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탐구한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의 창안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분석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정의와 ‘동시(simultaniety)’의 개념을 새롭게 탐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전통적으로 ‘시간이란 결국 시계 바늘을 읽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기찻길(좌표계) 위의 세 곳 A, B, C에 동일한 구조를 가진 세 개의 시계가 놓여있습니다. 만약 기찻길 근처에서 어떤 폭발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언제일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사건의 시각이란 ‘사건이 일어난 공간 바로 근처에 있는 세 시계 중의 하나의 시계(바늘의 위치)를 읽어내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A, B, C 세 지점의 시계는 같은 시각을 가리킬 것으로 믿으며, 따라서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의 시각은 A, B, C에서 모두 같다고 말할 것입니다.
위의 시간 측정 방법은 하나의 물리적 가정, 즉 이들 세 시계의 바늘은 꼭 같은 비율로 흐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정을 전제로 할 때 동시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사건이 일어난 순간 각 사건의 공간에 있는 두 시계의 바늘이 서로 꼭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 사건은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간과 동시의 개념은 엄밀한 의미에서 옳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새로운 개념과 관련해 불현듯 깨달은 사실은 바로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관찰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시간은 모든 공간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게 아니라는 혁명적인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같은 일반적 의미의 ‘동시’에 대해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합니다. 우선 일반적인 동시의 개념을 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말을 무심코 씁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관찰자의 장소 혹은 관찰자가 있는 기준계에 따라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찾기 힘듭니다.
다음과 같은 ‘동시성의 상대성(relativity of simultaniety)' 사고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imaginary experiment)이란 실제 실험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하는 가상실험입니다(특수상대성이론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일 때 효과가 나타나므로 현실에서는 실험을 하기 어려워 아인슈타인은 사고실험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우주공간에 우주선 A, B가 있습니다. 편의상 두 우주선은 길이가 120만km인 직육면체 모양이고, 서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만들어져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제 우주선 A에서 동시성 실험을 합니다. 우주선 양쪽 끝에 똑 같은 구조의 시계 W1, W2를 장착했습니다. 두 시계는 정오가 되면 빛을 우주선 중심 M을 향해 발사합니다. 양쪽 시계에서 발사된 빛은 2초 만에 각각 60만km를 날아와 ‘동시’에 M에 도착합니다. 우주선 A의 우주인들은 M에 ‘동시’에 들어온 빛을 보고 시계 W1, W2가 정확하게 12시에 맞춰 ‘동시’에 빛을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주선 A에 비해 오른쪽으로 초속 15만km의 속도로 날아가는 B의 우주인들은 A 우주선의 동시성 실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자신의 우주선은 정지해 있고 A 우주선이 왼쪽으로 초속 15만km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B의 우주인들에게는 A의 두 시계가 발사한 두 빛줄기의 진행 거리는 A의 우주인들이 측정한 것과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보기에, A 우주선의 오른쪽 끝에 있는 W2에서 발사된 빛이 M을 향해 진행하는 동안 A 우주선도 같은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따라서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W2에서 나온 빛이 중간지점 M을 조금 더 지나 m에서 만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또 W1에서 발사된 빛이 원래 중간지점 M에 가기 전 m에서 W2의 빛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W1의 빛이 진행하는 동안 A 우주선이 W1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W2의 빛이 W1의 빛보다 더 먼 거리를 진행했다고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광속불변의 원리에 따라 A 우주선 속의 빛의 속도는 A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볼 때나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볼 때나 꼭 같아야 합니다. 따라서 m에서 만난 두 빛의 진행 거리가 다르다면 애초에 ‘동시’에 발사되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W2가 W1보다 먼저 빛을 발사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결국 A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W1, W2가 빛을 ‘동시에 발사했다’고 여기는 반면, 이와 상대 운동하는 B 우주선의 우주인들은 W1, W2가 빛을 ‘동시에 발사하지 않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즉, 정지한 시스템에서 동시인 사건이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보면 동시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관성계가 있을 때, 한쪽에서 동시인 두 사건은 다른 쪽에서 보면 동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동시성의 상대성(relativity of simultaniety)’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도출되는 중요한 사항은 바로 시간의 상대성입니다. 정지한 기준계에서 동시인 두 사건이 움직이는 기준계에서는 동시가 아니라는 사실은, 빛의 속도는 두 기준계에서 꼭 같다고 가정했으므로, 두 기준계 사이에서 시간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준계는 그 기준계 자체의 특정한 시간을 가지며, 따라서 기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시간의 진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통찰입니다.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 이전에는 물리학에서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었습니다. 즉 시간은 암묵적으로 기준계의 운동 상태와는 무관한 것으로 가정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방금 알게 된 사실은 이 가정이 앞의 동시성의 정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만약 이 가정, 즉 ‘시간은 운동 상태와 무관하다’는 가정을 버린다면, 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 사이의 모순은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이치에 합당하지도 않은 가정, 시간은 절대적이라는 가정 때문에 모순에 빠져들었던 것입니다.
달리는 기차를 기준으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플랫폼에 서서 판단할 때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기차 내에서 걷는 사람이 판단한 1초와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의 1초는 같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거리와 공간도 상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의 ‘우주선 사고실험’으로 돌아가 길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주선 A에서 잴 때 길이가 L인 막대가 있습니다. 우주선 B의 우주인이 그 막대의 길이를 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주선 B의 우주인은 특정 시간에 A가 스쳐지나가는 순간 막대의 두 끝점 a₁, a₂를 B 우주선에 각각 b₁, b₂로 표시합니다. 그런 다음 B 우주선의 b₁과 b₂사이의 거리를 측정용 자로 재면 됩니다. 그런데 이 길이는 L과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B에서 두 점을 동시에 결정해야 하는데, a₁과 b₁, a₂와 b₂가 동시에 일치하는 시각에 대한 판단이 우주선 B와 우주선 A에서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에서 살펴본 ‘동시성의 상대성’ 사고실험에서처럼 B에서의 동시가 A에서는 동시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치로, 동시성이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거리도 역시 상대적인 것이 됩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도 1년 넘게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이니까요.
이처럼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혁명적인 분석을 통해 뉴턴의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의 관념을 무너뜨리고 시간과 공간이 운동과 관련된 상대적인 물리량임을 천명했습니다. 상대성은 결코 이것뿐이 아닙니다. 속도, 가속도, 힘, 에너지 등이 모두 상대적인 양인 시간과 거리에 의존합니다. 즉 물리학의 토대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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