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가장 중요한 성취를 요약하면 우주가 수학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최초로 정식화한 것입니다. 즉, 뉴턴에 의해 우주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 운행되며, 인간은 그 같은 우주를 원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뉴턴은 인류에게 우주를 보는 이성의 눈, 과학적 우주관을 열어준 것입니다.
그 핵심은 운동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입니다. 미분으로 표시된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자연의 인과관계라는 엄청난 비밀을 내포한 최초의 수식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코페르니쿠스 이후 과학의 여명기에 인류가 그토록 찾아 헤맨 ‘보물섬 지도’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뉴턴을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운동방정식, 자연의 인과관계 정식화
인과율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과관계란 경험되는 사건들을 ‘원인’과 ‘결과’로 구분해 이해하려 할 때 이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우리는 사실 나면서부터 “모든 사건은 반드시 어떤 원인에 의해 유발된다.”라는 대전제, 즉 인과율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라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믿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연과학은 이 인과율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만약 자연이 인과관계를 품고 있지 않다면 자연과학은 아예 탄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연과학은 이 같은 자연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지요.
아인슈타인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업적 중 인과율의 발견을 가장 훌륭한 성취라고 평가했습니다. 인과율이 철학과 자연과학 등 인류가 축적한 학문 체계의 토대가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케플러 등 과학혁명 여명기의 과학자들은 자연현상들이 서로 내적 연관(인과관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인과관계를 정식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드디어 뉴턴이 자연 현상의 인과관계를 가장 최초로, 완벽하게 입증했습니다. 뉴턴 이전에는 경험세계의 심오한 특성을 드러내줄 수 있는 독립적인 물리적 인과론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미분 형태의 법칙을 발견하면서부터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미분법칙은 인과관계에 대한 근대 물리학자들의 요구를 가장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유일한 형태”라고 평가했습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어떤 물체의 현재 상태를 알면 그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는 물체의 특정 미소 시간 및 지점의 상태에 그 물체의 과거와 미래의 정보가 담겨 있다니! 얼마나 신비로운 일입니까?!
미분 형태의 이 운동방정식은 ‘물체의 운동 상태가 외력의 영향 아래에서 극소의 짧은 시간 동안에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뉴턴은 이 변화를 수학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미분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모든 운동법칙에 적용되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운동방정식과 만유인력의 법칙의 공식을 결합해보면 중력 아래에서 물체(달)가 갖는 힘(가속도)의 유일한 원천이 바로 그 물체(달)에 작용하는 다른 물체(지구)의 질량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인과론적 결정론과 기계론적 세계관의 토대
뉴턴에 의해 확립된 인과율과 인과론은 결정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결정론이란 우주의 모든 일이 신이나 자연 같은 외적인 원인에 의해 정해져 있고 선택의 자유나 우연은 없다고 보는 입장을 말합니다. 운동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의 결합을 통해 한 물체의 운동에 대한 인과율이 우주 전체의 인과율로 확장되었습니다. 따라서 우주의 현재 상태를 알면 미래 우주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일정한 인과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정론이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및 사상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20세기의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물리학자들은 이 같은 뉴턴(고전)물리학의 성공에 힘입어 우주의 모든 비밀이 인간의 손안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오만을 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론은 양자론의 등장과 더불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뉴턴의 발견은 (적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 내에서의) 우주의 물질이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유인력의 법칙이 범우주적이듯 중력과 같은 기본적인 속성이 지구상의 물체뿐 아니라 모든 천체들에도 내재되었다는 사실의 발견은 우주가 단일한 물질적 성질을 갖는다는 추론을 가능케 합니다.
뉴턴 덕분에 모든 물질적인 현상은 시계 태엽 장치에 견줄 만한 필연적 규칙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의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미리 결정된 길을 따라 진화해 갑니다. 우주는 거대하고 정교한 하나의 시계와 같은 존재로서, 미리 정해진 대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며, 뉴턴은 이를 정식화했고 이를 통해 인간이 그 법칙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처럼 뉴턴이 수학적으로 확립한 인과론적 결정론은 데카르트의 기계론 및 합리론과 결합해 서구사회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세계관은 자연은 단순하고 논리적인 법칙에 의해 운행되며 인간의 이성은 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뉴턴의 『프린키피아』처럼 공리적인 구조로 구성되었습니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은 인간은 존중되어야 할 자연권을 가진다는 생각에 바탕을 둡니다. 이처럼 서구사회는 자연의 법칙(공리)에서 통치 원리를 추론해 내었습니다. 바야흐로 이성의 시대가 만개한 것입니다.
