다. 이를테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400km인 경부고속도로를 자동차로 4시간만에 주파했다면, 이때 그 자동차의 속력은 시속 100km입니다. 여기서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든지, 오르막에서는 평균속력보다 천천히 달렸다는 등의 세부 사항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즉, 이 경우 속력은 평균적으로는 시속 100km이지만 세부 구간별 속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속력으로는 자동차의 자세한 운동 상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 구간을 잘게 나누어 움직인 거리를 재면 한층 더 정확한 속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간을 좁혀 가면 속력의 변화를 적게 만들 수가 있겠지요. 이런 추론을 계속하면 시간을 짧게 잡을수록 속력은 실제 운동 상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체의 운동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되도록 시간을 짧게 잡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단위 시간을 더는 줄일 수 없을 정도로 짧게 잡았을 때 물체의 위치 변화(방향 변화 포함)를 속도(velocity)라고 합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속력은 ‘이동거리/소요시간’이며, 속도는 ‘이동거리/소요시간’으로 계산하되 ‘소요시간을 0으로 보내는’ 극한을 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값을 구하는 수학적 방법을 미분법이라고 하고, 이것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각각 독립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미분은 물체의 운동을 서술하려는 목적으로 탄생된 새로운 수학 분야였습니다.
이 미분의 의미는 극소의 시간 동안에 한 질점(material point)의 운동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질점은 물체의 크기를 무시하고, 물체의 모든 질량이 집중된 질량 중심을 말합니다. 이것은 물체의 위치와 운동을 설명할 때 이를 대표하는 점이며, 역학 원리 및 모든 법칙의 기초가 됩니다.
임의의 시간에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이로부터 가속도를 알 수 있고, 가속도로부터 다음 순간의 속도와 위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 순간에 대해서는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동력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즉, 현재의 순간 속도로부터 가속도를 알고, 이 순간보다 극미한 시간 후에 물체가 어떻게 운동할지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극미한 시간을 차례로 확장시켜 나가면 물체의 먼 미래의 운명까지도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체의 순간 운동 상태는 과거와 미래 운동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경이롭지 않은가요?! 미분 형태의 운동방정식이 자연의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은 이런 원리에서입니다.
뉴턴 운동방정식 "현재상태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 ... 자연의 인과법칙 정식화
이것이 바로 고전역학의 핵심입니다. 즉, 어떤 물체의 현재 상태를 알면 그것의 과거와 미래의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 고전역학의 핵심 개념이 여기서 탄생한 것입니다. 어떤 물체가 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물체의 운동 궤적 가운데 특정 미소지점의 상태를 알면 그 전후 궤적을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특정 미소지점의 상태는 이에 해당하는 미래의 정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신비롭게도 말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연이 그렇게 돼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뉴턴은 신이 이 자연(우주)을 조화롭게 만들어 놨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자연의 이 같은 현재와 미래의 연결성, 인과관계를 담을 그릇으로 뉴턴은 미분이란 수학적 도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뉴턴을 천재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지 않은가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미분법칙은 인과관계에 대한 근대 물리학자들의 요구를 가장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유일한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이자면, 200년도 더 지난 뒤에 나온 전자기파의 운동을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과 전자 등 미시세계의 운동방정식인 슈뢰딩거방정식도 미분방정식이며, 이는 바로 뉴턴이 발명한 운동방정식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뉴턴은 운동법칙을 미분방정식으로 정식화하면서 거대한 고전역학의 성채를 독자적으로 건설한 것입니다.
여기서 ‘역학’과 ‘고전역학’의 의미를 짚고 가겠습니다. 고대 철학자들도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역학이라고 간주했습니다. 뉴턴은 역학을 정의하기를 ‘물체의 움직임에 관한 과학’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역학은 임의의 힘에 의해서 생기는 운동과, 임의의 운동을 낳기 위해서 필요한 힘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증명하는 과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고전역학이란 1900년대 이후 세워진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이전의 모든 물리학 체계를 말합니다. 고전역학은 뉴턴이 기초를 세우고 체계를 정립했으므로 뉴턴역학으로도 불립니다. 고전(古典, classical)이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고 애호된 저술 또는 작품을 말하듯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도 ‘구닥다리’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역학체계란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고전역학이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는 앞에서 언급한 인과론적 결정론입니다. 현재의 상태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고전역학과 마찬가지입니다. 고전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인과론적 결정론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나아가 우주의 구조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고전역학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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