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쌍둥이 역설
일반인들이 상대성이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는 혁명적인 사실은 바로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 지연, 거리 수축, 질량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에너지가 곧 질량이란 사실도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는 놀라운 사실임에 틀림없습니다. 효과의 크기는 √1-(v/c)² 항이 곱해지거나 나눠지는 값이 됩니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이고, v는 두 관측자의 상대 속도입니다.
이제 어떻게 시간 지연이 생기는지 ‘광시계 사고실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투명한 유리로 된 긴 열차 모양의 우주선 A, B가 있습니다. 두 우주선의 객실 천장 높이는 빛이 0.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15만km이며, 바닥의 광시계에서 발사된 빛은 유리로 된 천장에서 반사되어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이 광시계는 빛이 바닥에서 천장을 한 번 왕복하면 1초를 가리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A, B의 우주인들은 각각 자신들의 광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A 우주선에 대해 v의 속도로 상대 운동하는 우주선 B의 우주인들은 A 안의 광시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B 우주선의 빛이 b₁에서 b₂까지 왕복해 광시계가 1초를 가리킬 때 A의 a₁에서 출발한 빛은 아직 a₂에 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침내 A의 빛이 a₂에 도달해 1초가 되었을 때 B 우주선의 광시계의 바늘은 이미 1초를 조금 지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B의 우주인들은 우주선 A에서는 시간이 다소 느리게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B에서 보면 A의 바닥에서 출발한 빛은 우주선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사선을 그리며 천장을 향해 날아갑니다. 우주선 b의 바닥에서 천장까지 수직으로 날아갈 때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빛의 속도는 c로 일정하므로 빛이 우주선 천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0.5초보다 조금 더 길 것입니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빛이 바닥에서 천장을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신의 광시계가 가리키는 1초보다 더 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우주선 B에서는 광시계의 빛이 바닥에서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수직으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원리로 우주선 A의 우주인들은 우주선 B의 시계가 자신들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고 여길 게 분명합니다. 상대방의 시계가 나의 시계보다 얼마나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느냐는 상대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그 값은 로렌츠 변환식에 나타나는 √1-(v/c)²을 나눈 값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어떻게 양쪽에서 서로 상대방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고 여기는 걸까요?! 한쪽이 늦으면 다른 한쪽은 빨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같은 황당함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당초 특수상대성이론의 대전제가 된 두 개의 공리, 즉 상대성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등속 운동하는 두 기준계의 운동은 상대적으로만 파악됩니다. 또 한 기준계의 물리 법칙은 다른 기준계에서 똑같이 성립해야 하므로 빛의 속도는 우주선 A, B에서 똑같습니다. 움직이는 우주선의 빛은 더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므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가 자신은 가만히 있고 상대방을 ‘움직이는 우주선’에 타고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모순이라고요? 모순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A의 우주인들이 보는 B의 광시계 실험과 B의 우주인들이 보는 A의 광시계 실험은 똑같은 사건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서로가 다른 공간의 다른 사건을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동시성의 상대성’을 통해 깨달았던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공간이 다르면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실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쌍둥이 역설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 지연 효과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것이 쌍둥이 역설(twin paradox)입니다. ‘쌍둥이 역설’을 맨 처음 제기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폴 랑주뱅(Paul Langevin)입니다. 그는 1911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솔베이회의에서 이를 제기해 특수상대성이론을 공격했습니다.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는 역설적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제시했습니다.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쌍둥이가 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이 우주선을 타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지구에 남은 쌍둥이 동생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형이 탄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지구보다 느리게 흐를 것이므로 나중에 돌아온 형은 아직 청춘인데 반해 동생인 나는 백발이 돼 있을 수 있다고. 그런데 형은 자신의 우주선이 정지해 있고 지구가 고속으로 날아가므로 지구 위의 동생이 훨씬 나이를 적게 먹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형이 지구에 돌아왔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젊어 보일까?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서로 상대 운동한 형과 동생은 나이가 똑같아야 합니다. 만약 어느 한쪽이 더 젊거나 늙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오류라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 역설의 해답을 미리 말하자면, 젊어 보이는 쪽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형입니다. 그렇다고 특수상대성이론이 오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이후에야 가능했습니다.
