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시간과 공간 개념의 혁명
아인슈타인은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대성의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를 이론의 뼈대인 공준(postulate)으로 내세워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둘 중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할 것 같은 딜레마를 그는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아인슈타인은 두 원리를 융합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느라 거의 1년 동안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1905년 봄 아인슈타인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섬광처럼 떠올랐습니다. 바로 시간의 새로운 개념에 대한 통찰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5월 어느 날 아인슈타인은 특허국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 미셸 베소를 찾아갔습니다. 지식의 공명판 역할을 해주던 베소로부터 어떤 실마리를 포착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베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뉴턴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이 서로 잘 융합하지 않는다는 것, 보다 구체적으로는 광속불변의 원리가 뉴턴역학의 토대인 상대성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둘 중 어느 하나가 잘못됐음을 의미한다는 것 등을 말입니다.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모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검토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뉴턴의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개념이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맥스웰 방정식의 결론에 위배되는 것 같다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베른의 전차에 올랐습니다. 그때 그는 시가지에 우뚝 서 있는 시계탑을 돌아다보았습니다. 순간, 전차가 시계탑으로부터 빛의 속도로 멀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를 상상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경우 시계탑의 시계 바늘이 정지한 것으로 보일 것임을 순간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시계탑에서 오는 빛이 전차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전차 속에 있는 나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똑딱거릴 것입니다.
순간, 해결의 실마리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시간은 우주의 곳곳마다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시계가 공간 곳곳에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베른의 시계탑을 보며 깨달은 사실을 적용하면, 각각의 시계는 서로 다른 빠르기로 똑딱이면서 서로 다른 시간을 알려줍니다. 시계의 빠르기 정도는 그곳의 속도에 의존합니다. 속도가 빠르면 시계는 느리게 갑니다. 이 같은 사실은 뉴턴이 생각한, 온 우주에 걸쳐 한결같은 속도로 흐른다는 절대시간의 개념을 뒤엎는 것입니다. 한 좌표계에서 같은 시각에 발생하는(동시인) 사건들이 이와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다른 좌표계에서도 같은 시각에 발생해야(동시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다음 날 베소를 찾아가 불쑥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마워, 이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네. 답은 시간의 개념에 대한 분석에서 나왔다네. 시간은 뉴턴의 절대시간처럼 절대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었어.”
아인슈타인은 16세 때의 ‘빛과 나란히 달리기’ 상상 이후 10년 만에 마침내 본질적인 해답을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섬광과도 같은 통찰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제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어떻게 새롭게 분석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절대시간을 가정하면서 온 우주에 한결같은 속도로 흐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시간은 한결같은 속도로 흐르는 것일까요? 앞서 설명한 시간에 대한 통찰을 얻기 전 아인슈타인은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을 떠올렸습니다. ‘한 관찰자가 보기에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다른 곳에 있는 다른 관찰자에게도 동시에 일어난 사건으로 보일까?’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생각이 꼭 옳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리학자 스탠리 골드버그는 아인슈타인의 발견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05년 봄에 아인슈타인이 불현듯 통찰한 것은 동시성의 판단이 시간과 공간의 측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관찰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공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과 법칙은 우리의 경험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을 때에만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경험이 어떤 경험이냐에 따라 그 개념과 법칙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동시성의 개념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수정함으로써 나는 특수상대성이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개입된 우리의 모든 판단은 항상 ‘사건의 동시성’에 관한 판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 기차는 이곳에 7시에 도착한다.’는 말을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시계의 시침이 7을 가리키는 것과 그 기차의 도착은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가 외견상 상충되는 것을 보고 이들의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그 해답이 바로 시간의 개념에 있음을 통찰했던 것입니다. 속도란 물체가 일정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를 말합니다. 따라서 빛이 모든 기준계에서 속도가 같다는 것은 이들 기준계마다 시간과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라는 뉴턴 이래 고착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적일 수 있다는 통찰을 갖게 된 것입니다. 혁명적 천재의 면모를 드러낸 순간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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