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 - 상대성이론, 시간·공간 개념의 혁명
뉴턴역학(고전물리학)은 약 200년 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19세 중반 전자기학의 등장으로 본격화됐습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장(field)이란 전혀 새로운 물질 개념을 도입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장의 속성과 전자기파(빛)의 행동은 뉴턴역학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전자기학과 뉴턴역학이 화해할 수 없다면 어떤 것을 버려야 할까요? 물리학계가 심각한 혼돈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같은 혼돈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장의 개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다시 말하면 전자기학과 뉴턴역학을 융합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으로 인류의 우주관은 다시 한 번 도약을 맞게 되었습니다. 200년 동안 절대 관념으로 인간의 의식에 자리 잡았던 시간과 공간은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다시 다가왔습니다. 이들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시공간(spacetime)의 형태로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전체에 한결같고 일관되게 흐르는 시간, 뉴턴이 가정한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이곳과 저곳은 자신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확장하면 ‘나의 시간’과 ‘여러분의 시간’은 서로 다릅니다.
특히 물질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 그 자체가 바로 시공간이라는 사실이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상대성이론(특수상대성이론+일반상대성이론)은 인간의 우주관과 세계관에 다시 한 번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엄청난 과학이론이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라는 단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인류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바꾼 20세기 인물이자 밀레니엄의 인물
미국의 《타임》이 1999년 밀레니엄(천년)을 분석하면서 20세기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뽑았습니다. 많은 역사가들은 지난 천 년 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한 100인의 인물 속에 아인슈타인을 포함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과학적 성취가 두드러질 뿐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크게 변혁시켰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당대에 천재 과학자로 불리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거장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서거한 지 반세기가 더 지난 시점에서도 그의 업적과 삶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그의 이론이 참으로 심오하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 큰 과학적 성취는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현상의 관측과 확인에서 비롯된 것이 많을 정도입니다.
199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업적은 인접한 두 중성자별의 운동을 분석하여 중력파를 간접 확인한 것인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언한 내용입니다. 《네이처》의 2016년 과학계 10대 인물에 선정된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의 업적도 레이저간섭계중력파 관측소(LIGO)에서 중력파를 관측한 것입니다. 킵 손 교수 등의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도 중력파 검출입니다.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의 존재를 확인한 세 물리학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는 절대 0도 부근에서 물질이 보여주는 새로운 상태로 아인슈타인이 1924년 예언했습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의 ‘생애 최대 실수’인 우주상수마저도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대 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주석’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 합니다.
아인슈타인을 재평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사고의 과정, 즉 과학 방법론을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그는 흔히 연역과 귀납을 조화한 과학자라는 정평을 얻었습니다. 그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인 상대성이론은 혁명적인 가설과 우아한 방정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은 실험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천재적인 직관과 영감의 결합체입니다. 그는 직관과 영감을 통해 이론의 얼개를 물리학적인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그가 16세 때 ‘빛과 나란히 달리면 빛이 어떻게 보일까’ 하고 상상한 그림에서 출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상상은 20세기 최고의 과학 천재를 낳은 불멸의 상상이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처럼 소중한 상상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신이 산만했던 아인슈타인은 김나지움(한국의 중·고교 과정의 학교)에 들어가면서 달라졌습니다. 의대생 가정교사 막스 탈무트를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스 탈무트는 어린 아인슈타인이 범상치 않음을 깨달았고, 둘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는 아인슈타인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선물했는데, 아인슈타인은 그 책을 ‘거룩한 기하학 책’이라 부르며 마치 성경처럼 탐독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때부터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혼자 미적분학을 공부하기에 이릅니다. 탈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인슈타인의 수학 실력이 자신을 앞지르는 것을 보고 그의 천재성을 간파했습니다. 탈무트는 한참 어린 아인슈타인과 철학을 주제로 자주 대화를 하면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평생에 걸친 철학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이즈음 탈무트가 아인슈타인에게 소개해준 한 권의 책은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과학자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아론 베른슈타인의 『교양 자연과학 (Popular Books on Natural Science)』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책에 대해 “숨이 멎을 듯 집중해서 읽은 책”이라고 술회했습니다.
이 책에는 전기의 성질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에게 운명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은이 베른슈타인은 독자들에게 ‘전깃줄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전기신호와 함께 달리는 광경을 상상해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천재 아인슈타인이 화두처럼 지녔던 상상, 즉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는 바로 이 책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습니다.
17세 때인 1896년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공과대학에 입학해 인생의 전기를 맞습니다. 당시 물리학계에는 바야흐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관한 새로운 이론인 맥스웰의 전자기학을 배웠는데, 나중에 그는 “학창시절 배운 가장 매혹적인 주제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이론의 핵심인 맥스웰 방정식을 완전히 이해한 뒤 아인슈타인은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 즉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고전물리학(뉴턴물리학)에 의하면, 우리가 마음대로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이 세상의 어떤 물체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달리는 기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면 기차는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아인슈타인도 처음엔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서 빛을 보면 빛이라는 전자기 파동은 완전히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란히 달리는 사람에게 빛은 ‘파동 사진’처럼 진동하지 않고 얼어붙은 듯이 보일 것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어떤 과학책에서도 이처럼 얼어붙은 빛의 파동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왜 일까요? 아인슈타인에게 이에 대한 답을 알려준 것이 바로 맥스웰 방정식입니다. 맥스웰 방정식의 해 가운데 얼어붙은 빛을 보여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빛은 우리가 어떤 속도로 달리면서 보느냐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한 속도(초속 30만km)로 달린다는 사실을 맥스웰 방정식은 알려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화두를 풀었습니다. 빛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하고 빛을 보면 '빛(전자기 파동)은 얼어붙은 듯이 정지해 있지 않고 우리가 정지해 있을 때와 꼭 같이 진행한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는 곧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했습니다. ‘우리는 결코 빛을 따라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빛은 우리가 어떤 속도로 달리든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우리로부터 달아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나아가 빛이라는 전자기 파동은 언제나, 어떤 기준으로도 꼭 같은 모습과 속도(초속 30만km)로 움직이며, 진행하지 않는 전자기 파동은 이미 빛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는 1865년 발표된 맥스웰의 방정식 속에 잠재되어 있었으나 30년 넘게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 같은 통찰은 그동안의 상식(고전물리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은 왜 고전물리학을 따르지 않는가?’라는 새로운 의문(화두)을 붙들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화두를 푸는 데는 다시 몇 년이 흘러야 했으며, 이는 곧 특수상대성이론의 창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