랑주뱅이 이 역설을 제기했을 때는 아직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그의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벗어났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가속이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성계에서의 상대적인 운동을 다룹니다. 랑주뱅이 제시한 사고실험에서 우주선은 지구에서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가속을 해야 하며, 또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또 가속을 해야(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따라서 이 같은 가속도 운동에 대한 효과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영역으로 특수상대성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특수상대성이론의 범위 내에서 ‘쌍둥이 역설’을 약간 변주해 보겠습니다. 랑주뱅의 사고실험을 가속운동이 없는 관성계에서 해보면 됩니다. 앞에서 예를 든 우주선 A, B에 각각 쌍둥이 형과 동생이 타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우주선 A, B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으므로 중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무방합니다. 또 이들 우주선은 서로 등속 운동을 하므로 관성계입니다. 우주선 A의 쌍둥이 형은 자신은 가만히 정지해 있고, 동생이 탄 우주선 B가 날아간다고 느낍니다. 당연히 그는 동생의 우주선 B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은 “동생은 나보다 나이를 적게 먹어 좋겠다.”고 중얼거립니다.
그렇다면 우주선 B에 탄 쌍둥이 동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는 자신의 우주선은 가만히 있는데 형이 탄 우주선 A가 날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B의 동생은 우주선 A의 시간이 느리게 갈 것이라고 짐작하고, “형은 곧 나보다 더 젊어지겠는 걸.”하고 부러워하는 것입니다.
이 상황은 그야말로 역설적입니다. 과연 어느 쪽이 나이를 덜 먹었는지 확인해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두 우주선이 한동안 우주여행을 한 후 우주의 끝에서나 처음 헤어졌던 지점에서 스쳐지나가듯 만나는 것입니다. 투명한 유리로 돼 있으니 속도를 유지한 채 지나가면서도 누가 더 늙었는지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완전한 관성계 상태를 유지했다면 두 사람의 상태는 누가 더 젊거나 늙지 않고 꼭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간 우주선이 만나기 위해선 둘 중 어느 하나가 반드시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는 가속운동이며,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깨뜨리게 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스친다면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나 보일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가속운동을 했고, 관성계라는 전제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되풀이 하자면, 특수상대성이론은 가속운동하지 않는 두 관성계 내에서의 물리 현상에 대한 이론입니다.
결국 특수상대성이론의 대전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는 쌍둥이 중 누가 더 젊은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관성계에서는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상대성 원리에 따라 동생과 형이 꼭 같은 물리 법칙을 경험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가속을 경험한 쪽이 시간지연 효과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랑주뱅의 사고실험의 경우 우주선을 타고 갔다 돌아온 쌍둥이 형이 젊어지게 됩니다. 지구와 우주선은 상대 운동을 했지만 지구에 있는 쌍둥이는 가속을 경험하지 않은 반면 우주선의 쌍둥이 형은 가속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쌍둥이 역설을 풀 수 없다고 해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대표 효과인 시간 연장과 길이 수축 현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소립자들의 운동입니다. 우주에서는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라고 불리는 입자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로 쏟아집니다. 이들은 대기권에 들어오면 대기의 질소분자 등과 충돌해 뮤온(muon, 뮤μ 중간자)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 뮤온은 거의 빛의 속도로 지상으로 돌진합니다. 그런데 뮤온은 수명이 100만 분의 2초 정도입니다. 이 수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거리는 속도(광속 30만km) × 수명(100만 분의 2) = 약 600m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상공 수십~수백km에서 발생한 뮤온은 지상까지 도달해 검출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간 지연과 거리 수축이라는 특수상대론적 효과에 의한 것입니다.
즉, 지상의 관측자가 보기에 고속의 뮤온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즉 뮤온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지요. 반면 뮤온의 입자에서 보면 지구가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으로 느낄 것입니다. 따라서 뮤온은 자신의 수명은 그대로인데 수km이르는 지구 표면과의 거리가 600m가량으로 짧아진다고 느낍니다. 뉴턴역학의 속도×시간 계산으로는 600m밖에 갈 수 없는 수명으로 수km를 달려 지상에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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