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3>독일 핵무장에 대한 국내외의 난관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3>독일 핵무장에 대한 국내외의 난관
조송원
승인
2017.08.02 00:00 | 최종 수정 2017.08.04 00:00
의견
0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을 우려스런 눈빛으로 주시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첫 번째)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 지난 5월 브뤼셀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의 방위증액을 요구했다./FOX10 캡쳐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잇달아 감행함에 따라 우리도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보복공격을 무릅쓰고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핵심 논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함께 핵무장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지나치게 가볍게 본 주장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 같은 핵무장 논란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러시아 성향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TO 정상과의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뿐 안보 보장에 대한 공약을 밝히지 않은 게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유럽 자체 핵우산’, 나아가 '독일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 7/8월호는 ‘왜 독일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취임 이후 독일의 자체 핵무장 논의에 대해 분석했다. 이를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1>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2>독일의 '유럽 자체 핵우산' 목소리, 그러나...
<2>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3>독일 핵무장에 대한 국내외의 난관
유럽이 적대적인 러시아와 무관심한 미국 사이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베를린은 정치적인 수단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군사적으로 유럽을 방위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독일 헤게모니라는 공포를 되살리지 않고 어떻게 유럽 안보를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독일이 자신의 군사력을 전 유럽 공동 프로젝트에 통합하지 않고 증대시킨다면, 당연히 독일은 고립될 것이고 EU는 해체될 것이다.
핵무기는 이 난국을 돌파할 길을 독일에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찬성론자들의 시각에서는, 핵무기는 실존하는 위협을 억지하며 독일 지배의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베를린 입장에서는 핵무장 계획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국제관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현실적으로 정치적 무게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관계학 전문가 막스밀리안 테할레(Maximilian Terhalle)의 분석이다. 그는 “이보다는 중앙 및 동부 유럽국가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근거가 불확실하다. 동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어느 한 나라 예외 없이 전 유럽을 격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부활에 대한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독일이 핵무장을 한다면 현재 EU의 통일성은 급격히 부서져버릴 것이다.
EU가 독일 핵무장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유럽의 안보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동우크라이나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제한된 전쟁(국지전)을 억지할 수가 없다. 핵무기라는 억지력을 누가 제공하는가에 상관없이 말이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핵 억지력을 독일이나 유럽 주도의 핵 억지력으로 단순히 교체하는 일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냉전기 대부분 동안, 특히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성을 고려하여, 핵무기로 서베를린을 방어할 것이라는 사실을 소련이 믿도록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독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러시아로부터 가장 큰 위협 아래에 있는 발틱 국가들을 방어하기 위해 기꺼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의 경험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밝은 점과 어두운 점이 있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두 나라는 자신들의 핵무기를 실전 배치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럽에 재래식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의존해야 했다.
더구나 두 나라의 핵무기는 소련 핵무기와 맞수가 될 수도 없었다. 두 나라의 핵무기는 NATO의 집단 방어를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도 못했다. 영국만 NATO 멤버들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핵 억지력을 사용하겠다고 서약했을 뿐, 프랑스는 NATO 핵 체계 밖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영국은 자신의 서약을 믿게 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독일은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으로는 동맹국들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의 궁극적인 효과는 별개로 하고서라도, 독일은 그 무기를 획득하기 전에 기술적, 정치적, 그리고 안보적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독일은 무기 생산을 위해 핵에너지 기반시설을 재조정하거나 새로운 군사 시설로 핵폭탄 생산에 전력 질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실질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발각된다면, 비상벨을 울리는 행위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거대한 건설 작업을 고려하면 독일은 군사 시설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어떠한 노력도 비밀로 유지하기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할 것이다. 핵무기 생산은 단순히 민간 핵 기반시설에 의존할 수 없는 문제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과로서, 메르켈 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독일은 평화 목적이라는 가장 하에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 조처를 취하기가 어려워졌다. 설계 수명이 다한 몇몇 큰 원자로를 온라인상으로만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상 무해한 조치들마저도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어쨌든 독일이 더 이상 핵 야망을 숨길 수 없는 때가 결국은 올 것이다. 그 시점에서 독일 정부는 강력한 국내의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핵무기를 확고히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야기되는 사회불안까지 겪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3월의 여론조사에서 독일 국민 93%가 핵무기의 국제적 금지에 찬성했고, 85%가 독일에서 미국이 자신의 모든 핵무기를 철거해 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독일 국민은 국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비밀스런 노력을 인가하는 어떤 지도자도 정치적 파멸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이 독일 핵무기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핵폭탄을 획득하기 전에 독일은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되면 이 조약은 존속 자체를 위협 받게 될 것이다. 핵확산방지 조약의 성공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조약은 이미 장래가 불확실해 보인다. 핵확산방지 조약 하에서 핵보유국들은 군비축소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 목표로 향한 진전은 정체되어 있다. 그리고 비핵보유국들은 핵보유국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좌절감을 점점 더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이 조약의 설립 목적은 독일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었다. 베를린이 탈퇴한다면, 핵비확산 체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은 더 이상 이 조약의 집단 협약에 구속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은 소위 2+4 조약을 수정하거나 철회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조약은 1990년 동독과 서독이 프랑스, 소련, 영국, 그리고 미국과 서명한, 재통일에 관한 협정이다. 이 문서에서 독일은 “핵무기, 생물학 무기, 화학 무기의 생산과 보유 및 지배력을 포기”한다고 확약했다. 이 조약은 냉전을 종식시킬 뿐 아니라 장래에 독일이 ‘특별 경로’를 걷지 못하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조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독일 문제’를 소생시키는 결과가 되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치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른 앞의 4개국을 모욕하는 꼴이 될 것이다. <계속>
-by 울리히 쿤, 트리스탄 볼페(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재단 핵정책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