뉴턴의 우주관 - 신의 손길이 필요한 우주
뉴턴은 전 우주에 걸쳐 적용되는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처음으로 우주론을 정식화했습니다. 우주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신비로워 보이지만 일정한 작동 원리에 의해 운행된다고 명료하게 설명해줍니다. 인간은 그 원리를 알아내고, 그래서 우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천체를 운행시키는 원리와 힘은 지구의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뉴턴의 우주관은 고귀한 천상계와 비천한 지상계를 설파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 두껑을 영원히 봉해버렸습니다.
뉴턴은 ‘무한 우주’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만일 우주에 끝이 있다면 거기에 있는 별은 만유인력에 의해 힘을 한 방향으로만 받기 때문에 안정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뉴턴은 또 진공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그가 가설로 내세운 절대공간은 절대 정지의 공간이며, 물체의 운동에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없는 ‘절대 무(無)’의 절대공간을 설정한 뉴턴이 진공이란 개념을 수용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뉴턴은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근대 과학의 기초를 정립했지만 신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역학체계의 기초 개념인 절대공간이란 가설을 내세우면서 이미 신을 얘기했습니다. 뉴턴은 절대공간에 대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고 단정했고, 나중에는 이것을 신의 편재성(遍在性, 우주의 일체 사물에는 예외 없이 신의 힘이 두루 미친다는 뜻)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절대시간이라는 관념을 도입했는데, 그것은 한결같은 속도로 흐른다고 말했으며, 나중에는 그것을 신의 존재로부터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린키피아』 제2판 머리글을 쓴 로저 코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현명하고 탁월한 계획으로 구성된 사물들을 보고도, 창조주 신의 무한한 지혜와 전능하신 힘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님이나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사람들은 미쳐서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다. 뉴턴이 쓴 이 위대한 책은, 무신론자들의 공격을 피하기에 가장 안전한 피난처이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을 공격할 화살이 필요하면, 이 책에서 마음껏 꺼내 쓰기 바란다.1)
그러므로 뉴턴의 우주론은 신의 손길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이 우주는 창조주 신의 아름답고도 완벽한 세계입니다. 그 운행의 비밀을 뉴턴은 신을 전제로 한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토대 위에 세웠습니다. 인간은 뉴턴 물리학을 통해 창조주의 위대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인간은 창조주가 만든 우주에 포함되는 존재입니다.
뉴턴은 우주가 에테르(ether)로 충만해 있다고 가정했는데, 그 상태에서 우주의 운동량의 총량을 계산해보니 데카르트의 상상처럼 일정한 것이 아니라 점차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곧 우주는 한 번 태엽을 감아주면 영원히 가는 ‘시계’가 결코 아니며, 완전한 자동기계가 되기 어렵다는 의미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뉴턴은 행성이나 혜성 등이 운동량을 잃고 서로의 궤도를 침범함으로써 야기되는 혼란을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이 바로잡아 준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뉴턴은 특히 태양계의 각 행성들이 태양의 중력뿐만 아니라 행성끼리의 중력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이른바 섭동(perturbation) 효과입니다. 그는 이 효과로 인해 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져 원래의 궤도를 이탈하며, 나중엔 태양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턴은 태양계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 후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라플라스에 의해 뉴턴의 그 걱정은 기우였음이 밝혀졌습니다.
뉴턴은 신을 자연 현상의 최종 원인으로 생각했습니다. 중력의 원인에 대한 그의 최종 해답도 신에서 찾았습니다.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자연철학의 신학적 원리’에 의해 진정하게 완성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프린키피아』의 일반 주해에도 자연철학 연구를 태양계의 규칙성 속에서 창조주 신의 존재 증거를 찾는 작업으로 해석하는 뉴턴의 믿음이 잘 나타납니다. 뉴턴의 신은 한 번 우주의 태엽을 감고는 이를 방관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운행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신입니다. 뉴턴에게 우주를 조화롭게 유지케 하는 만유인력은 신의 섭리가 작동하는 원리에 다름 아닙니다. 태양계와 같은 조화로운 우주는 신의 섭리가 충만한 공간이므로, 자연철학을 통해 우주에서의 신의 계획을 이해하면 인간의 세계에서 관찰되는 신의 섭리 역시 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뉴턴의 믿음과는 달리 그가 기초한 인과론적 결정론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욱 강력했습니다. 라플라스 등 뉴턴의 후배들은 뉴턴역학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뉴턴의 우주에서 신의 역할을 조금씩 지워나가더니 마침내 신이 불필요한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장치 우주’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우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미리 결정된 길을 따라 갑니다. 오늘날 인류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그 원조로 데카르트와 함께 뉴턴을 지목한다는 사실에 대해 뉴턴은 억울해 할 게 틀림없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 1) ‘프린키피아'(이무현 옮김, 교우사)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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